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언더랜드-심원의 시간여행

'UNDERLAND',즉 지하세계는 언제나 두려움과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류 문명에서 최초의 아트 갤러리였으며 문명발전에 필요한 수많은 광물을 제공해왔고 최근에는 인류의 재앙을 막을 핵폐기물 처리장의 역할마저 수행해 오고 있다. 매일신문 DB 'UNDERLAND',즉 지하세계는 언제나 두려움과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인류 문명에서 최초의 아트 갤러리였으며 문명발전에 필요한 수많은 광물을 제공해왔고 최근에는 인류의 재앙을 막을 핵폐기물 처리장의 역할마저 수행해 오고 있다. 매일신문 DB

UNDERLAND/로버트 맥팔레인 지음'조은영 옮김/소소의 책 펴냄

상상의 나래를 한창 펄럭이던 어린 시절에 우리의 뇌리를 스쳐간 수많은 세상 중 하나는 바로 지하세상이다. 어쩌면 깊고 깊은 땅 속에 지상과 같은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곳 세상은 어른들의 간섭도 없고 어린이들이 마음대로 놀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정말 그곳을 가고 싶은데 뭘 타고 갈까? 상상의 꼬리물기는 이렇듯 한동안 그칠 줄을 모른다.

'UNDERLAND'는 지은이가 6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한 역작으로 지구의 방대한 지하 세계를 탐험하면서 각각의 주제에 따라 땅 속 세상의 감춰진 문학, 신화, 기억 등을 크게 3부로 분류해 우리 발밑에 숨겨진 세상을 드러내 주고 있다.

그 범주는 그린란드의 깊고 푸른 빙하에서 나무가 소통하는 지하 네트워크까지, 청동기 시대의 매장지에서 도시의 카타콤(지하묘지)과 외딴 북극해 바다 동굴의 바위 예술까지, 우주가 탄생한 순간에 형성된 암흑물질에서 현재의 인류세에 닥칠 핵 미래까지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심원의 시간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어둠 속 언더랜드를 보다-은신 기능

일단 지하세계로 가려면 내려가야 한다. 하강인 셈이다. 하강은 일말의 상식과 정신의 물매를 거스르는 반직관적 행동이다. 그럼에도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땅 속만큼 오래도록 안전하게 무언가를 숨길 곳은 없기 때문이다.

수렵채집 시기에 인류는 짧은 수명, 고된 삶, 식량과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다가 죽은 가족의 몸을 자연적으로 형성된 깊은 동굴에 고이 가져다 놓았다.

우주탄생의 비밀을 풀 단서인 암흑물질 탐구를 위해 과학자들은 지하 900m 아래 실험실에서 몇 날 또는 몇 달을 지내며 그 실마리의 흔적을 추적하고 있다.

게다가 땅 속에서는 또한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숲 생태계를 유지시켜 온 곰팡이 네트워크의 놀라운 힘의 원천도 만날 수 있다.

지은이는 이런 사례를 전 지구적 지리를 아우르며 그 속에 함축된 의미를 파헤쳐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있다. 과거 인류의 기억을 되새기고 소중한 물건을 보존하며 후세에 메시지를 남기고 연약한 생명이지만 거대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원이 되는 것들까지 세세한 정보를 담아냈다.

◆감춰진 언더랜드를 찾아서-생산 기능

유럽 선사시대 동굴벽화는 대부분 프랑스 서부와 스페인 북부 동굴이나 은신처에 존재하고 있다. 약 2만년 전 프랑스 라스코 동굴 황소의 방에는 5m짜리 오록스(소의 조상격인 동물)가 그려져 있다. 이 시기 북유럽 지역과 영국은 빙하가 덮여 있었다.

다만 프랑스 남부와 스페인 북부 지역은 석회암 지대가 발달해 있어 동굴이 형성될 조건이 됐고 벽화 위로 탄산칼륨이 흘려 내려 투명 필름을 덧대는 큐레이터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가 그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땅 속은 또한 인류 문명 발달과 함께한 광물을 제공한 곳이기도 하며 귀금속의 경우 풍요와 부유함을 제공한 근원이 된다.

이런 사정은 달리 말해 필연적으로 어둠이나 죽음의 이미지로 머릿속에 각인된 이미지와 달리 빛이나 희망과도 관련돼 있다.

사람들은 두려움에 버리고 싶었던 것과 사랑해서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언더랜드에 두었다.

◆언더랜드에 홀리다-처리의 기능

현대는 범지구적 변화의 시대이다. 묻혀 있어야 할 것이 떠오르고 있다. 북극에서는 영구동토층이 녹으면서 고대의 메탄가스가 새어나오고 침식과 온난화로 인해 드러난 순록 사체에서 탄저균 포자가 방출, 인간을 오염시켰다. 지구 곳곳에서 잠자던 괴물들(?)의 어두운 힘이 오랜 잠에서 깨어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간은 스스로 만든 재앙을 막기 위해 지구 곳곳에 핵폐기물 처리장을 짓고 있다. 그것도 땅속에 말이다.

핀란드 남서부 올킬루오트섬는 고준위 핵폐기물 처리장이 땅 속에 지어져 있다. 이곳을 앞으로 10만년 동안 온전성을 유지하며 미래의 빙하기를 버텨낼 것이라고 한다. 지하세계가 인류세를 맞은 우리가 그동안 내뱉은 각종 유해물과 극독물을 품는 장소로 변하고 있다.

지은이는 이외에도 도시, 폐허, 배관, 수중, 빙하 등 땅 속에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그 의미와 숨겨진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다만 외국의 생소한 지명들과 글 쓰는 순서에서 시간의 흐름 관계가 순조롭지 않기 때문에 완독까지는 상당한 인내가 요구된다. 520쪽, 2만8천원

 

지은이 로버트 맥팔레인

경관, 기억, 장소, 자연에 관한 저술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2003년 출간한 첫 저서 '마음의 산'은 BBC에서 영화로 제작됐다. 2007년에는 '와일드 플레이스'로 스코틀랜드 올해의 논픽션상을 수상했으며 2017년 미국 문예아카데미가 수여하는 포스터 문학상을 받으며 세계적 자연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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