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골목뒷담(後談)] 무엇이든 열어 드려요…'열쇠집'

업계에서는 '열쇠'도 쓰이고, '열쇄'도 쓰인다. 소비자에게 그 뜻이 무리 없이 통한다. 황희진 기자
업계에서는 '열쇠'도 쓰이고, '열쇄'도 쓰인다. 소비자에게 그 뜻이 무리 없이 통한다. 황희진 기자
업계에서는 '열쇠'도 쓰이고, '열쇄'도 쓰인다. 소비자에게 그 뜻이 무리 없이 통한다. 황희진 기자
업계에서는 '열쇠'도 쓰이고, '열쇄'도 쓰인다. 소비자에게 그 뜻이 무리 없이 통한다. 황희진 기자
대구의 한 열쇠집. 황희진 기자
대구의 한 열쇠집. 황희진 기자

열쇠고리의 주인공이 더는 열쇠가 아닌 시대가 됐습니다.

영어 이름인 '키링'(Key Ring)이라고 적어야 뭔가 있어 보이고 더 잘 팔리는 요즘 열쇠고리에는 이제 열쇠보단 자동차 스마트키, 인형 같은 나만의 마스코트, 에어팟 등 무선 이어폰 따위가 더 많이 달립니다.

일상에서 열쇠를 찾아보기 참 힘든 시대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집마다 건물마다 문에 있던 열쇠구멍이 참 많이 사라졌고, 대신 디지털 도어락이 달렸기 때문입니다.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것부터 손 지문이나 눈 홍채를 인식시키는 것까지, 각종 첨단 기술을 담아냅니다.

그러니 이제 세상엔 열쇠보다 열쇠고리가 더 많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열쇠집'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열쇠집이 호황이었던 시대의 신문 기사 내용은 이랬습니다. 설과 추석 같은 명절이 다가오면 열쇠집 주인들이 콧노래를 불렀다는 내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고향에 간 사이 빈 집에 도둑이 들까 원래 문에 하나만 달린 자물쇠를 하나 더 추가하는 것은 물론 자동잠금장치 같은 특수 열쇠도 설치하는 사람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열쇠집 영업 방식의 특징 중 하나는 출장 서비스입니다. 고장이 났거나 짝(열쇠)과 헤어진 자물쇠는 그 자리에서 꼼짝을 하지 못하기에, 열쇠집까지 들고 갈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1998년 한 신문 기사에 따르면 열쇠집의 매출 70~80%가 출장 서비스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장열쇠'라는 문구 및 열쇠집 연락처가 적힌 스티커가 아파트와 상가 입구에 경쟁적으로 붙었습니다. '부르시면 어디든 달려 가서 뭐든 열어드리겠습니다'가 모토였습니다. 기동력이 참 중요했는데, 그래서 과거엔 공구상자를 오토바이에 싣고 도시 곳곳 동네며 시장을 누비는 열쇠 수리공(또는 열쇠 장수)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습니다.

열쇠의 첨단은 2010년대 초중반쯤 정점을 찍었던듯 합니다. 일명 '만능키' 또는 '딸키'로 불리는 열쇠가 각종 범죄에 이용된다는 신문 기사가 잇따랐습니다. 청소년들이 당시엔 딸키로 길거리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훔쳤다가 검거됐다는 기사가 많았는데요. 이후엔 만능키로 무인 인형뽑기 가게를 털다가 잡혔다는 기사가 종종 떴습니다.

이런 모습은 CCTV도 많아지고 경비업체도 보편화되면서 꽤 사라졌습니다.

그렇다고 열쇠집이 마냥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열쇠의 후계자로 인정해 디지털 도어락과 자동차 스마트키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 많습니다. 자전거와 책상 서랍 등은 여전히 기존 열쇠·자물쇠를 쓰기 때문에 역시 열쇠집 담당입니다.

어쩌면 요즘 열쇠집은 '잠그고 또 여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다채로운 솜씨들을 망라한 곳이기도 합니다.

대구의 과거와 현재 열쇠집 흔적들을 사진으로 모았습니다. 영업 중인 곳도 있고 폐업한 곳도 있습니다.

오른쪽 옛 간판과 왼쪽 최신 간판이 공존하는 대구의 한 열쇠집. 열쇠집의 역사가 간판 속 글자들로 확인된다. 황희진 기자
오른쪽 옛 간판과 왼쪽 최신 간판이 공존하는 대구의 한 열쇠집. 열쇠집의 역사가 간판 속 글자들로 확인된다. 황희진 기자
열쇠집은 철물점이나 도장집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주인은 우리 생활 속 이런저런 어려움을 기술과 도구로 해결해주는 '맥가이버'이신 경우가 많다. 황희진 기자
열쇠집은 철물점이나 도장집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주인은 우리 생활 속 이런저런 어려움을 기술과 도구로 해결해주는 '맥가이버'이신 경우가 많다. 황희진 기자
열쇠집은 철물점이나 도장집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주인은 우리 생활 속 이런저런 어려움을 기술과 도구로 해결해주는 '맥가이버'이신 경우가 많다. 황희진 기자
열쇠집은 철물점이나 도장집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주인은 우리 생활 속 이런저런 어려움을 기술과 도구로 해결해주는 '맥가이버'이신 경우가 많다. 황희진 기자
열쇠집은 철물점이나 도장집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주인은 우리 생활 속 이런저런 어려움을 기술과 도구로 해결해주는 '맥가이버'이신 경우가 많다. 황희진 기자
열쇠집은 철물점이나 도장집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가게 주인은 우리 생활 속 이런저런 어려움을 기술과 도구로 해결해주는 '맥가이버'이신 경우가 많다. 황희진 기자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대구의 한 열쇠집. 황희진 기자
대구의 한 열쇠집. 황희진 기자
담벼락에 적힌 대구의 한 열쇠집 연락처. 황희진 기자
담벼락에 적힌 대구의 한 열쇠집 연락처. 황희진 기자
대구의 한 열쇠집. 황희진 기자
대구의 한 열쇠집. 황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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