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망/강호원 지음/들녘 펴냄

조선 세종 시기 김종서와 이징옥이 두만강 유역에서 군대를 이끌고 육진을 개척하는 장면을 담은 작가 김태의 민족기록화. 전쟁기념관 소장 조선 세종 시기 김종서와 이징옥이 두만강 유역에서 군대를 이끌고 육진을 개척하는 장면을 담은 작가 김태의 민족기록화. 전쟁기념관 소장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조선 전기 무신 이징옥은 세종 때 북방 6진 개척에 공을 세운 용장으로 김종서의 뒤를 이어 함길도 도절제사를 지냈다. 조선조 세종과 문종, 단종 3대에 걸쳐 북방을 지키던 이징옥은 역사서에 역적으로 기록돼있다. 수양대군이 권력을 잡기 위해 김종서 등을 죽인 계유정난 이후 군사를 일으켜 수양대군에 맞서려 했던 이징옥은 역적으로 남았다. 그의 거병은 '이징옥의 난'으로 기록됐다.

조선왕조실록 등 정사에 따르면 단종 때인 1453년 수양대군이 계유정난으로 사실상 왕권을 잡고 이징옥을 불러올리자, 서울로 오던 그가 정변을 눈치채고 돌아가 자신의 자리에 임명된 박호문을 죽였다. 그리고 자신을 대금황제(大金皇帝)라 칭하며 도읍을 오국성(五國城)에 정하려 하니 야인(野人)들이 복종했다고 한다.

계유정난 당시 혼란한 틈을 타 북방의 여진족 세력을 등에 업고 대금황제를 칭하며 군사를 일으켜 역모를 도모했다는 것인데, 소설 '물망'은 '이징옥의 난'이 사실은 '충신의 거병'이었음을 주장하는 역사소설이다.

◆역적으로 남은 이징옥을 재조명하다

단종의 복위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성삼문, 박팽년 등 선비들은 시간이 흐른 뒤 '사육신'(死六臣)으로 존경받지만, 이징옥의 단종에 대한 충심은 반란이라는 틀에 갇힌 채 재평가 받지 못했다.

소설은 이징옥의 거병이 역심으로 군대를 일으킨 것이 아니라, 종신들을 피살하고 단종을 사실상 구금 상태에 두며 왕위 찬탈에 대한 야욕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 반기를 들고 종사를 정상화하기 위해 의거한 것이라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지은이는 증거 중 하나로 '세종실록'을 든다. 세종실록에는 이징옥을 애민 정치를 펼쳤던 참 수령이자, 왕의 두터운 신임을 입었던 충신이라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수양대군이 세조로 역사의 승자가 됐고, 패자인 이징옥은 역적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조선왕조실록을 기반으로 한 철저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사필귀정(事必歸正), 파사현정(破邪顯正)의 기치를 들고 수양대군과 그 도당의 패도에 맞서 일어서는 이징옥과 그를 따르는 북방의 무장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충신들을 재평가하고, 패자로 남아 사라진 역사를 드러내고자 하는 문학적 시도가 담겨있다.

◆이징옥과 북방 역사를 회복해야

언론사에서 편집국장과 논설실장을 역임한 지은이 강호원은 이징옥과 함께 여진족에 대한 평가도 왜곡돼있다고 봤다.

수양대군은 이징옥의 거병 이후 보복 차원에서 친(親) 이징옥 성향의 '올량합 여진족'을 가차 없이 숙청한다. 이로 인해 태조 이성계의 조선 건국 당시부터 줄곧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던 여진족과의 관계는 극도로 악화된다. 또 '오랑캐'라는 비하 표현도 당시 올량합의 독읍을 변형한데서 유래돼 아직까지 쓰이고 있다.

지은이는 여진족과 관련된 역사를 부정하고 적대시하는 태도에서 발해 역사를 삭제했던 '삼국사기'의 편협한 사고와 같은 역사 인식이 되살아났다고 탄식한다. 세조대에 이르러 이징옥에 대한 역사를 지우는 과정에서 여진족과 관련된 우리 북방 역사도 상당 부분 누락됐다는 것이다.

소설은 이징옥을 재조명하고, 여진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고쳐나가는 등 북방 역사를 회복하는 길만이 식민사관을 바로잡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지은이 강호원은 우신고를 나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원에서 동양 역사를 공부했지만 공부를 마치지 못했다. 세계일보에 입사해 북경특파원, 경제부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논설실장으로 일하면서 역사 공부를 이어갔고, 옛 조선(고조선)과 부여,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는 북방 역사를 함께 일군 여진인을 오랑캐라 부르며 적대시하는 편협한 역사 인식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물망'은 그런 안타까움을 품고 쓴 소설이다. 저서로 '중국에서 대박난 한국 상인들', '베이징 특파원 중국경제를 말하다'(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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