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신춘문예 심사평]희곡·시나리오

세대를 망라한 다양한 주제의 뛰어난 수작 대거 몰려

김재석-희곡시나리오 김재석-희곡시나리오

세대를 망라한 다양한 주제의 뛰어난 수작 대거 몰려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응모 편수에 먼저 놀랐고, 높은 기량을 보여주는 작품이 많아서 거듭 놀랐다. 응모작들을 읽고 추려나가는 동안 심사자들은 행복한 고민 속에 빠져 있었다는 사실을 꼭 전하고 싶다. 마지막까지 심사자들의 손을 떠나지 않은 작품은 네 편이었다. 희곡 '늙은 개의 산책', '스탭', '한낮의 유령'과 시나리오 '고도의 괴물' 모두 탄탄한 기본기 위에 자신만의 뚜렷한 개성을 쌓아올린 탁월한 작품이었다. 네 편의 작품이 각각 고유한 미덕을 지니고 있는 까닭에 많은 논의를 거듭해야 했지만, '한낮의 유령'이 당선작으로 손색이 없다는 점에는 빠르게 의견일치를 보았다.

제목 자체가 독특한 울림을 주는 '한낮의 유령'은 한국사회의 주요 현안인 가족해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공원의 벤치라는 한정된 공간과 소수의 인물 활용은 단막극의 전형적인 설정이지만 작품을 단조롭고 지루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작가는 시차를 두고 드나드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등장인물을 이용하여 그 한계를 극복하면서, 가족해체 현상의 다양한 측면을 함께 건드렸다. 늙은 아버지의 가출을 의도적으로 방임했던 남자는 그를 찾기 위해 공원에 왔고, 이혼으로 어머니를 잃어버린 다문화 가정의 소년은 빚쟁이를 피해 도망간 아버지를 찾아 공원으로 왔다. 그 둘을 매개하는 노인은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상대방의 처지를 제멋대로 재단해버리는 폐쇄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생동감 넘치는 인물들이 서로 얽히면서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가 무엇인지를 깨닫도록 한다. 다만 3장에 등장하는 순경이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한 '의도적인 해설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점이 못내 아쉬웠다.

나머지 세 작품도 당선작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고도의 괴물'은 이장네 큰아들의 인물 성격이 모호하여 선아가 편입된 마을의 폭력적 구조를 명확히 드러내지 못하는 점이, '늙은 개의 산책'은 아기자기한 작품이지만 관객들이 예상하는 과정과 결말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상투성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스탭'은 상징성이 강한 희곡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작품이다. 그러나 그 장점을 극의 마지막까지 지속시켜나가지 못하고, 은수와 아이가 잃어버린 꿈에 대해 직접 이야기 나누는 상황을 설정한 것이 단점으로 남았다. 작은 결함들을 보완한다면 세 작품 모두 훌륭한 단막극으로 거듭날 수 있다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심사위원: 김재석(경북대 교수), 최창근(극작가 겸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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