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시인 이육사 친필 휘호 공개 '수부선행'(水浮船行)

이육사의 종손자 이승환 씨, 언론 통해 첫 공개

민족시인 이육사(본명 이원록)가 1930년대 초에 독립운동가인 외삼촌 '일창'(一蒼, 본명 허발)에게 보낸 휘호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수부선행'(水浮船行)이라고 쓴 4자의 한자성어는 이육사가 만주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던 외삼촌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이완재 영남대 철학과 명예교수의 해석에 따르면 '수부선행'이라는 글은 "한자성어 그대로 해석하면 '물이(외삼촌을 비롯한 독립자금 후원인들) 배(이육사를 비롯한 독립운동 동지들)를 띄워 가게 한다'는 뜻으로 당시 국내·외적인 정황으로 볼 때 외삼촌이 열심히 번 돈으로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하는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의 종손자인 이승환 씨가 3일 경산시 자택에 보관 중인 이육사 사자성어 휘호를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독립운동가 이육사 시인의 종손자인 이승환 씨가 3일 경산시 자택에 보관 중인 이육사 사자성어 휘호를 세상에 처음 공개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초서체로 쓴 이 한자성어는 1930년대 초에 이육사가 자신의 필명 '이 활'(李 活, 1930년 1월3일 조선일보에 발표한 첫 시작품 '말'에서 사용)이라는 이름으로 당시 물심양면으로 독립운동을 돕고 있는 외삼촌에게 보낸 휘호다. 독립운동 일선에서 활동하지는 않았지만, 항일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애국자들을 뒤에서 돕고 있는 외삼촌에게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이 휘호를 본지에 첫 공개한 이육사의 종손자인 이승환(전 경산시 경제통상국장) 경산산업단지관리공단 전무이사는 "최근 집안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에 이 휘호를 발견했다"며 "한문에 능통한 주변 지인들에게 확인한 결과 의미가 있는 글로 판단해 세상에 알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휘호에서 육사는 낙관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전무이사는 외삼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면서, 스스로를 낮추고자 하는 의도로 풀이했다. 이 때문에 자신의 필명인 '이 활' 앞에 '永客生'(영객생)이라는 자신의 처지를 빗댄 세 글자를 썼으며, 더불어 '객처럼 영원히 떠도는 신세'를 살짝 드러내기도 했다.

이육사의 집안은 왕산 허위 선생 일가와 혼인관계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으며, 육사의 어머니가 일창 허발의 여동생인 허길(許佶)이다. 일창 허발은 왕산 허위의 4촌 범산 허형의 둘째 아들이다.

이 전무이사는 "그 전에도 이 글을 봤는데, 그 뜻을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 마침 헷갈렸던 초서체 한자들이 해석되면서 이 휘호를 세상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며 "1930년대 초에 독립운동을 하면서 외삼촌에게 고마움을 느꼈던 육사의 마음이 잘 드러난다"고 말했다.

한편 이육사는 6형제(六友堂) 중에 둘째로 형 원기(이승환의 조부로 건국훈장 애국장 수상), 동생 원일과 함께 1927년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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