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도 불고 있는 '줍줍' 열풍…현금부자만 신났다

수성구 첫 무순위 청약 '수성레이크 푸르지오' 경쟁률 최고 109대 1
노후 아파트 많고 이주 욕구 높지만 청약 당첨 어려운게 원인

대구 수성구 아파트 단지 전경. 매일신문DB 대구 수성구 아파트 단지 전경. 매일신문DB

주춤하던 대구 청약시장에 기존 주택 보유자, 현금 부자들을 중심으로 '줍줍'(줍고 또 줍는다) 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 규제로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되면서 청약 조건을 갖추지 못한 수요자들이 미계약 물량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금융결제원 아파트투유에 따르면 지난 20일 잔여가구 203가구를 대상으로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수성구 두산동 '수성 레이크 푸르지오'는 10.42대 1의 평균 경쟁률을 보였다. 이는 1, 2순위 청약 당시 기록했던 평균 청약경쟁률 8.58대 1을 웃도는 수준이다.

경쟁률은 대형 평형에서 특히 높았다. 29가구를 공급한 전용 109㎡의 경우 686명이 몰려 23.6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1, 2순위 청약 당시 4.52대 1에 그쳤던 평형이다. 2가구를 공급한 전용 142㎡는 80명이 접수했고, 전용 152㎡는 1가구 모집에 무려 109명이 청약을 신청했다.

무순위 청약은 1, 2순위 청약자들이 부적격자이거나 자금 조달이 어려워 계약을 포기한 잔여가구에 대해 자격 요건을 완화해 공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 2월부터 투기과열지구의 미계약 물량은 아파트투유를 통해 무순위 청약을 하도록 주택공급규칙을 개정했다.

치열한 무순위 청약 경쟁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관련이 깊다. 대출 제한, 청약 조건 강화 등으로 당첨이 어려워진 주택보유자들이 미계약분을 노리고 대거 무순위 청약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분양한 '강북 태왕아너스 더 퍼스트'의 경우 1, 2순위 계약률은 60%에 그쳤지만 잔여 95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선착순 분양에는 295명이 몰리기도 했다.

국토교통부가 투기과열지구 내 예비당첨자 비율을 공급물량의 5배로 강화한 점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예비당첨자가 늘면 청약자격을 갖춘 1·2순위 실수요자에게 당첨 기회가 더 많아진다. 이 때문에 수성구에서 새 아파트를 분양받기가 더 어려워진 다주택자나 현금 부자들이 무순위 청약에 뛰어들었다는 관측이다.

수성구에서 신규 대형 아파트를 찾기 어려운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대구에서 인·허가를 받은 아파트 3만5천444가구 가운데 87.4%(3만924가구)가 85㎡ 이하였다.

또한 수성구의 경우 준공 후 20년이 지난 노후 아파트가 53%에 이른다. 수성구 아파트 10채 중 9채는 준공 10년이 지났을 정도다.

지역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구 분양 시장이 정부 규제로 주춤하고 있지만 여전히 투자 수요가 건재하다는 방증"이라며 "신규 분양이 무주택자들에게 '그림의 떡'이 되지 않도록 장기 무주택자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 등에 한해 대출 요건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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