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공감결핍증

송석화 메시지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송석화 메시지 캠프 대표

세대와 젠더, 계층 등을 둘러싼 갈등에 직면하고 있는 요즘, 공감 능력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감성지능(EQ)이 전례 없는 인기를 누리는 반면 역설적이게도 타인의 사정에 대해서는 '내 알 바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사라 콘래스(Sara Konrath) 교수에 따르면 요즘 세대의 공감 능력은 20~30년 전보다 40%나 떨어졌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경쟁은 치열해졌고, 그에 비례해 투자한 노력을 회수하려는 열망도 커졌다. 내 앞가림을 하기에 바쁜 사람들에게 공감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이상적일지도 모른다. 온라인상에서 자연스럽게 친구를 맺고 끊으면서 관계는 가벼워졌고, 자극적인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진 측면도 있다. 어쩌면 '공감결핍증'은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물이 "절반밖에 안 남았다"와 "절반이나 남았다"는 같은 상황을 묘사하고 있지만 언어적 표현에는 차이가 있다. 우리는 슬플 때나 기쁠 때 똑같은 방식으로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다. 즉 '무엇을' 말하는가보다 '어떻게' 말하는가가 더 중요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rhetoric)에서 청중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에토스(ethos),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가 필요하다고 했다. 에토스는 화자의 공신력을 내세우는 방법이고, 로고스는 논리적인 말의 내용을 강조하는 방법이다. 파토스는 청자의 심리적 상태나 욕구를 고려한 설득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살았던 시대에 비해 세상은 복잡해졌음에도 우리는 즉각적인 선택을 요구받는다. 상대적으로 파토스의 영역이 커진 것이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감정으로 결정하고 이성으로 합리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파토스의 영향력은 로고스보다 즉각적이며 파괴적이다.

우리는 감정적인 교류를 통해 인간적인 친분을 쌓는다. 설득 과정에서도 청중이나 소비자가 듣고 싶은 말을 해줘야 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만큼 공감은 사회적 성취를 위해서도 필요한 자질이다. 그런데 갑과 을, 보수와 진보처럼 서로 다른 입장만이 존재할 때가 있다. 상대방의 감정을 잘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가 처한 상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공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타이밍 또한 중요하다. 영화 '결혼 이야기'(Marriage Story)의 한 장면에서 남편과 아내는 이혼 문제로 격렬하게 언쟁을 벌인다. 이내 지나친 언사를 깨닫고 서로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이 간단한 말을 자존심 때문에 미뤄두었더라면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른다.

상대방의 감정에 부합하게 대화한다는 것은 단순히 어떤 용어를 쓸 것이냐는 스킬적인 문제가 아니다. 커뮤니케이션에서 청중과 관련된 요소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에 대한 태도와 관점이 내재해 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자기 감정만 주장하는 사람들은 나르시스트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자기중심적인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가 '공감 능력의 결여'다. 국민 정서에 반하는 공인들의 언사가 오히려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나와 다른 사람에게 공감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공감해야 할 동기가 없다는 이유로 공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은 아닌지. 파스칼(Pascal)은 "이성뿐만 아니라 심장을 통해서도 진실을 안다"고 했다. 지금 우리는 개인적인 수준에서나 사회적인 수준에서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위로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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