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식을 줄 모르는 PB상품 열풍

유통·마케팅 비용 줄여 가성비 찾는 소비자 취향 저격, 잘 키운 PB로 충성고객도 확보
국적 불문, 채널 불문, 해외서도 PB 인기 높지만… 제조업체 위축 우려도

가성비를 앞세운 PB(Private Brand) 상품의 영향력이 유통업계 전반에서 강해지고 있다. 가성비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높은 만족감을 주지만 장기적으로 제조사 역할이 작아지면서 개성 있는 상품을 보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주요 백화점 3사 PB만 19개, 가성비에 트렌드까지

유통업체에서 직접 만든 자체 브랜드 상품을 뜻하는 'PB'는 제조설비를 갖추지 않은 유통업체가 상품을 기획한 뒤 생산만 제조업체에 의뢰해 판매하는 상품이다. 혹은 유통업체가 제조업체로부터 상품을 저렴하게 받아 유통업체 자체 개발 상표를 붙여 판매하기도 한다. 다른 유통업체에서 취급하지 않는 고유 상품으로서 마케팅이나 유통비용을 줄여 확보한 가격 경쟁력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PB제품 출시가 가장 두드러지는 유통 채널은 백화점이다. 롯데백화점,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운영 중인 PB만 19개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2005년 첫 PB 브랜드로 수입 여성의류 PB '엘리든'을 출시한 이후 현재까지 모두 9개의 PB를 보유하고 있다. 의류, 안경, 니트, 청바지 등 종류도 다양하다. 신세계백화점은 2016년 첫 PB 제품을 출시했고 델라라나, 시코르 등 7개 브랜드를 운영한다. 2017년 처음 PB를 출시한 현대백화점은 가정간편식 PB 원테이블 등 3개 PB를 갖고 있다.

이들 PB의 매출도 호조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뿐만 아니라 시장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반영한 제품을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는 롯데백화점의 '엘리든 플레이'는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50% 늘었다. 롯데백화점 전체 PB제품 성장률도 16%로 가파르다. 신세계백화점의 캐시미어 브랜드 '델라라나'도 일반 제품의 절반 수준 가격으로 지난해 11.4%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백화점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도 백화점의 PB제품 출시는 계속될 전망"이라며 "제조사가 출시하는 브랜드보다 유통업체 브랜드에 대한 신뢰감이 커졌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옴니채널 기반이 넓어지면 PB 영향력도 커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PB상품 성장세는 채널 불문 국가 불문

PB 상품 강화 추세는 홈쇼핑이나 온라인 채널도 마찬가지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최근 패션, 리빙, 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PB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CJ오쇼핑의 PB 엣지(A+G)의 코트 상품 CJ오쇼핑의 PB 엣지(A+G)의 코트 상품

CJ오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CJ오쇼핑의 자체상품 및 단독상품 전체 주문금액은 약 3천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패션 PB '엣지(A+G)'의 주문금액만 1천517억원에 달했다. 롯데‧현대‧CJ‧GS 등 홈쇼핑업계 주요 4사의 2018년 톱10 브랜드 40개 중 15개 제품이 각 사의 PB로 나타났을 정도로 의존도가 커지고 있다.

쿠팡의 생활용품 PB '코멧'의 화장지 쿠팡의 생활용품 PB '코멧'의 화장지

온라인 채널도 PB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2월부터 PB상품을 강화하고 있다. 식료품 '곰곰', 건전지, 생활용품과 운동기구 '코멧', 마스크팩·영양제 등 '비타할로' 등이 모두 쿠팡의 PB다.

아마존의 건전지 PB '아마존 베이직'(Amazon Basics) 상품 아마존의 건전지 PB '아마존 베이직'(Amazon Basics) 상품

 

해외사례도 비슷하다. 아마존도 PB상품을 대폭 늘리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아마존이 직접 출시한 PB상품은 135개. 식품 브랜드 해피 밸리, 기저귀 브랜드 마마베어, 건전지 브랜드 아마존 베이직 등이 대표적이다. 이 상품들은 검색화면 상단이나 팝업창 등으로 노출돼 점유율을 점차 키워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닐슨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소비재 PB 매출은 4.3% 늘어난 반면 상위 20개 브랜드 제품의 매출은 1.2% 증가에 그쳤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 기저귀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화면. 아마존의 PB '마마베어'(Mama Bear) 상품이 '아마존의 선택'이라는 표시와 함께 맨 첫줄에 노출된다. 미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 기저귀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결과 화면. 아마존의 PB '마마베어'(Mama Bear) 상품이 '아마존의 선택'이라는 표시와 함께 맨 첫줄에 노출된다.

PB상품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중국도 바뀌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10일 발표한 '중국 온라인 유통기업 PB 시장 진출 현황'에 따르면 중국 PB 시장은 향후 연평균 10~20%대 성장을 이어가며 5년 내 3조 위안(약 516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중국은 2017년 기준 대형유통채널의 PB상품 판매 비중이 5~10%대로 주요 선진국 평균(30~40%)보다 현저히 낮았지만 알리바바·징둥 등 중국 온라인 유통 대기업들이 PB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제조업체 위축" 우려 상존

업계에서는 PB제품 열풍 원인을 가성비가 소비자 선택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가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구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요즘 소비 경향은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부 영역에서는 소득수준과 무관하게 많은 돈을 쓰지만 생활과 밀접한 대부분 분야에서는 가성비를 최우선 순위로 삼는 것"이라며 "유통이나 마케팅 비용을 줄인 PB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점점 더 매력적으로 다가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PB의 인기가 유통채널의 인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회사마다 PB 상품군 강화에 힘쓰는 이유다. 독점 판매가 가능해 인기가 높은 PB로 확보한 충성고객이 곧 유통채널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PB상품의 급격한 성장에 대해 우려도 나온다. PB제품 증가는 제조업체 영향력이 감소하고 유통업체 지위는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제조업체가 대형 유통업체에 종속돼 자체 브랜드 상품을 더 이상 생산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다수의 제조업체가 경쟁하는 시장에서는 다양한 소비자들 취향에 맞춰 제품이 출시되지만 유통업체들의 PB제품 영향력이 확대될수록 제조업체들의 개발 욕구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 결국 다양한 소비자 욕구를 반영하는 제품이 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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