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서 맛봤던 그 '맥주'…이제 집에서도 먹는다?

주류 규제개선방안 발표…음식값보다 낮게 주류배달 가능, OEM도 허용
‘부드러운 거품’…질소 첨가 허용, 신제품 출시 기간도 대폭 단축
주종에 따라 엇갈린 희비…수입 주류업계는 울상

맥주 자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맥주 자료 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부드러운 거품의 대명사' 독일 기네스 맥주의 한국판 등장, 유행을 빠르게 반영한 '달고나 맥주' 판매, 수제 캔맥주 전성시대 도래, 배달원이 가져다주는 치맥(치킨+맥주)과 족쏘(족발+소주).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최근 발표한 '주류 규제 개선방안'에 따라 예상되는 국내 주류시장의 다양한 변화상이다.

정부가 국내 주류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특히 이번 발표는 지난해 음식점의 생맥주 배달 허용, 2018년 수제맥주 소매점 판매 허용, 2016년 야구장 맥주보이 허용 등 단편적인 개선에서 벗어나 주류산업을 다루는 관점이 규제산업에서 미래성장산업으로 바뀌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예상되는 변화를 주류 소비자의 시선에서 짚어봤다.

◆치맥 배달시키고, 여행지서 맛봤던 수제맥주 집에서도

소비자가 가장 먼저 피부로 느낄 변화는 음식점의 주류 배달 기준이 명확해진 점이다.

기존 '주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르면 음식에 '부수'해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허용됐다. 그러나 부수의 범위가 불명확해 어떤 경우에 술을 배달해도 되는지 혼란이 컸다.

개선안은 '주류 가격이 음식 가격보다 낮은 경우'에는 배달이 가능하도록 정했다. 이를테면 2만원 짜리 치킨을 시킬 때 1만원 어치 맥주를, 3만원 짜리 족발을 시킬 때 1만2천원 상당의 소주 3병을 함께 주문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단, 음식 가격을 초과하는 주류 주문은 안 되므로 5천원짜리 오징어를 주문하면서 맥주 1만원을 시킬 수는 없다.

다른 제조업체의 제조시설을 이용해 주류를 위탁제조(OEM)하는 것도 허용된다.

국내 맥주시장은 소규모·다양화 추세로 각 지역만의 특색을 담은 수제맥주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주류 제조면허는 제조장별로 발급되기 때문에 술을 다른 제조장에서 위탁제조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이 때문에 수제맥주 제조업체는 캔맥주로 제품을 제조·판매하고 싶어도 시설투자 비용 부담 등으로 섣불리 사업을 확장하기 힘들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여행지에서 맛본 수제맥주를 집에서 구매하기는 어려웠다. 예를 들어 여행객이 대구에서 마신 가칭 '매일 에일'은 대구에서만 판매돼 다른 지역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경우다.

이제는 소규모 수제맥주 업체도 타지역 업체의 제조시설을 활용해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제품을 출시할 수 있게 돼,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대형매장용 맥주가 진열돼 있다. 이날 발표된 주류 규제 개선안에 따르면 소주, 맥주의 가정용, 대형매장용 판매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 19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주류 코너에 대형매장용 맥주가 진열돼 있다. 이날 발표된 주류 규제 개선안에 따르면 소주, 맥주의 가정용, 대형매장용 판매 구분이 사라지게 된다. 연합뉴스

◆한국판 기네스 맥주 등장?, '달고나 맥주'도 가능

흑맥주 마니아 사이에서는 독일 기네스 맥주의 선호도가 굉장히 높다. 인기 비결은 질소 첨가로 인한 부드럽고 풍성한 거품이다. 국내 맥주가 감히 넘볼 수 없었던 '기네스급' 거품이 이제는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국내 주세법 시행령에 따라 질소가스는 맥주의 첨가재료에서 제외돼 있었다. 질소가 해로운 것이 아니라, 기존의 첨가물 규제 방식이 포지티브 규제(정책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뒤 나머지는 모두 금지하는 방식)였기 때문이다. 개선안은 질소를 주류에 사용 가능한 충전제로 분류해 소비자의 주류 선택권이 확장되게 됐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 입맛을 빠르게 반영한 맥주도 보다 쉽게 시장에 나올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집콕' 시간이 늘며 유행한 것이 수천번 저어 만드는 '달고나 커피'다. 달고나 특유의 맛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SNS를 타고 삽시간에 번지면서 오프라인 카페도 연달아 자체 개발한 달고나 커피를 출시했다.

'달고나 맥주'도 가능할 법하지만, 주류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절차가 까다로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주류 출시를 위해서는 제조방법 승인과 주질 감정 절차를 차례대로 진행해야 해 최소 30일 이상의 기간이 소요됐다.

개선안은 이같은 절차를 동시에 진행할 수 있도록 변경해 최대 15일까지 신제품 출시 기간이 단축된다. 이에 따라 주류 제조업체는 소비자 입맛을 빠르게 반영해 유연한 시장 대응을 할 수 있게 됐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류 규제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재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1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주류 규제개선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종에 따라 갈린 희비

이번 개선안을 모든 주류업체가 반기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혜택을 볼 수제맥주나 전통주업계는 개선안을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와인, 위스키 등 수입 주류업계는 희망했던 지원책이 빠져 실망한 모습이다. 수입 주류업계는 종량세(용량에 따라 세율을 결정하는 것) 전환으로 수입 과정에서 세금 부담이 완화되기를 바랐다.

이와 관련, 임재현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소주나 위스키에 대한 과세 체계를 종량세로 바꾸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종량세가 적용되면) 소주 도수가 20도, 위스키가 40도일 때 소주에 붙는 세율이 위스키의 반이 돼야 한다"며 "소주 세율이 대폭 올라가거나 위스키 세율을 대폭 낮춰야 하는데 국익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결정에 따라 소주, 위스키 등 증류주 세율을 72%로 통일했다. 증류주를 종량세로 바꾸면 해외에서 들여오는 증류주의 세부담은 완화되지만, 주로 국내기업인 소주업체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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