
고3 수험생 아들을 둔 주부 A(46·대구 수성구) 씨는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아들을 볼 때마다 안쓰러운 마음이 생긴다. 코로나19 사태로 수능이 처음으로 12월에 치러지는 데다 최근 코로나 확산세로 감염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A씨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묵묵히 수능을 준비해 온 아들이 대견하다"면서도 "성적도 중요하지만 시험을 건강하게만 치를 수 있게 해달라는 의미로 손난로와 비타민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수능 선물 트렌드마저 바꾸고 있다. 찹쌀떡이나 엿 등 전통적인 선물에서 벗어나 12월 한파에 시험을 치르게 될 수험생을 위한 보온용품과 컨디션 조절용 건강식품이 주목받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21일 건강기능식품 관련 매출을 분석한 결과 전년 동기 대비 홍삼·면역 관련 제품 매출이 25%가량 신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구지역 이마트에서도 이달 수능을 앞두고 비타민, 보온도시락 등의 매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통업계도 바뀐 소비자 수요에 따라 마케팅 전략을 바꾸며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보온병과 텀블러 등 방한용품 40여 종을 최대 40% 할인한다.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건강식품을 비롯해 보온병, 머플러 등 방한용품을 20~30% 할인 판매하고, 대구백화점 프라자점도 방한용품을 포함해 긴장을 덜라는 의미를 담은 '펀 코드형' 선물을 판매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공략한 이색 선물도 등장했다.
편의점 GS25는 KF94 방역마스크와 세정 티슈, 손 소독제, 소독 스프레이, 마우스 워시로 구성된 생활방역키트를 수능 선물용으로 출시했다. 수능 전날 미리 지정한 점포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해 감염 위험을 최소화했다.
온라인 유통업계의 비대면 선물 유행도 빼놓을 수 없는 변화다.
카카오커머스는 기존의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해 내달 4일까지 '수능 응원이 필요해' 이벤트를 진행하고 쿠팡도 수능 당일까지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비대면으로 보온도시락, 죽통 등을 받아볼 수 있는 행사를 선보인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능은 어느 때보다 변수가 많은 만큼 무사히 수능이 끝나기를 바라는 소비자 심리가 선물 구매 변화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