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예술, 나의 삶] 미디어 예술가 김미련

디지털, 나와 타자와의 관계 매개체

미디어 예술가 김미련 씨가 작업실에서 컴퓨터를 이용, 멀티미디어 작업을 하던 중 촬영에 임하고 있다. 미디어 예술가 김미련 씨가 작업실에서 컴퓨터를 이용, 멀티미디어 작업을 하던 중 촬영에 임하고 있다.

 

김미련 작 '대구메가폰슈프레히콜-3채널 영상, 사운드설치-가변크기-대구예술발전소(2019) 김미련 작 '대구메가폰슈프레히콜-3채널 영상, 사운드설치-가변크기-대구예술발전소(2019)

괴테는 "예술만큼 세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또한 예술만큼 확실하게 세상과 이어주는 것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어쩌면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시각예술을 바탕으로 조각, 설치 및 이미지와 개념을 아우르는 복합적 조형예술가인 김미련(52)에게 적확한 말이다.

김미련은 자신을 포함한 현대인들의 일상과 장소의 기억, 흔적, 실재의 채집과 기록적 측면이 두드러진 작품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기록과 표현에 있어 디지털적인 기술이용을 통해 '장소 특정적'(Site-Specific) 예술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장소 특정적'이란 제도 비판적 예술행위에서 '작품'은 더 이상 '명사/오브제'가 아니라 '동사/과정'을 추구하며 예술에 대한 관람행위는 사회와 현상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갖게 자극하는 활동으로 21세기 동시대 예술가들에게는 친숙한 단어다.

2012년부터 그녀가 사무실을 겸해 둥지를 튼 대구시 중구 동인동 3가 2층의 작업실에 늦은 오후의 햇살이 비집고 들어왔다.

고향 안동에서 어릴 적 그림을 좋아했던 작가는 경북대 미술학과(88학번)에서 서양화를 전공했다. 재학시절과 졸업 후 5년 동안은 노동현장에서 걸개그림과 깃발 등 민중미술 계열과 서민들의 생활상을 주로 그림으로 표현했다. 1996년 예술마당 솔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평면 80%와 설치 20%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때 작업과 작품의 질적 측면에서 스스로가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예술가는 기본적으로 자의식이 강한데, 민중미술을 하면서도 타자의 관심과 나의 작업에 대한 의식 사이에 충돌이 생겨났죠."

이전에 작가는 1995년 서울에서 열린 독일 작가(임멘도르프)의 전시를 둘러보면서 강렬한 색감으로 표현한 통일독일에 대한 이미지와 독일사회의 부조리에 관한 신표현주의 작품들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에 김미련은 민중미술계열의 작업에서 작가와 타자, 사회에 대한 공동선에 관심을 갖고 1998년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미술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지도교수였던 펜크(Penck) 교수로부터 도제식 교육을 받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가르침은 그림 그리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그는 언제나 '예술은 배우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예술가의 길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것이며 난 스승이 아니라 동반자일 뿐이다'고 강조했죠."

그녀는 10년간의 유학 기간 중 십 수차례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가하면서 자아를 찾는 일에 몰두했고 2008년 귀국 후 대구에서 12년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유학 후 나의 세상을 보는 시각은 달라졌죠. 이전엔 타자의 시선에 무게중심을 두었다면 이제는 나를 통해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거죠."

작가는 비로소 어떤 사회적 공동체적 주제가 있더라도 오로지 자신의 시각에서 바라본 작품을 표현함으로써 스스로가 작가의 길을 만들어 내게 된 것이다. 그 길은 다름 아닌 각자의 개성과 자유가 살아있는 공동선의 입장에서 이웃과의 연대감에 기초한 작품 활동의 출발인 셈이다.

2011년 김미련은 온라인을 통해 태국, 중국, 영국, 캐나다 등 작가들과 네트워크로 연결, 미디어 인터랙티브(Interactive'상호 작용적인) 작업을 시작했고, 2012년엔 장르 간 경계, 지역 간 경계, 국가 간 경계를 넘는 예술창작 활동을 추구할 목적으로 미디어 아트에 바탕을 둔 다원 예술인 10명을 모아 'Local Post'팀을 구성, 융'복합적 예술 활동을 주도했다.

그 결과물은 2019년 대구시 북구 어울아트센터에서 '멀티미디어 그룹 초대전' 형식으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또 그녀가 살고 있는 대구라는 도시의 문화, 장소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지역의 정체성과 현재성에 대한 질문으로 관객과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2018년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시도한 '동인동인(東仁同人)팀'이 그것이다. '동인동인 프로젝트'는 올 4월 말 철거되는 대구시 중구 동인아파트를 대상으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잊어졌거나 사라질 역사와 문화를 새롭게 추적, 이전 일상의 모습이나 흔적을 드러낸 작업이다. 지은 지 50년이 넘은 동인아파트는 오래될 걸로 치면 우리나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작가는 이 동인아파트를 모티브로 작가 레지던시, 나선형 계단의 디지털 작업, 게스트하우스 등을 통해 흔적을 남기며 해당 아파트에 대한 예술적 아카이브를 기록했었다. 이게 바로 '장소 특정적 미술'과 '공공미술'의 결합이다.

"나의 미디어 아트는 적절한 기술과 미디어를 매개로 나와 타자와의 관계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동인동인 프로젝트 역시 '장소 특정적 예술'의 일환으로 장소에 대한 이해, 역사, 사람, 건축물에 대한 역사를 이해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작업을 시도해 본 것이죠."

이와 더불어 김미련이 2016년부터 비무장지대에서 자라난 다양한 야생풀을 스캔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어릴 적 고향에서 산과 들을 다니며 매우 친숙했던 풀은 작가가 된 현재 그녀의 예술작품의 오브제로 재탄생하고 있다.

결국 김미련 예술세계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장소 특정적' '공공 설치' '기록성(아카이브)'의 세 가지가 있다.

앞으로 그녀는 월북했고 중국에서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개인사를 모티브로 기록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분단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아카이브를 디지털 기술과 인터랙티브적인 방법을 통해 구현해보고자 한다.

글 사진 우문기 기자 pody2@imaeil.com

관련기사

AD

문화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