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피아노 리사이틀 2題…백건우, 임동민·임동혁 듀오

지난주 볼만한 두 건의 피아노 리사이틀이 있었다. 하나는 '건반 위의 구도자'라 불리는 '백건우 리사이틀', 또 하나는 형제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임동민'임동혁 듀오 리사이틀'이었다. 두 리사이틀 모두 매진을 기록했다.

◇명쾌하고 깊은 울림으로 슈만을 불러낸 백건우

지난 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백건우.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지난 4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리사이틀을 가진 피아니스트 백건우. 대구콘서트하우스 제공

 

지난 4일 오후 7시 30분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일흔을 훌쩍 넘긴 백발의 백건우는 연주를 시작하기 전 천장을 올려다 보며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이날 백건우가 연주한 곡은 문학적인 재능과 타고난 상상력을 자유롭게 풀어놓은 슈만의 음악.

백건우는 먼저 슈만의 기발한 유희와 발상이 돋보이는 '아베크 변주곡'을 한 음씩 어루만지듯 차분히, 그렇지만 단단하게 연주해갔다. 이어 분열적인 모습부터 격정까지 드러내는 '세 개의 환상작품집', 슈만의 시적인 몽상을 극대화하는 '아라베스크', 슈만 만년의 불안한 내면을 투영하는 '새벽의 노래'를 연주했다.

백건우는 '건반 위의 구도자'답게 담담하게 슈만을 표현해냈다. 숨죽인 관객들은 공연 내내 거장의 손가락 움직임에 집중했다. 그의 열정과 연륜이 묻어나는 연주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후반부 공연에서는 '대채로운 소품집 중 다섯 개의 소품', '어린이의 정경'을 연주했다. 특히 '어린이의 정경'은 슈만의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들려줬다.

공연의 백미는 마지막 곡 '유령 변주곡'이었다. 백건우는 슈만에게 헌정하듯 연주에 앞서 자세부터 고쳐잡았다. 슈만이 라인강에 투신하기 전에 쓴 마지막 곡 '유령 변주곡'은 백건우의 연주로 오히려 차분하고 서정적으로 위로를 건네듯 다가왔다.

백건우가 연주를 마친 후 가슴에 손을 얹고 관객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백건우가 연주를 마친 후 가슴에 손을 얹고 관객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연주를 마친 백건우는 건반에 손을 얹고 10여 초 동안이나 일어나지 않았다. 그도 음악을 즐기는 듯 했다. 그리고 잠시 틈을 두었다가 일어나 객석을 행해 인사했다. 기립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을 향해 고개를 푹 숙여 인사하기를 여러 번, 무대에 다시 선 백건우는 두 손을 모아 가슴에 포개 감사를 표했다. 이날 앙코르는 없었다.

구미에서 왔다는 김성주(47) 씨는 "아마 앙코르가 있었다면 더 거추장스러웠을 것"이라며 "잔잔한 감동을 앙코르로 깨지말고 그대로 가져가라는 의미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개성의 임동민·임동혁 형제의 시너지 효과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각각 다른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각각 다른 피아노 앞에 앉아 연주를 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5일 오후 7시 30분 수성아트피아에서 열린 임동민·임동혁 형제의 듀오 무대는 서로 다른 개성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낸 자리였다. 형제라고 하지만 스타일부터 달랐다. 이날 동생 동혁은 말쑥하게 차려입고 나온 반면 형 동민은 탈색한 머리에 넥타이도 매지 않았다.

전반부 공연에서는 쇼팽 음악으로 꾸며졌다. 먼저 임동혁이 녹턴 8번과 발라드 1번을, 임동민이 스케르초 1번과 3번을 각각 들려줬다. 동혁은 안정적인 바탕 위에 소리를 빚어내는 섬세함이 돋보였다. 반면 동민의 연주는 단단했다.

후반부 공연은 한 대의 피아노에서 두 사람이 연주하는 연탄((連彈) 및 두 대의 피아노로 연주하는 듀오 무대로 꾸며졌다. 먼저 한 피아노에 형제가 나란히 앉아 슈베르트의 만년 걸작인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연주했다. 두 사람이 한 대의 피아노에 앉기에 다소 비좁았지만 손발은 척척 맞았다.

이어 각각 다른 피아노 앞에 앉아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3, 4악장을 연주했는데, 서로 다른 개성이 합쳐져 듣는이의 귀를 즐겁게 했다. 서로 쳐다보지 않고도 호흡이 맞았고 앙상블도 좋았다.

관객 김유진 씨는 "한 대의 피아노에서 그것도 형제가 함께 연주하는 모습은 보기 어려운데, 오늘 좋은 경험을 했다"며 "언제 이런 기회가 다시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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