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인간수업’, 청소년의 진짜 세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 19금 청소년 범죄물로 호평

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김진민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인간수업'은 지금껏 우리네 드라마가 다루지 않았던 소재를 다루고 있다. 19금 청소년 범죄물이 그것이다. 최근 벌어진 N번방 사건으로 논란이 생길 위험이 있었지만, 이 드라마는 과감한 솔직함으로 호평 받는 드라마가 되었다.

◆우리네 청소년 드라마와는 다른 '인간수업'

지난 4월 29일 넷플릭스에서는 김진민 감독의 10부작 드라마 '인간수업'을 전 세계 190개 국에 공개했다. 그런데 특이한 건 고등학생들이 주인공들이지만 19금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지금껏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청소년 드라마들을 떠올려 보면 이 작품이 19세 이상 관람으로 분류되어 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에게 청소년 드라마 하면 떠올리는 이른바 '학원물'은 대부분 건전한 틀을 벗어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입시 같은 학업 문제와 친구들 사이의 왕따 문제 같은 갈등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이들 학원물은 대부분 그 학교라는 테두리를 그리 벗어난 적은 없었다. 그게 아니라면 청춘의 달달한 첫 사랑 로맨스가 더해지거나.

하지만 '인간수업'은 다르다. 그것은 'Extracurricular(정식과목 이외의)'라는 데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인간수업'은 학교 바깥에서 이 고등학생들에게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놀랍게도 그건 청소년까지 이용하는 성매매다. 학교에서는 지극히 평범하고 소심해 보이는 주인공 오지수(김동희)는 성매매 어플을 운영해 돈을 버는 인물. 그런데 그 어플을 이용해 성매매를 하는 이들 중에는 같은 반 서민희(정다빈) 같은 고등학생도 있다. 서민희는 그렇게 돈을 벌어 자신이 좋아하는 남자친구이자 학교 짱인 곽기태(남윤수)에게 선물을 사주는 데 쓴다. 그리고 오지수의 비밀을 알게 된 배규리(박주현)는 뭐든 잘하는 모범생이지만 자신을 상품 취급하는 부모들에게 반항하면서 그 범죄의 세계에 깊이 가담하게 된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이처럼 '인간수업'은 지금껏 청소년들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좀체 다루지 않았던 어두운 세계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어째서 굳이 이런 선택을 한 걸까. 그것은 그게 바로 청소년들의 진짜 세계이기 때문이다. 물론 저 무수한 학원물들이 담아냈던 건전한 세계를 오가는 청소년들이 많지만, N번방 사건을 통해서 드러났듯이 그렇지 않은 음지에서 벌어지는 일들도 적지 않다는 것. 다만 어른들이 믿고 싶지 않았을 그 세계를 '인간수업'은 용감하게도 끄집어내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자극적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발

19금 청소년 범죄물이라는 표현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인간수업'은 자극적인 면이 있다. 김진민 감독이 인터뷰를 통해 말했듯, 국내의 지상파에서는 애초에 시도조차 하기 어려운 소재다. 하지만 '인간수업'은 어찌 보면 넷플릭스에 최적화된 콘텐츠가 아닐 수 없다. 넷플릭스 콘텐츠들의 상당 부분이 19금이고, 소재나 표현수위가 굉장히 높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콘텐츠들은 호평을 받는 작품들이 많다. '브레이킹 배드'나 '나르코스' 같은 작품들이 그렇다. 이게 가능한 건 과감하고 파격적인 선택들을 하고 있지만, 그 작품들이 분명한 메시지와 완성도로 작품성 또한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수업'이 그렇다. 자극적이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도발인 데다, 완성도 또한 높다. 넷플릭스라는 공간에서 '인간수업'은 그래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이 작품이 넷플릭스가 집계한 한국인기콘텐츠 1위를 달리고 있고, 우리네 반응 또한 좋다는 점이다. 이것은 무얼 말해주는 걸까.

최근 28.3%로 비지상파 최고시청률을 기록한 JTBC '부부의 세계'가 말해주듯 이제 성인 콘텐츠에 대한 수용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그 폭이 넓어졌다. '인간수업' 같은 청소년 성매매 소재의 콘텐츠가 받아들여지는 건 다름 아닌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Over The Top·온라인동영상제공서비스) 를 통해 우리네 시청자들 역시 성인 콘텐츠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이 별로 없어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넷플릭스 '인간수업' 스틸컷

◆외면해왔던 진짜 세계가 던지는 충격

'인간수업'이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논란이 아닌 화제작으로 받아들여지게 된 건, 소재는 자극적이지만 자극적인 표현을 지양하고 범죄를 미화한다거나 청소년 범죄자들을 두둔하는 그 어떤 여지조차 보여주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의 진정성은 주인공인 오지수가 어른의 부재에 의해 탄생한 괴물이지만, 그렇다고 그를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그는 생존본능에 충실하며 그래서 때론 찌질한 면면을 가진 인물로 그려진다.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진 범죄라는 것조차 모른 채 그 세계로 들어왔다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는 그런 인물.

본래 이 작품의 원제는 '극혐'이었다고 한다. 워낙 제목이 강렬해서 김진민 감독의 제안으로 '인간수업'으로 바꾸었지만 원제가 이 작품에는 더 잘 어울리는 게 사실이다. 청소년들은 대부분 알고 있는, 진짜 어른들이 부재한 그 세계는 저들의 표현대로 '극혐'이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우리네 어른들은 그 세계를 굳이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려고도 또 그런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도 인정하지 않으려 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 세계는 있을 리 없고 아름다운 청소년기만 존재한다고 줄곧 그런 콘텐츠들로 이야기해왔던 어른들에게 이 작품은 만만찮은 충격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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