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시장구조…12년 간 이어진 대구 수산시장 갈등

대구 수산물도매시장 20일 대구시 행정대집행 무산
2008년 시장 유통 구조 개선하면서 빚어진 '중도매인' 문제 지금까지 영향
미봉합한 갈등…대구시 스스로 변칙·불법 영업 개선책 마련해야

20일 오전 대구수산물도매시장에서 행정대집행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주차장에 썩은 생선을 뿌리고 집행인력과 대치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20일 오전 대구수산물도매시장에서 행정대집행을 반대하는 상인들이 주차장에 썩은 생선을 뿌리고 집행인력과 대치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대구 수산물도매시장(매천수산시장)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한 대구시와 시장 상인들이 강대강으로 대치했다.

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은 장기화할 전망이다. 상인들은 2008년 도입된 시장도매인제도가 기형적인 시장구조를 낳았고, 그로 인한 갈등이 현재로 이어진다고 입을 모았다.

◆대구시와 상인간 갈등 심화

20일 오전 7시 농수산물도매시장 수산동 건물 입구를 대형 트럭 3대가 막아섰다. 주변은 상인들이 뿌린 생선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가득했다. 대구시가 (주)대구종합수산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예고하자 집단행동에 나선 상인들은 "무소불위 권력으로 상인들을 협박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구종합수산은 2007년 지정된 시장도매법인 3곳 중 하나였다가 지난 2018년 12월 재지정에서 탈락했다. 대구시는 공유재산의 자릿세 징수 등 지정 조건을 위반한 대구종합수산에 대한 시장도매인(법인) 재지정을 불허했다.

양 측의 갈등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매시장 운영 방식은 '도매시장법인제도'(농수산물유통법 제23조)와 '시장도매인제도'(농수산물유통법 제36조)가 있다.

시장도매인제도는 지정된 시장도매인이 판매직원(영업인)을 고용해서 산지(출하자)에서 매수한 수산물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출하자→ 시장도매인→ 소매상으로 이뤄지는 3단계 유통구조가 특징이다.

기존 경매제(도매시장법인제도)의 산지(출하자) → 도매시장법인 → 중도매인 → 소매상으로 이어지는 4단계 유통구조보다 가격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대구시는 2008년 경매제를 전격 폐지하고 시장도매인제도를 도입했다. 내륙지 수산물도매시장의 특성상 2차 경매는 실효성이 없다는 판단이었다.

◆왜곡된 시장구조 개선 시급

문제는 이미 시장에서 자리 잡고 있던 중도매인에 대한 처우 문제를 대구시가 간과하면서 비롯됐다.

상인회에 따르면 당시 시장도매인 제도가 시행되면서 사라질 처지에 놓인 중도매인들이 대구시에 영업권 보장을 강력하게 요구하자, 대구시는 시장도매인으로 지정받은 업체들이 중도매인을 직원으로 채용토록 중재했다.

특히 기존 도매시장법인이던 2곳은 중도매인들을 직원으로 채용할 것을 약속하는 '중도매인 참여 동의각서'를 대구시에 제출하고서야 시장도매인으로 지정될 수 있었다.

당시 대구종합수산을 포함한 시장도매인들은 대구시의 요구에 따라 소속 중도매인 50여명을 '영업인'이라는 이름으로 채용했는데, 이 영업인 제도가 향후 각종 문제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무늬만 직원'인 중도매인들은 이후에도 각자 독자적인 영업을 지속했고, 이 과정에서 중도매인이 시장도매인에게 자릿세를 내는 관행이 시작된 것이다. 시장도매인 제도하에서 도매인과 판매인 사이에 자릿세가 오가거나 판매인이 독자 영업을 하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만연한 불법이 수면위로 떠오른 건 2018년 12월이다. 대구시가 자릿세 등을 문제 삼으면서 대구종합수산을 시장에서 퇴출시키자, 대구종합수산은 다른 회사들도 같은 방식으로 영업한다며 반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대구시와 대구종합수산이 벌인 소송은 무려 11건이다. 이 중 9건은 대구시가 승소했고 2건은 대구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현 상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비교적 명확하다. 대구시가 시장도매인제도를 채택한 이상 시장도매인은 지정 조건을 성실히 준수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사회는 대구시 스스로가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는 "현재 벌어지는 불법적인 상황을 우선 정리한 후 전반적인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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