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작년 소득이 기준?…"낸 세금 얼만데" 고소득자도 힘들다

선정 기준 논란…자영업자 최근 피해 반영 안돼
직장인은 1만원에 희비 교차…정부 내주 중 산정기준 발표
"이의신청 등 구제 방안 검토"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발표한 '소득 하위 70%'를 둘러싼 혼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지하상가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으로 발표한 '소득 하위 70%'를 둘러싼 혼란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오후 대구 중구 대신지하상가 상인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선별 기준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자산을 빼고 소득만을 기준으로 할 경우 자산가도 지원을 받는 맹점이 있다. 반대로 자산까지 포함할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수입이 전무한데도 부동산이나 자동차 등에 걸려 긴급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현금성 지원에는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야당도 "편 가르지 말고 다 주는 게 낫다"고 할 정도로 의견이 분분하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못받는다

세후 소득으로 연간 5천만원 정도를 벌 만큼 나름 잘나가던 프리랜서 강사 A(55)씨 역시 올 들어 수입이 석달째 '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수급 대상은 아니다.

A씨는 "고정적으로 등록된 강의처가 없어 고용유지지원금을 신청할수도 없는데, 하반기가 되도 나아질수 있을지 암담한 상황"이라면서 "현재와 같은 전시 상황에는 일단 사람부터 살린 후에 나중에 지원금 중 일부를 회수하는게 맞지 않느냐"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다수 자영업자 경우 코로나19 피해의 잣대로 매출 또는 소득을 적용하면 실제 피해상황이 반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악기상을 하는 B(40)씨의 경우 매달 3천~4천만원 가량 매출을 올렸지만, 지난 2월에는 월 매출이 절반, 3월에는 10분의 1로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매출이 4억원으로 신고돼 있어 긴급재난지원금을 기대하기가 어렵다.

B씨는 "당장 한 달 가게 유지비가 500만원이고, 아기와 함께 세식구가 사는 생활비만도 300만원 이상이 든다. 지금 상황이면 4월을 넘기기 힘들고 신용불량자가 될까 겁난다"고 했다.

애매하게 못받는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문제다. 맞벌이 직장인 C(38)씨는 "소득기준으로만 할 경우 4인 가족 기준 712만원을 버는 사람과 713만원을 버는 사람의 형편이 얼마나 차이가 나겠느냐"며 꼬집엇다.

◆고소득자도 어렵다

수성구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D(40)씨는 두 달째 천만원대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직원 8명 인건비와 임대료, 각종 비용 등을 다 합하면 한 달에 지출되는 고정비용만도 3천500만원에 달하는데 코로나19 이후 병원을 찾는 환자가 3분의1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 탓이다.

D씨는 "실물경제 전체를 침체시킨 코로나19 피해는 저소득, 고소득을 가리지 않는다"면서 "세금은 누구보다 많이 내지만 아무런 혜택을 받지 못하는 지금 상황에 너무 화가 나 난생 처음으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싫어졌다"고 했다.

임대소득으로 생활하는 E(59)씨는 이번달 수입이 '0원' 이다. 형편이 어려운 몇몇 임차인들에게는 E씨가 자발적으로 한달치 임대료를 안받기로 했지만, 평소 매출이 크고 손님이 끊기지 않는 매장의 임차인마저도 '착한 임대료'를 들먹이며 차일피일 월세 입금을 미루고 있는 것이다.

E씨는 "매월 나가는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만 해도 70만원을 훌쩍 넘는다. 여기에 아들네 생활비까지 떠맡고 있는데 당장 수입이 끊기니 당황스럽다"면서 "지금까지 평생 낸 세금이 얼마인데 이럴때 정부는 안도와주나"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정부, 한계점 감안해 적정 기준 찾겠다

정부도 선별 지원에 따르는 문제와 한계를 인식하고 있다.

긴급재난지원금 논란이 뜨겁자 정부는 '합리성'과 '신속성' 두 가지 원칙을 기준으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산정 기준을 늦어도 다음 주까지 결정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총괄조정관(보건복지부 차관)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하면 신속하게 집행할 수 있지만, 종합적인 재산을 충분히 반영할 수는 없다는 지적이 있다"며 "반면 소득·재산을 기준으로 하면 객관적인 경제력은 파악할 수 있겠지만 상당한 시일이 소요돼 '긴급' 지원금이라는 도입 취지를 맞추기는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소득 기준 시점 부분에 있어서는 "최근의 자료를 반영해 현재 소득 감소를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이 경우 집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단기간 내에 소득이 급감했다면 예외적인 이의신청을 통한 구제 방법도 함께 검토하겠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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