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의 필름통] 영화 '와일드 로즈', 가수 꿈 이루는 미혼모 이야기

아이 둘 미혼모에 전자발찌까지 찬 전과자, 가족 힘으로 일어서는 음악 영화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컷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컷

자신의 꿈을 이루는 영화는 늘 감동을 준다.

'와일드 로즈'(감독 톰 하퍼)는 야생화처럼 거친 삶에 찌든 미혼모가 주변 사람들 도움으로 컨트리 가수의 꿈을 이루는 이야기다.

1년간 수감 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로즈(제시 버클리 분). 뛰어난 가창력과 열정으로 14살 때부터 동네 바에서 노래를 불렀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우를 벗어나 컨트리의 본고장 미국 내쉬빌에 가서 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녀의 꿈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아이 둘을 가진 미혼모에 전자발찌까지 찬 전과자. 밤무대는 꿈도 꾸지 못한다. 결국 엄마(줄리 월터스 분)의 등쌀에 못 이겨 그녀는 꿈을 포기하고 가사 도우미로 취직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곳에서 기회가 찾아온다. 그녀의 재능을 알아본 집주인 수잔(소피 오코네도 분)의 도움으로 BBC 라디오 방송국의 유명 DJ를 만나면서 꺼져가던 그녀의 꿈은 다시 살아난다.

많은 음악 중에서 컨트리송이라니. 그것도 미국이 아닌 스코틀랜드에서. 글래스고와 내쉬빌은 6천300㎞나 떨어진 곳이다. 로즈의 꿈은 그 거리만큼이나 멀어 보인다. 그래서 로즈의 갈증은 더욱 간절하다.

컨트리송에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다. 로즈가 부르는 노래에서 현실의 고단함과 이루지 못한 꿈에 대한 안타까움이 고스란히 담겨 관객들의 가슴을 적신다.

'와일드 로즈'는 '빌리 엘리어트'(2001)의 제작진들이 의기투합한 음악 영화다. '빌리 엘리어트'가 탄광촌의 어린 발레리노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 주었듯이, '와일드 로즈'에서도 현실의 벽을 뛰어 넘는 긍정의 에너지로 꿈을 키워낸다.

이 영화는 가족과 음악, 그리고 열정이라는 세 가지 코드로 화음을 낸다.

로즈의 발목은 잡는 것은 전자발찌뿐이 아니다. 자유분방하면서 무책임한 로즈가 어릴 때 낳아 놓은 남매. 아이들은 1년 만에 출소한 엄마가 낯설기만 하다. 남매를 남의 손에 맡기고, 눈물을 흘리며 리허설을 위해 뛰어가는 로즈의 모습은 가슴이 아플 정도로 안타깝다.

로즈의 꿈은 결국 가족의 힘으로 피어난다. 무책임하다고 늘 꾸짖던 엄마가 로즈를 이해하고 틈틈이 모은 돈을 내놓을 때, 가족의 힘이 얼마나 큰 지 잘 보여준다. 빌리 엘리어트를 다시 일어서게 한 것도 결국 가족의 힘이었다.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컷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컷

스토리를 풍성하게 엮어 낸 것이 음악이다. 로즈의 감정 변화에 따라 부르는 'Peace in this House', 'Country Girl' 등은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렬하게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컨트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기타음이 전편에 흐르면서 관객들의 깊숙한 감성을 깨워낸다.

로즈를 연기한 배우 제시 버클리는 2008년 BBC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한 가수 출신 배우다. 그녀는 6개월 동안 뮤지션들과 함께 직접 사운드트랙을 작업했다. 영화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글래스고우'(Glasgow)는 오리지널 트랙 공모를 해서 수백 개의 노래 중에서 선정된 곡이다.

제시 버클리는 내년 오스카상 여우주연상 후보로 떠오르고 있을 정도로, 연기와 음악 등 재능을 이 영화에 한껏 발휘했다. 로즈의 엄마 마리온 역의 줄리 월터스는 '빌리 엘리어트'에서 발레를 가르치던 선생님으로 나온 연기파 배우다.

'와일드 로즈'는 미국 음악의 역사를 찾아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로즈가 미국 내쉬빌에 위치한 라이먼 강당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엘비스 프레슬리, 행크 윌리엄스, 조니 캐쉬, 마티 로밴스 등 한때 미국 전역을 흔든 가수들의 흔적을 엿보게 한다.

스타가 되면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자신과 가족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대스타의 꿈이 아닌, 노래에 대한 열정과 무대에 대한 꿈을 이루면서 통속적인 성공 스토리의 결을 피해간다. 그것이 오히려 더욱 현실적이다.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김중기 문화공간 필름통 대표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컷 영화 '와일드 로즈'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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