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짠매 조합의 '빨간 맛'…떡볶이의 무한변신

 

떡볶이가 고급화로 이제 추억의 음식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떡볶이가 고급화로 이제 추억의 음식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떡볶이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다. 어른이 된 뒤에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빨간 떡볶이를 보면 군침이 돈다. 검붉은 국물 속에 풍덩 빠진 어린애 손가락 굵기만 한 얇고 긴 떡, 후춧가루가 들어간 듯, 카레 가루가 들어간 듯한 떡볶이 양념은 매콤하면서도 자극적이지만, 젓가락질을 멈출 수 없다. 그런 떡볶이가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깨끗한 실내에서 고급스러운 재료를 이용해 만든 고급 음식으로 거듭나는 등 떡볶이는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매운맛부터 달짝지근한 떡볶이까지

대구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떡볶이 전문점이 많다. 추억의 떡복이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가게가 있는가 하면 새로운 재료와 기술, 맛, 인테리어로 지역을 넘어 세계로 향하는 기업도 있다. 마약 떡볶이로 불리는 대구 원조 떡볶이 윤옥연할매떡볶이를 비롯해 이름도 비슷한 신천황제떡볶이, 궁전떡볶이, 신전떡볶이, 신천떡볶이, 황떡, 달떡볶이 등 매콤달콤한 맛 또한 특별하다. 최근 들어서는 빨봉분식, 이웃집 소녀 떡볶이, 너머 등 젊은이들의 취향을 고려한 카페 분위기의 인테리어와 이색 메뉴를 갖춘 떡볶이 가게도 있다.

국물이 자박한 매운 떡볶이가 대부분이다. 매운맛이 강하기 때문에 처음 먹는 순간 거부감이 들지만 그릇이 다 비워질 때쯤 추가를 외치게 되는 마성의 떡볶이다. 덜 달고 마술같이 서서히 코끝을 간질이는 짜릿한 매운맛이다. 국물이 많은 것은 김밥, 튀긴 만두나 어묵을 적셔 먹기 위해서다. 화끈한 국물맛에 적신 튀긴 어묵과 만두는 화끈한 맛을 더욱 증폭시킨다. 황떡 김애자 대표는 "먹는 순간 송골송골 땀 방울이 맺히고 그대로 혓바닥이 마비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매콤하고 달달하다. 매운맛을 중화시키려고 단맛의 음료수를 통째 두고 먹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요즘 들어서는 다양한 소스 맛을 기본으로 밀가루, 쌀, 기타 곡물을 이용한 여러 형태의 떡을 이용하는 가게도 있다. 단순히 배고픔을 달래는 수준을 넘어 건강과 영양을 고루 갖춘 떡볶이가 그것이다. 어린아이들에게는 1등 간식이나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고, 어른들에게는 저녁에 술안주로 어필하고 있다.

핀연구소 김규원 대표는 "대구 떡볶이는 국물이 자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튀김만두와 어묵을 곁들여 찍어 먹도록 하기 위함"이라며 "이제 떡볶이는 초중고생과 대학생까지 학교 앞의 소문난 떡볶이집과 회사원 등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카페 형태의 전문점, 끼니의 허전함을 달래기 위한 간식과 야식으로 먹는 시장 안 떡볶이집 등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음식이 됐다"고 말했다.

떡볶이 국물에 튀긴 어묵이나 만두를 찍어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떡볶이 국물에 튀긴 어묵이나 만두를 찍어 먹으면 환상의 궁합을 자랑한다.

◆떡볶이가 대구에서 사랑받는 이유는?

대구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좋아하고, 분식 문화가 발달해 전통 시장이나 골목마다 개성 있는 떡볶이들이 즐비하다. 대구지역에 떡볶이 가게가 많은 이유에 대해 핀연구소 김규원 대표는 "대구는 교육도시라 학생이 많은데다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지역색까지 더해져 떡볶이가 발달한 것 같다"면서 "국수 소비량이 많은 것처럼 대구 사람들은 유별나게 분식과 매운 맛을 좋아한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이어 "매운 떡볶이를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식욕을 느끼게 되고, 여성들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고 입소문이 퍼지면서 신천할매떡볶이가 전성기를 누리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떡볶이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몇천원짜리 길거리 음식에서 몇만원짜리 호텔 음식으로도 변할 수 있다. 사진은 마라떡볶이. 더 미소 제공 떡볶이에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몇천원짜리 길거리 음식에서 몇만원짜리 호텔 음식으로도 변할 수 있다. 사진은 마라떡볶이. 더 미소 제공

◆떡볶이의 진화와 변신

떡볶이가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깨끗한 실내에서 고급스러운 재료를 이용해 만든 고급 음식으로 거듭나는 등 떡볶이는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을 넘어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먼저 매장이 밝아지고 깨끗해졌다. 카페 혹은 아이스크림가게로 착각할 만큼 밝은 분위기의 가게가 많아지고 있다. 이웃집소녀 떡볶이 매장은 소녀 브랜드에 맞는 귀엽고 개성있는 로고와 매장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화이트 컬러를 베이스로 친근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핑크 포인트 컬러로 차별성을 강조했다. 핀연구소 김규원 대표는 "떡볶이 프랜차이즈의 주 고객은 10~30대의 여성이다. 여성에게 호감을 주는 매장의 분위기가 '떡볶이 프랜차이즈' 전성시대를 연 것"이라고 전망했다.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해지고 건강해졌다.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몇천원짜리 길거리 음식에서 몇만원짜리 호텔 음식으로도 변할 수 있다. 현재의 떡볶이는 대개 고추장과 설탕을 통해 매운맛과 단맛을 낸다. 가게에 따라 후추, 겨자, 케첩 등의 재료를 첨가해 독특한 맛을 내고 있다. 추가하는 양념과 재료에 따라서 치즈떡볶이, 곱창떡볶이, 자장떡볶이로 다양하게 변신한다. 포장마차 음식인 떡볶이가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의 인기 메뉴로 자리잡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분위기 좋은 곳에서 먹는 것이니만큼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떡볶이를 주문하면 대략 1만~1만5천원은 각오해야 한다. 일반적인 떡볶이가 떡과 어묵 정도만 넣고 센 불에 빠르게 익혀 먹는 패스트 푸드라면, 고기와 버섯 등 좋은 재료가 들어간 떡볶이는 슬로 푸드에 가깝다.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경향에 발맞춰 떡볶이도 길거리 간식에서 고급 건강식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튀김을 만들 때 건강을 위해 식물성 기름을 사용하는 가게도 있고, 화학조미료와 유해한 첨가제도 쓰지 않는 가게도 있다. 핀연구소 김 대표는 "요즘 손님들은 재료의 신선도를 중요하게 여긴다"며 "좋은 재료를 쓰다보니 가격이 그 기준에 맞춰 책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떡볶이를 산업화하고 있는 업체도 있다. 지난해 떡볶이를 기내식으로 제공하고 있는 더 미소는 신메뉴 소스를 연구·개발한 100여 개의 레시피를 응용해 새로운 맛의 떡볶이를 만들어내고 있다. 더미소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도록 매콤한 떡볶이 맛, 로제치즈 맛, 까르보나라 맛, 국물떡볶이 맛, 라볶이 맛 등 5종의 소스를 스틱 모양의 포장과 종이박스에 담아서 패키지화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올 하반기 출시 예정인 이 제품 역시 분말 소스로 이뤄져 실온에서 18개월 동안 보관이 가능하다. 더 미소 김범준 대표는 "대형마트나 편의점을 중심으로 소비자가 쉽게 구입하고 조리해 어디서나 다양한 맛의 떡볶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이탈리아의 파스타처럼 떡볶이를 전 세계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음식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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