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열등한 성(sex)/ 앤절라 사이니 지음/ 김수민 옮김/ 현암사 펴냄

지난해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참가 여성들이 성차별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지난해 대구 중구 동성로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행사에서 참가 여성들이 성차별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행진을 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매일신문DB

 

'여성은 언어능력이 뛰어나고 남성은 수리능력이 뛰어나다. 여성은 감성적이고 공감하는 존재이고, 남성은 이성적이고 분석하는 존재이다. 여성은 연약하고 남성은 강인하다. 남성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하며 바람을 피우고, 여성은 정숙하며 일부일처제를 지키려 한다.'

우리는 과학자들이 전달하는 내용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이며 과학은 편견에서 자유롭다고 믿는다. 과학자들은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이 증명됐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주장하는 사실이 과연 진짜일까? 연구결과의 왜곡이나 편견이 개입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성별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주장과 그 근거가 된 실험을 다시 살펴보고 허점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떤 것이 여성의 진정한 모습인가를 밝혀내고 편견에 가득찬 과학자들이 숨기려 했던 진실, 남녀평등이 진정한 자연의 법칙이라는 사실에 빛을 비춘다.

열등한 성 책표지 열등한 성 책표지

◆여성은 남성보다 열등한가

다윈은 유전의 법칙에 따라 남성은 여성보다 우월하다며 성공적 작가와 예술가, 과학자 중에 남성이 많은 것이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다윈에 따르면 암컷은 외모가 아무리 못나도 번식에 성공할 수 있지만 수컷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암컷에게 선택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기에 남성은 더 날카로운 지성과 훌륭한 신체를 갖게 되었고, 반대로 여성은 남성보다 진화가 덜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윈의 이론은 모순과 이중 잣대로 가득차 있다. 예를 들어 고릴라는 신체가 너무 크고 강해서 고등한 사회적 동물이 될 수 없다면서, 인간에 관해서는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가 크기 때문에 더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다윈뿐만 아니라 현대 과학 이론을 정립한 대부분 과학자들은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한 존재로 규정하고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그 틀에 끼워 맞췄다. 심지어 저명한 진화생물학자 찰스 다윈의 친구인 조지 로마네스는 평균적으로 여성의 뇌가 남성보다 28g 가볍기 대문에 여성의 지능이 남성보다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들은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키가 작고 몸무게도 가볍기 때문에 뇌의 크기가 작은 것은 당연하다거나 단순히 뇌가 무겁다고 지능이 높다면 고래나 코끼리가 인간보다 훨씬 똑똑해야 한다는 사실은 철저히 무시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생존에 강하다

우린 흔히 남성이 여성보다 더 튼튼하고 강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순히 생존이라는 점에서 본다면 오히려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 실제 유아 사망률만 보더라도 남자 아이가 여자 아이보다 첫 달에 사망할 위험이 약 10% 높다. 그런데 어째서 사람들은 여성이 남성보다 약하고 아픈 사람도 많다고 여기게 됐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같은 질병에 걸려도 여성은 살아남고 남성은 그렇지 못해서 아픈 남성이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또 사람들의 고정관념 중에 '바람을 피우는 것이 남성의 본능'이라고 하는 것도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다양한 실험과 동물 연구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남성에게 성적인 면죄부를 부여하고 여성을 억압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남성의 본능이 아니라 생명체의 본능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인원을 비롯해 새, 물고기, 곤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에서 발정기 동안 암컷은 다양한 상대와 여러번 짝짓기를 한다. 수컷이 여러번 짝짓기를 하는 만큼 암컷 역시 여러 수컷과 짝짓기를 하는 것이다. 인간의 경우만 보더라도 남성이 바람을 피우는 만큼 여성 역시 간통을 저지르지 않는가.

◆왜 남성이 여성을 지배하는가

우리가 흔히 하는 실수가 수컷이 몸집이 더 크다는 이유로 선천적으로 지배적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만일 한쪽 성이 지배적이라면 신체적으로 유리한 쪽이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이런 판단은 사실과 다르다. 예를 들면 긴팔원숭이는 수컷과 암컷이 겉보기에 매우 비슷하지만 수컷이 크기가 조금 큰데 수컷 긴팔원숭이가 암컷을 강압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크기는 짝짓기에서 경쟁 상대를 신체적으로 능가할 필요성을 포함해 많은 요소들의 산물이다. 특히 암컷의 경우 번식과 모유 수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몸집을 키우는데 사용하지 않는다.

다양한 종에서 크기는 어느 성이 지배적인가와 신뢰할 수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 꼬마사슴과에 속하는 물아기사슴과 작은 영양의 경우 암컷의 몸집이 더 크지만 그렇다고 암컷이 지배적인 것은 아니다. 반면 중국햄스터와 호랑꼬리여우원숭이, 피그미마모셋은 모두 암컷이 더 작지만 수컷을 지배한다.

암컷이 수컷의 폭력에 특히 취약한 종들에서 보이는 공통된 특징은 암컷이 독립된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암컷 오랑우탄은 자신에게 의존하는 새끼만을 데리고 혼자 이동한다. 암컷 침팬지는 시간의 3분의 2를 다른 성체 침팬지와 떨어져 홀로 지낸다. 인간의 삶은 더욱 복잡하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여성이 결혼을 하면 대부분 가족을 떠나 남편 가족의 일원이 되어 산다. 가족의 지원을 잃은 여성은 폭력과 억압에 극도로 취약해진다. 392쪽 1만8천원.

▷지은이 앤절라 사이니=옥스퍼드대학교에서 공학 석사학위를 받았고, MIT 기사 과학저널리즘 프로그램을 수료했다. 현재 BBC의 라디오4에서 과학 관련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 과학 저널리스트로서 '뉴 사이언티스트' '가디언' '사이언스' 등 전 세계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있다.

관련기사

AD

문화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