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의 아니면말고] 누가 설리를 죽음으로 몰고 갔나

매일신문 | #설리 #SM #최진리

안녕하십니까,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입니다.

어제였죠, 2019년 10월 14일, 걸그룹 에프엑스 멤버였던 가수이자 연기자인 설리 씨가 유명을 달리했습니다. 올해 나이 25살, 한창 자신의 꿈과 능력을 꽃피워야 할 나이에 설리 씨는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갔습니다.

설리 씨는 여러 모로 독특한 연예인이었습니다. 에프엑스에서는 입덕을 부르는 가장 예쁜 멤버로 인기를 끌었죠. 그러다가 어느 순간 '태도 논란'이 일었고, '팀을 파괴하는 핵폭탄' 취급을 받으며 한 순간에 미운오리새끼가 됐죠. 예쁘기는 했지만 굳이 타인에게 예쁨을 인정받으려 하지 않는 태도가 그녀에 대해 호불호를 갈리게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녀를 논란의 대상으로 만들었던 '노브라 논란'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해 보죠. 평소 SNS를 통해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은 사진을 게시하면서 생긴 논란은 설리를 주관이 뚜렷하고 자기 주장을 확실히하는 캐릭터로 만들었습니다. 이 논란에 대해 설리 씨는 JTBC2의 예능프로그램 '악플의 밤'에서 "브래지어는 건강에도 좋지 않고 액세서리일 뿐"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죠. 실제로 설리 씨의 '노브라 논란'은 많은 여성들에게 건강과 편리를 위해서라면 노브라를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그런 선택을 사회적으로 정죄받지 않을 권리를 환기시키기도 했고, 이는 당연히 누려야 할 여성으로서의 권리가 사회적 시선에 막히는 것에 대한 논쟁을 공론화시키는 역할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중들은 이런 소신 강한 여성에 대해 악플로 응답했습니다. 설리 씨가 무엇인가를 할 때 마다 대중들은 그녀에게 악플과 조롱,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일삼았습니다. 설리 씨가 달리 '악플의 밤'이라는 프로그램에 MC로 캐스팅이 됐겠습니까. 설리 씨는 이러한 대중들의 공격에 항상 당당한 모습을 유지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그 속은 점점 썩어문드러져 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인기피증, 공황장애, 우울증 등에 시달리고 있었던 거죠. 설리 씨는 '악플의 밤'에서 "실제 인간 최진리의 속은 어두운데 연예인 설리로서 밖에서는 밝은 척해야 할 때가 많다"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거짓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조언을 구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어두운 부분이 있는데 겉으로는 아닌 척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죠. 설리 씨가 자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 왔는지는 알기 힘듭니다. 다만 알 수 있는 건 어떤 대처방식을 취했든 결국 고통의 벽을 넘어가지 못했다는 것이죠.

이쯤 되면 대중은 한 번 반성의 시간을 가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설리 씨에게 사랑을 준 것도 대중이지만 고통을 준 것 또한 대중이니까요. 아마 설리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하게 만든 것 또한 누군가의 악플 한 줄이었을 겁니다. 묻고 싶습니다. 설리 씨에게 악플을 달았던 대중 여러분은 설리 씨가 고통받는 모습을 보며 행복하셨습니까? 결국 그 짧은 악플 한 줄이 설리 씨를 죽음으로 몰고간 겁니다. 설리 씨를 죽게 만든 건 결국 대중인 우리들입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이화섭의 아니면 말고,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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