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오래된 예배당 탐방…참된 신앙·삶의 길 찾다

예배당 순례/ 서영처 지음 / 나무옆의자 펴냄
제주 대정교회에서 만주 명동교회까지 순례
문학작품·성경구절 인용 통해 입체적 조명

청라언덕에 세워진 대구제일교회. 청라언덕에 세워진 대구제일교회.

이 책은 우리나라의 오래된 예배당을 순례하며 그곳에 담긴 문화와 역사를 돌아보는 에세이다. 저자는 제주도 대정교회에서 만주 명동교회까지 문학 작품의 배경이 되어온 예배당을 중심으로 기독교의 처음 정신을 지켜가는 예배당과 그곳을 가꾸어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순례의 발걸음은 인간과 자연, 인간과 신, 선과 악, 삶과 죽음 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 진정한 삶의 가치와 종교의 의미를 탐색하는 데로 나아간다.

◆유서 깊은 예배당과 그곳을 지켜온 사람들의 이야기

동화 작가 권정생(1937~2007)의 발자취가 살아 있는 안동 일직교회에서 시작된 순례는 남으로는 제주도, 북으로는 만주 조선족자치주까지 이어진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소설가인 박화성(1903~1988)의 작품 '한귀'(旱鬼)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나주 광암교회, 일제강점기 만주 지역의 기독교 공동체로서 민족교육과 항일운동의 중심지 역할을 한 명동촌과 명동교회, 전통 속에 숨어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 양동마을의 양동교회, 심훈의 소설 '상록수'의 실제 주인공 최용신(1909~1935)이 농촌계몽운동을 펼친 안산의 샘골교회, 예배와 교육을 중심에 두고 독립운동을 지원하며 민족교회로서의 역할을 수행한 봉화 척곡교회가 차례로 소개된다.

이어 기독교가 대구 지역에 뿌리내리는 데 중심 역할을 한 청라언덕과 그곳에 세워진 대구경북 지역 최초의 교회인 제일교회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 일제강점기 신사참배 반대운동의 거점으로 수많은 기독교 지도자와 열사를 배출한 밀양 마산교회, 선교사들의 희생과 헌신을 돌아보게 하는 지리산 노고단 수양관, 근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겪으면서도 용서와 사랑을 보여준 손양원(1902~1950) 목사와 여수 애양교회, 한센병 환자들이 고통의 세월을 이겨낸 '당신들의 천국(天國)' 소록도 교회 이야기도 소개된다. 또한 재일동포 건축가 아타미 준이 구약성경의 내용을 모티프로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해 지은 제주도의 방주교회와 제주도 첫 목사인 이도종 목사가 사역한 대정교회, 독립운동가 유관순의 모 교회이자 아우내장터 만세운동을 모의한 충남 매봉교회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 속에는 세상에 몸을 던져 불의에 저항하고 민중 곁에서 사랑을 실천한 초기 기독교의 역사가 생생히 담겨 있을뿐만 아니라 오늘도 그 정신을 지키며 신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이들 교회 및 예배당의 역사적 내력과 현재 모습을 시와 소설, 노래 등 문화예술 작품과 성경 구절을 인용하며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답사하며 찍은 사진도 함께 실어 현장감을 더해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다.

◆오래된 예배당에서 종교의 의미와 삶의 길을 묻다

이 땅에 기독교가 전파된 지 100년이 넘었다. 그간 기독교는 선교, 교육, 의료, 한글보급, 문맹퇴치, 애국계몽운동, 여성운동 등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유서 깊은 교회들에서 3·1운동 참여, 신사참배 거부, 순교 사례를 접하는 건 드물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현재 기독교는 여러 측면에서 사회적인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교권주의와 대형화, 돈에 대한 지나친 관심, 도덕적 타락 등 예수가 피 흘리며 희생해 가르친 본질과 멀어져가는 한국 교회의 현실에 대한 비판을 곳곳에 담고 있다. 저자는 내적 성장을 멈춘 한국 교회가 내부에서 자정하고 개혁하지 않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예전에 기독교는 성실함과 건전함의 상징이었지만 지금은 어느새 부패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더 이상 순교할 일도 박해받을 일도 없는 기독교가 태평성대를 누리다 보니 물질추구와 탐욕, 타락의 길로 들어서버렸다"고.

저자는 또 "한국 교회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그 어느 때보다 낮은 자세로 섬김의 미덕을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260쪽, 1만6천원.

▷저자 서영처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했으며 국문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3년 시인으로 데뷔했다. '피아노 악어'와 '말뚝에 묶인 피아노' 등의 시집과 인문학을 바탕으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한 에세이 '지금은 클래식을 들을 시간', 노래를 통해 시대정신과 대중의 욕망을 해석한 '노래의 시대' 등이 있다. 현재 계명대 타불라라사 칼리지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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