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산다는 건 배우는 일이다

 

100 인생 그림책(하이케 팔러 글/ 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김서정 옮김/ 사계절출판사/ 2019년)

산다는 건_권영희 산다는 건_권영희

"이제는 세상에 무심해졌구나. 달 한번 제대로 올려다보질 않네."(56쪽)

지금의 내 상황이다. 하늘을 올려다본 적이, 달빛을 고스란히 받아본 적이, 천천히 내 뒤를 돌아본 적이 언제였던가.

산다는 건 그저 신나는 일만도, 그저 기운 빠지는 일만도 아니다. 또한 언제나 입 꼬리를 올리고 살 수만 있는 일도 아니다. 한 번쯤은 내가 살아온, 우리가 살아온 길을 더듬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100 인생 그림책'은 말 그대로 우리가 하나하나 배우며 살아가는 이야기다. 우리가 살아왔던 시간과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독일 시사 잡지 '차이트'의 편집자인 하이케 팔러는 갓 태어난 조카 파울라와 로타를 보면서 이 책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앞으로 이 아이가 살아가야 할 인생에 대해서, 세상에 대해서 얘기하고 싶었기에.

때론 힘들고, 때론 행복해하며 우리는 살아왔고, 살고 있다. 또 새로운 누군가가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나이에 따라 배우고 익히고 아파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무심코 살아왔던 날들이 어쩌면 이 책을 읽음으로써 하루하루의 의미를 가지게 될 것이다.

0세부터 100세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인생을 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 발레리오 비달리의 상황에 맞는 그림과 함께 펼쳐 보인다. 나이에 맞게 조금씩 성장해 가는 이들의 모습에서 나를 만나고, 우리의 아이들을 만나고, 많은 그들을 만난다.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의 웃음과 아픔, 눈물과 성장을 함께할 수 있다.

"살면서 무엇을 배웠을까?"(99쪽)

우리들의 인생이 서서히 저물어 갈 때쯤에 작가가 마지막 글귀로 남긴 말이다. 책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우리에게 이 질문을 던진다.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나는 이만큼 살아오면서 무엇을 배웠는가? 거창한 성과와 화려한 업적을 바라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의 내 모습을 좋아하며,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다는 걸 배우기도 하고, 모든 일이 힘겨울 때가 있다는 걸 깨닫기도 한다. 그렇게 서서히 놓는 법도 배워가면서 인생을 살아간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다.

이 자리에서 나의 인생을 담담히 살필 수 있는 100 인생 그림책을 보고 있는 이 순간. 이게 살면서 내가 배웠던 건 아닐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일상이야말로 진정 바라는 삶이 아닐까.

"빈 나무딸기 잼 병을 지하실로 가져다 놓으면서 너는 생각하지. 누가 알겠어, 이게 또 필요할지?"(94쪽)

인생을 살아감에 늦은 때는 없는 것 같다. 늘 새로운 삶을 기다리며 만들어가는 이들의 여유로움이다.

"인생에는 두 가지 큰 힘이 있어. 누군가 너를 끌어주고 있니? 누군가 너를 밀어주고 있니?"(50쪽)

어느새 우리들 곁을 떠날 준비를 하는 아이들에게 이제 삼분의 일쯤 산 인생을 돌아볼 기회.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남은 삼분의 이쯤 되는 인생을 미리 만나볼 기회. 이 책이 전하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권영희 학이사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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