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칼럼] 공시가격 현실화보다 신뢰성 제고 먼저

정성용 대구대학교 교수(부동산·지적학과)

정성용 대구대학교 교수(부동산·지적학과) 정성용 대구대학교 교수(부동산·지적학과)

정부는 주택 유형에 상관없이 향후 10년 동안 부동산 시세의 90% 수준까지 점진적으로 공시가격(부동산 과세기준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공시가격 현실화에 따른 서민의 재산세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재산세율 인하 방안을 확정했다.

부동산 세금은 과세기준가격(실거래가격 혹은 공시가격)과 세율에 의해 결정된다. 거래세인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실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과세되나, 보유세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과세된다. 세율의 변경 없이 단순히 과세기준가격인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은 부동산 증세 정책임이 자명하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위한 거래세 완화와 불필요한 부동산 보유 및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보유세 인상(거래세 인하와 보유세 강화)은 부동산 조세 정책의 기본 틀이다.

필자는 부동산 보유 및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시가격 현실화를 통한 보유세 인상에 대해 적극 찬성한다. 그러나 보유세 인상 정책은 거래세(취득세 등) 인하 방안과 병행 추진되어야 조세 저항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 이제까지 24번 발표한 부동산 대책에서 추구하는 부동산 조세 정책의 기본 방향은 무엇인가? 정부는 공급 부족 때문이 아니라 탐욕적인 투기 과수요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다고 진단했다. 부동산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정부는 부동산과 관련된 모든 세금을 인상했다.

양도소득세는 다주택자의 주택 처분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과세제를 도입했으나 결과적으로 부동산 처분을 위한 매매보다 증여를 활성화시켰다. 취득세 경우 다주택자의 주택 매입을 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달리하는 누진세율제를 도입했다.

종합부동산세는 고가 주택 및 다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이기 위해 세율과 과세기준을 강화했다. 이제 정부는 보편적인 보유세에 해당하는 재산세를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우회 수단을 활용해 인상하는 방안을 발표함으로써 전방위적인 부동산 세금 인상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최근 임대차 3법에 의한 계약갱신청구권 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전세 매물의 품귀 현상으로 인한 전세가격 폭등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임대인 우위의 전월세 시장이 지속된다면, 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재산세 인상분은 세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시가격과 공시지가(토지에 대한 과세기준가격)는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농지세, 재건축초과이익금 등과 같은 부동산 관련 세금, 준조세 및 부담금 산정의 기준 자료로 활용된다.

만약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면, 유휴 공한지에 대한 보유세도 인상되지만 농지세와 농지전용부담금이 인상되는 또 다른 파급효과가 발생한다.

공시가격은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사회복지 지급 대상 선정을 위한 기초 자료로도 활용된다. 공시가격 인상이 사회복지 프로그램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그 부작용에 대한 시정 조치를 사전에 강구해야 한다.

공시가격 현실화는 지난 3년간 꾸준히 추진돼 왔다. 2020년 2월 발표된 공시가격에 대한 전국적인 이의신청 접수 건수는 3만7천410건으로 2017년 336건에 비해 100배 이상 증가했다.

이의신청의 94%는 인근의 유사 부동산에 비해 공시가격이 지니치게 높으니 낮춰 달라는 요구였다. 공시가격 현실화를 추진하기 이전에 공시가격에 대한 공신력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공시가격의 공신력과 신뢰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산정 시 지금보다 표준지 수를 대폭 확대해 부동산의 개별적 특성에 따른 가격 차이를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또한 주택 유형별 공시가격 추정 모형을 개발해 평가자 및 조사자의 주관적인 판단 개입을 최소화하는 평가 업무의 과학화가 요구된다.

실거래가격의 다양성, 주택의 개별 특성에 따른 가격 편차, 시장 변화에 따른 시세 변동성 등으로 인한 주택가격 추정 오차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85%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금은 행정부의 지침에 의한 과세기준을 변경해 결정하기보다는 입법부를 통한 관련 법률의 세율 개정을 통해 결정하는 과세 체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관련기사

AD

경제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