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화랑 이석조회화전

이석조 작 '견우와 직녀' 이석조 작 '견우와 직녀'

나신의 여인이 첼로를 켜고, 찰리 채플린의 옷을 입은 아인슈타인이 웃고 있으며, 달밤에 두 남녀가 빈틈없이 꽉 껴안고 있다. 그런가 하면 또 나신의 여인이 자전거를 타거나, 말위에서 한껏 뒤로 누워 달리는 모습이 분명 관능적인데도 눈살을 찌푸리기는커녕 보는 이를 즐겁게 한다.

동원화랑에서 열리는 서양화가 '이석조 회화전'에 전시된 소품을 포함한 작품 30점 중 일부에 대한 묘사다.

작가 이석조(73)는 대구 출신으로 현재 미국 미네소타주 세인트 폴시에 거주하는 재미화가로 세인트 폴 시가지 옆으로 미시시피강이 흘러 스스로를 '미시시피 아티스트'란 닉네임을 사용하고 있다.

이번 회화전의 특징은 기존 화풍을 완전히 털어낸 작가의 최근 5년간의 신작을 주로 선보이며 말과 나신의 여인이 주 소재가 되고 있으며 화폭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모두 노랑머리에 하체가 상체보다 유난히 짧게 묘사되어 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말과 여인의 바디라인은 무척 아름답다. 본질적으로 에로티시즘의 상징으로서 손색이 없다. 또 말은 그 움직임에서 여성상과 남성상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밝혔다.

작가는 1988년 조선일보 오픈전을 준비하며 큰 스트레스에 시달렸고 이에 병마가 덮쳐 죽을 고비가 찾아왔을 때 승마로 극복한 경험이 있다. 이때부터 그는 승마를 즐기게 됐고 이후 그의 그림의 소재로 말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거의 독학으로 조각과 그림 수업을 한 이 작가는 1980년 독일로 이주해 3년간 유럽미술 기행을 했다. 이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거장들의 작품을 보면서 느낀 것은 미술에서 대상의 재현을 의미하는 리얼리즘은 이제 더 이상 넘을 수 없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형태보다 색감에 몰두하게 되면서 동양적 색감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만다라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그림은 유희이며 화가는 색으로 말한다"

색채의 균형과 색의 절대적인 조화를 추구할 수 있다면 좋은 그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이후 그의 화론(畫論)이 됐다.

이석조의 그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면 속 대상들이 볼륨감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적인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은 그가 회화에 앞서 조소를 먼저 공부했기 때문이다.

"모든 조각은 3차원적인 입체감을 필연적으로 지닌다. 나의 그림 속 대상들도 어차피 입체감을 떼려야 뗄 수 없다."

이 때문에 그의 그림에는 생동감이 넘친다.

이어령 전 초대문화부장관은 "이석조 화백의 그림을 보면 여름 대낮 어느 뜨락에서 번쩍이던 사금파리가 생각난다. 그는 너무나 익숙해진 온갖 제도의 그 딱딱한 표면을 예리한 영혼의 화살촉을 파낸다. 이 화백은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그의 그림은 별들의 무덤인 블랙홀이다. 우리를 저 켠쪽 우주 속으로 끌어들이는 블랙홀이다"고 평가한 적이 있다.

모든 걸 집어 삼키는 블랙홀은 이석조 작품을 감상한 사람이라면 흔쾌히 동의할만한 단어다. 작가의 아주 독특한 미적 감각은 이번 회화전 작품 하나하나가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는 데서도 그 탁월함을 부정할 수가 없다. 여기에 5년 전 사랑했던 미국인 부인과의 사별이 그의 작품세계를 바꿔놓은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인물의 특성을 최대한 살린 피카소, 고갱 등의 두상 조각을 고향인 대구에 기증하고 싶다는 말을 남겼다. 전시는 27일(금)까지. 문의 053)423-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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