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장르 융합 시도, '웹연극' 명함 내밉니다

코로나19 국면이 낳은 아이디어… 미니시리즈 연극으로 제작
관객 반응은 호평일색… 몰입도 높고, 시도가 신선하다며 격찬
짧은 분량, 빠른 전개로 승부 거는 숏폼 콘텐츠의 한계 넘어야

대구지역 극단 '에테르의 꿈'이 제작한 웹연극 '202'의 한 장면. 극단 에테르의 꿈 제공 대구지역 극단 '에테르의 꿈'이 제작한 웹연극 '202'의 한 장면. 극단 에테르의 꿈 제공

코로나19로 연중 비성수기가 된 연극계가 장르 융합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배우의 연기는 살리되 관객의 시각을 바꾸는 시도, 이른 바 '웹연극'이다.

연극 무대를 찾지 못하는 관객을 대신해 카메라가 나선다. 카메라가 관객의 눈이 돼 연극무대를 보게 한다는 원리다. 하지만 명작은 디테일에서 나온다. 카메라는 고정된 시선으로 무대만 촬영하지 않는다. 카메라가 연극무대 속으로 들어간다. 배우의 표정과 움직임을 쫓는다. 여차하면 땀구멍까지 살필 기세다. 편집점이 따로 없는, 쉼 없는 롱테이크로 연극 특유의 매력도 십분 살린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기존 연극 러닝타임을 에피소드 단위, 10분 남짓한 길이로 쪼갠다. 60~90분 짜리 연극 한 편이 5~6편으로 나뉜다. 프롤로그, 에필로그까지 덧붙이면 최장 10편짜리 미니시리즈 연극 한 편이 등장한다. 만화와 소설을 웹에서 감상하는 웹툰, 웹소설처럼 연극이 웹이라는 플랫폼에 올라탄 형국이다.

대구지역 극단 '에테르의 꿈'이 제작중인 웹연극 '202'의 한 장면. 극단 에테르의 꿈 제공 대구지역 극단 '에테르의 꿈'이 제작중인 웹연극 '202'의 한 장면. 극단 에테르의 꿈 제공

코로나19로 관객들이 연극무대를 찾지 못하자 연극계가 내놓은 아이디어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이달 초까지 극단 '에테르의 꿈'이 시도했다. '202호'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부류의 사람이 한꺼번에 등장해 혼선을 겪는 미스터리 '202'라는 웹연극이다. '202'는 전체 90분 길이가 6부작으로 나뉘어 유튜브에 무료 공개됐다. 관객 반응은 호평일색이다. 몰입도와 긴장감이 높은 데다 시도가 신선하다는 댓글들이다.

박지수 극단 '에테르의 꿈' 대표는 "시즌1을 마무리했고 시즌2를 준비중이다. 앞으로 이런 시도들을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첫 작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다"며 "관객과의 호흡이라는 알맹이가 빠진 것은 아쉽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런 실험은 연극 인프라가 비교적 잘 갖춰진 수도권을 비롯, 전국에서 하나둘 시도되고 있다. 극단들은 무대도 연극무대로 한정하지 않는다. 웹드라마와 차별성도 더욱 옅어지는 대목이다.

다만 연극과 다른 숏폼(short form) 콘텐츠의 태생적 한계를 넘는 것은 숙제다. 숏폼 콘텐츠는 짧은 분량과 빠른 전개로 승부수를 던지기 때문이다. 자칫 표정 연기 등 디테일에 몰입해 전개가 느려지는 연극의 특성이 웹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연기와 대본의 힘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고 있다. 안재범 계명대 공연학부 교수는 "연극이 새로운 장르와 접목해가는 과정이다. 편집의 묘미 등을 살린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저비용으로 창작자의 예술 성향을 잘 반영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니 연기와 대본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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