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주영순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무량수전에서 /주 영순

길을 잃은 듯 안양루에 서 있다. 절집은 처마 끝마다 버선코처럼 살짝 들리어져 신비롭다. 운해에 섞여 먼 산은 간 곳 없고 어렴풋이 보이는 낮은 산들이 남실거리는 파도처럼 아련하게 보인다. 우산을 높이 들고 공중에 뜬 기분으로 천천히 돌아선다. 비를 맞는 무량수전의 모습이 음전하다.부석사는 일주문에서 안양루까지 돌계단으로 길이 이어져 있다. 다른 절집처럼 한눈에 사찰 정경이 보이지 않는다. 누각 밑의 계단을 한 발 한 발 디딜 때마다 번뇌를 하나씩 버리면 누구나 극락으로 들어갈 수 있단다. 헝클어진 생각을 정리하다 전화 속 힘없던 딸의 음성에 맥없이 주저앉던 날이 떠오른다. 어느 만큼 가다가 절집의 수려한 모습이 펼쳐지고, 단청이 없는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범종루로 들어선다. 시야가 시원해 한숨을 돌린다.사사로운 갈등을 미련 없이 버리지만 돌아서면 어느새 가득 차 있는 번뇌를 어이하겠는가. 맑은 여인으로 살고자 했었다. 못난 짓거릴 많이도 하였다. 뉘우침은 없고 한만 남는 이유는 뭘까. 교만이, 이기심이 옥죄는 걸 왜 모르나. 비는 끊임없이 내리고 아홉 개로 되어있는 석단의 마지막 돌계단을 딛는다.딸은 모든 걸 잊으려고 애를 쓰며 살아간다. 아직도 슬픔에 젖어 과거에 사는 이 못난 어미는 딸만도 못하다. 알게 모르게 지은 죄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일까. 의심에 불안을 달고 산다. 백팔개의 돌계단에서 무엇을 내려놓았나. 마음대로 안 되어서 주저앉고 싶던 날들을 다 끌고 올라왔다.마지막 돌계단을 딛고 안양 문으로 들어섰다. 빗줄기 사이로 퇴색된 천년 빛을 휘감은 무량수전이 보인다. 여섯 개의 배흘림기둥이 우뚝 서 형형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홀리듯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을 조심스럽게 만진다. 습기를 잔뜩 먹어 축축하다. 거칠거칠한 몸을 쓸어내리며 거대한 세월 동안 수고한 노동에 숙연해진다. 쩍쩍 갈라진 골진 주름을, 깊은 몸속을 가만히 들여다본다.배흘림기둥은 통통한 것이 딸애의 배를 닮았다. 천하를 얻은 것처럼 기쁨이 딸애를 감쌌다. 온갖 수식어를 다 가져와도 모자랄 만큼 신기하고 대견해서 봉긋한 배를 만져보고 또 만졌다. 몇십 년 만에 우리 가정에 쌍둥이 첫 손주들이 나올 거라는 기대에 모두 꿈길을 걸었었다. 배가 막달처럼 부풀어 오르는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양수과다증으로 아기는 물론 산모까지 위태로웠다. 그렇게 아기들을 잃고 이 년 후 이번엔 기필코 아기를 잃는 일은 없을 거라고 했건만 오 개월이 되자 또 실패하였다.울음바다에 빠진 듯 허우적거리던 딸이 툭툭 털고 일어났다. 딸애의 의지가 굳어 오히려 위로를 받았다. 몸을 추스르고 전화 속 딸의 음성은 차분했다. 나쁜 꿈을 꾼 거라며 다 잊자고 한다. 학교에 다시 나간단다. 건강 잘 챙기시라며 오래오래 살아 힘이 되어달라고 한다. 그 이후 지금까지 아기는 가슴에 묻고 사는듯하다. 한 번도 이야길 꺼내지 않는다. 배흘림기둥에 손을 얹고 사무치는 마음을 꼭 끌어안는다. 죄 없는 태아들이 이슬처럼 슬어지고, 부모님은 늙지도 않아서 서둘러 가셨다. 누구나 먼지처럼 사라진다는 것에 계속 헤맨다. 거세게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걷잡을 수 없는 속울음을 참는다. 세상 빛을 못 보고 간 태아들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길 바라며 천천히 배흘림기둥을 쓸어내린다.빗방울을 말없이 바라보다 소조여래좌상이 있는 무량수전 안을 들여다본다. 진흙으로 빚은 몸에 금박을 입힌 아미타부처는 근엄한 모습이다. 아미타부처는 우주의 모든 생명체가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들어 윤회에서 벗어날 때까지 극락세계에 머문다고 한다.정갈한 듯 날아갈 듯 사뿐히 고개를 쳐든 지붕의 추녀가 마음을 흔든다. 안쏠림은 기둥이 건물 안쪽을 향해 쏠리도록 기울여 세우는 독특한 기법이다. 또 귀솟음은 건물 중앙에서 양쪽 끝으로 갈수록 기둥을 점차 높여주는 것이다. 착시효과라지만 기와의 곡선은 춤을 추는듯하다. 비에 젖는 무량수전은 더욱 수려하고 마음을 고요하게 해준다.무량수전 앞에 부처의 진리를 비추는 석등이 있다. 석등을 천천히 돌며 곱게 핀 꽃을 발견하였다. 연꽃은 돌 속에서 빗물을 머금고 활짝 폈다. 더러운 흙탕물에서도 우아하게 올리는 꽃을 생각한다. 한 송이 연꽃처럼 피어난 무량수전을 바라본다. 어떠한 순간에도 나만의 기품있고 맑은 생을 살 수 있다는 것에 산란하던 마음을 가라앉힌다.절집으로 내려온 구름을 밟는 느낌으로 무량수전의 은은한 향에 취한다. 큰 우산에 부딪는 빗소리에 정취가 더욱 무르익는다. 무량한 자비 속 고요가 내면에 잠재된 그리움이 되어 뭉게뭉게 피어오름을 느낀다. 적멸을 꿈꾸는 절집에서 새롭게 태어나기를 간절히 바란다.

2019-08-07 18:22:13

성보경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수필-모란을 그리다/성보경

모란꽃 한 폭이 거실벽면에 피어난다. 녹색과 붉은 색이 대조를 이뤄 우아한 자태를 풍긴다. 그리운 얼굴을 마주한 듯 마음이 따뜻해진다. 가슴에 한 아름 꽃다발을 안아본다.모란은 목단이라고도 하는데 어머니가 젊은 시절에 자주 그린 소재이다. 초록 톱니 잎사귀 무성한 덤불 사이로 진자주색 쟁반만한 꽃 두 송이가 있고, 그 곁에 앙상블로 한 송이가 자리 잡았다. 그리고 아직 피어나지 않은 꽃봉오리 하나가 다정한 가족처럼 화폭에 담기었다.어머니는 인자했다. 우아하고 밝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했다. 꽃처럼 예쁘다는 말을 자주 듣던 당신은 특히 모란을 좋아했다. 봄꽃들이 줄지어 꽃 잔치를 벌인 뒤 신록이 짙어가는 오월 중순이면 뜰 앞 화단에 모란이 피었다. 그때를 기다린 어머니는 마당 모퉁이 그늘에 이젤을 펴고 앉았다. 넉넉하고 화사한 자태를 지닌 꽃을 한참 응시한 후, 희고 고운 손으로 붓을 들었다.일제 강점기 암울한 시대에 태어난 어머니는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자랐다. 하지만 뛰어난 두뇌와 재능으로 고등여학교를 졸업한 후, 초등학교 교직을 오랫동안 맡았다.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한평생 신앙에 의지해 살았다. 찬양대 독창자로 활약할 만큼 음악적 재능도 뛰어났다. 인품도 좋아서 모두가 우러러보며 따르는 사람이 많았다.나는 스무 여섯 살에 객지로 나와 약장사 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었다. 주변에 도움의 손길 하나 없이 맨주먹으로 난생 처음 사업을 벌이니 백무가관이었다. 가난한 농촌오지에서 바깥세상 본데없이 살다가 이일저일 닥치는 대로 치다꺼리 하자니 매사에 천방지축이었다. 삶의 가닥이 잡히기 전, 개업 일 년 만에 서둘러 결혼했다.결혼 당시, 어머니는 갓 마흔둘, 삶이 활짝 핀 꽃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 아들 대하듯 친밀하게 반겨주었다. 긴장하며 경계를 하던 마음은 자연 없어지고 편안한 관계가 되었다. 당신은 신혼 초부터 곁에서 삶의 길을 이끌어 주었다. 생모(生母)는 여덟 살 때 세상을 떠나 성장기 내내 모정에 목말라 살았다. 그러다보니 장모님을 만나 스물일곱 어린애가 되었다. 먼저 가신 어머니의 화신처럼 여겨져 나도 모르게 스스럼없이 대하게 되었다.첫 아이를 키울 때였다. 갓난 것이 밤낮을 모르고 울어 내가 잠을 설치고 짜증을 부리면 옆방에서 자던 어머니가 놀라 달려와 애기를 업어 밤을 지새웠다. 장사로 바쁜 딸과 사위를 대신해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누이며 손자 셋을 키워낸 건 오롯이 당신의 힘이었다. 젊은 혈기로 허튼짓 하며 바깥을 나돌 때는 성경을 펼쳐 놓고 나를 기다렸다. 그러한 보살핌이 없었던들 오늘날 내 삶의 둥지가 어찌 온전할 수 있었겠나 싶다.지척에서 내 육신의 건강과 삶을 돌보아 주시던 당신은 93세를 향수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삶의 끝자락 병상에 누워 수척해진 몸으로 말 한마디 못하고 신음할 때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어 안타까웠다. 떠나기 이 개월 전 쯤, 어머니는 어지럼증이 심하다며 수혈을 해달라고 했지만 들어주지 못했다. 몇 번 수혈해도 건강이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가 앞선다.아내는 또 밤잠을 설치며 뒤척인다. 가끔씩 넋을 놓고 창밖을 바라보다가 어떨 땐 하염없이 눈물을 찍어내기도 한다. 끼니도 거르기가 일쑤여서 몸이 부쩍 쇠약해져 있다. 어머니와 칠십 여년을 함께 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할까. 내 슬픔보다는 한층 더 할 것이다.나는 사람이 왜 이 모양인지, 벌써 지난 일처럼 아련하다. 생전의 모습도 다 잊고 잠도 잘 잔다. 세상 사람들은 기른 정이 낳은 정보다 낫다 하는데, 사위 자식 길러봐야 낳은 딸에 비길 수 없는 건가. 그렇지는 않다. 다만 아내처럼 겉으로 드러내지 못할 뿐이다. 당신의 큰 사랑은 하늘같아서 평생 잊을 수가 없다. 함께 살면서 미운 정, 고운 정도 많았다. 그때마다 자식처럼 아껴주고 챙겨주던 어머니였다. 다시 태어나도 당신의 자식, 사위이고 싶다.어머니가 남긴 모란꽃이 그윽이 나를 내려다본다. 상단에 남긴 「壽, 福, 貴, 和, 吉祥」 다섯 글귀가 내게 전하고픈 염원이었을까. 다 못 갚은 은혜와 사랑은 당신의 딸에게 쏟겠다고 맹서한다. 초록잎사귀 너머에서 모란이 환하게 웃는다. "자네만 믿네." 은은한 목소리가 꽃잎을 돌아 내게로 전해진다.

2019-08-07 18:22:01

[포토뉴스] 경복궁 근정전 내부, 일반에 첫 공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조선 법궁(法宮) 경복궁 중심건물이자 궁궐건축 정수로 평가되는 국보 제223호 근정전(勤政殿)의 내부 시범 특별관람을 오는 21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한 달 간 매주 수∼토요일에 두 차례씩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근정전 천장 모습. 근정전 어좌 모습.

2019-08-07 18:14:02

[영상] 국립대구과학관 누적 관람객 400만 명 돌파

https://youtu.be/nU2DTV36u8Yㅣ영상 안성완 asw0727@imaeil.com국립대구과학관이 지난 6일 누적 관람객 400만 명을 돌파했다. 개관한 지 5년 8개월여 만이다. 2013년 12월 24일 개관 후 연평균 68만 1천342명, 월 평균 5만 8천191명, 일 평균 2천11명의 관람객이 국립대구과학관을 방문했다.2013년 12월 개관한 국립대구과학관은 2015년 8월 100만 명을 돌파하고, 2017년 1월 2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18년 6월에 3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번 400만 명 돌파는 300만 명 돌파와 비교해 3개월 가량 단축된 것으로 100만씩 돌파하는 데 소요되는 기간이 점점 단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이는 개관 후 꾸준히 전시품을 교체하고, 다양한 전시․행사․교육을 진행하며 방문객들에게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풍성하게 제공해 재방문 수요를 창출한 덕분이다.현재 과학관에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 기념 특별전 '우주로의 도전'과 여름 과학문화축제 '한여름의 판타지아'행사가 일평균 8천 9백33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황리에 진행 중이다. 행사에 대한 지역사회의 높은 호응과 여름방학 성수기 시즌에 힘입어 400만 관람객 돌파시기를 앞당겼다.국립대구과학관은 2개의 상설전시관과 아이플레이관(영유아 전용 체험관), 천체투영관, 4D 영상관, 무한상상실, 숙박형 교육 시설인 천지인학당 등 실내 전시․교육 시설과, 과학놀이터, 야외 과학마당 전통과학전시품 등 야외 체험 전시․놀이시설로 구성돼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계절별 과학 문화축제, 과학 문화공연, 공모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관람객의 재방문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먼저 지역주민의 일‧가정 양립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동직장어린이집을 2020년 상반기 개원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이어 관람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정문을 개설하고 주차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다. 또한, 어린이과학관을 2020년 말 완공을 목표로 준비 중이며, 2021년엔 자동차 발달 역사부터 미래 자동차 모습을 보고 체험해볼 수 있는 미래형자동차 전시관을 오픈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3년간 야외 과학마당에 전시품을 대폭 확충하여 방문객들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몸으로 과학을 느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김주한 국립대구과학관장은 "국립대구과학관은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복합 과학‧문화‧여가 공간"이라며 "앞으로도 관람객이 과학관에 자주 방문하여 유익한 여가활동을 즐기면서 과학자에 대한 꿈을 키우고 과학기술이 열어갈 밝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한편, 국립대구과학관은 400만 관람객 돌파를 기념하여 다양한 축하 이벤트를 진행했다. 과학관은 400만 번째 입장 관람객에게 전통시장 상품권과 꽃다발을 선물했다. 또한 400만 관람객 돌파를 관람객들과 함께 축하하고자 돌림판 이벤트를 진행해 축제 분위기를 돋웠다.이 외에도 8월 6일부터 11일까지 과학관 공식 SNS를 활용한 온라인 이벤트인 '400만 관람객 돌파 기념 댓글 남기기'를 진행한다. 온라인 이벤트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과학관 공식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19-08-07 17:58:22

보이지 않는 국가들

[서평] 보이지 않는 국가들/ 조슈아 키팅 지음/ 오수원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시진핑 주석과 장시간 나눈 의미 있는 대화를 통해서 역사적으로 한국이 실제로 오랫동안 중국의 일부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2017년 1월 도널드 트럼프가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회담을 마친 후 말한 내용이다. 깜짝 놀란 트럼프 참모들이 나서서 황급히 이 발언을 수습했다.현재 세계지도가 표면적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실상은 깊이 요동치고 있다. 지구상 마지막 분단국가이자 지정학적으로 강대국 사이에 끼어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가, 민족, 국민의 개념에 대한 인식의 재정립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이 책은 지구상에서 국가라고 불리는 나라들의 지정학적 배치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상태에 이르게 됐는지, 무슨 까닭으로 변화없이 유지돼왔는지, 그흐름 속에서 일부 국가와 민족은 터전을 잡지 못하고 떠도는지, 이 같은 상황이 앞으로의 세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탐색한다. 저널리스트이자 국제 외교·정책 분석 전문가인 지은이가 두 발로 직접 찾아다니며 취재한 결과를 르포르타주 형식으로 펼쳐내고 있다. ◆국가와 국경은 누가 결정?오늘날 세계에서 통용되는 보편적인 진실은 우리가 이 지구상의 광활한 땅덩어리 어디에 있건 간에 상관 없이 특정 국가 내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각국들 사이에 크고 작은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공인된 국가들은 모두 근본적으로 동등한 정치체제로서의 지위를 갖고 있다. 지구에 사는 대다수 사람들은 그 나라에 태어났던 훗날 귀화했든 특정 국가의 국민으로 정의된다.국가를 구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정부, 영토, 국민이다. 하지만 국가를 갖췄는데도 주권을 행사 못하는 나라들도 있다. 다른 국가들이 인정을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국제적 인정을 받은 나라인데도 그 국민들은 난민이 되어 전세계를 표류한다. 그뿐만 아니라 국가의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나라가 버젓이 UN이나 FIFA 회원국으로 등록돼 있기도 하다. 독립된 국가의 존재 여부는 국가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결정된다.또 국경선도 세계열강에 의해 결정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소비에트 연방의 해체 이후 수 십년 동안 전세계 국경이 표시된 세계지도는 러시아에 의한 크림반도 합병이나 동티모르의 독립과 같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현재의 정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날 신생국가를 건설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다. 소수의 세계열강들이 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국경선을 유지하는 데에만 일치단결해 힘을 합치고 있다. ◆지도상에 안 보이는 국가들국가를 형성해 있으면서 지도상에는 보이지 않는 국가들도 있다. 압하지야는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는 분리주의 소수민족 거주지다. 국제사회가 통상적으로 조지아의 영토라고 인식하는 곳이다. 조지아 내 자치공화국으로 지정받았지만 독립을 요구하다 유혈내전으로 자치의 막을 내렸다.아크웨사스네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지대에 걸쳐 있는 원주민 보호구역 성격의 정치체다. 아크웨사스네의 모호크족 공동체는 종족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국가라는 체제에 가두려는 미국과 캐나다 정부에 대항해 독립영토를 확보하고 근근이 생존하고 있다.소말릴란드는 소말리아 북부의 반(半)자치 지역이다. 공항에서는 소말릴란드 국기가 나부끼고 제복을 입은 세관 직원이 비자를 검사한다. 또 소말릴란드 번호판이 달린 택시가가 달린다. 소말릴란드는 오히려 소말리아보다 더 국가다운 곳인데도 국제사회는 여전히 소말리아의 일부로 여기고 있다.쿠르드 자치구라 불리는 이라크령 쿠르디스탄은 국민, 영토, 정부를 갖추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지금도 독립을 통해 중동 지도를 다시 그리려는 시도가 계속되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키리바시는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작은 섬나라다. UN 회원국이지만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로서의 존재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에 정치적 파국이 임박한 나라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국가 밖의 국가들억지로 확립된 세계지도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국가 밖의 국가'도 있다. 실례로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가톨릭 단체 몰타기사단을 들 수 있다. 몰타기사단은 전세계 1만3천명의 회원이 속해 있으며 직원과 자원봉사자들만 10만명이 넘는다. 수도회 및 자선기관의 성격을 띠고 있는 몰타기사단은 국기도 있고 국새도 있다. 하지만 국가는 아니지만 국제법 아래에서 주권을 유지하고 있는 조직이다. 다른 국가들과 실제로 외교관계를 맺고 106곳 UN 회원국의 인정을 받고 있다.또 국가 밖의 국가로 에스토니아의 전자 시민권 프로그램도 있다. 에스토니아는 2014년 10월 외국인에게 에스토니아 시민과 동일한 디지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민권을 준다고 최초로 발표했다. 전자 시민이 되면 기업 설립, 계약서 서명, 은행계좌 개설, 지불, 세금 납부 등 사업에 필요한 온갖 법적 문제를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전자매체로 처리할 수 있다.유고슬라비아의 주인 없는 땅에 유토피아 사회를 건설하려는 몽상적 자유지상주의자들의 대담한 기획도 있다. 리버랜드자유공화국이라는 이름의 자유시장 유토피아 정치 실험체다. 예들리치카는 2015년 4월 크로아티아와 세르비아 사이의 강둑 4.4㎢ 넓이의 영토에 신생국가 설립을 선포했다. 시민권은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고 지금까지 4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신청했다고 한다. 344쪽 1만6천원.

2019-08-07 17:50:12

집에 가야지

[책 체크] 집에 가야지/ 이순우 지음/ 북랜드 펴냄

아동 문학가이자 소설가인 원로작가 이순우가 첫 번째 단편소설집 '집에 가야지'를 펴냈다. 지은이가 1992년 늦깎이 소설가로 등단한 후 30여 년 동안 작품활동을 해오면서 여러 문예지에 발표했던 작품들 중 23편을 엄선해 묶은 것이다.이 책에는 6·25 전쟁이라는 우리 민족의 비극 속에서 기필코 살아남아 어머니에게로 귀향을 꿈구는 한 병사의 희망을 그린 표제작 '집에 가야지'를 비롯해 이산가족의 슬픔을 그린 '아버지의 귀향', 전쟁 미망인의 할머니 인생을 그린 '할머니의 아리랑' 등 전후시대 비극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또 40년간 교편을 잡으면서 교육의 현주소를 비판한 '애들아 사랑한다' '교편이 사라지는 교실' '사은회' 등은 물론 도시화와 노인문제, 장애우 복지 등을 다룬 작품도 실려있다.지은이는 "작품을 쓸 때마다 타버린 잿더미를 헤치며 사리를 찾는 마음으로 인간성 회복에 천착했다"며 "다시는 우리 후손들에게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00쪽 1만5천원.

2019-08-07 17:28:16

늙은 제철소

[책 체크] 늙은 제철소/ 신춘희 지음/ 동학사 펴냄

'이 따스함, 이것은/ 신의 심장인가// 가이없는 죽음도/ 깃들어 있어서// 우주의, 혈관을 쥔 것 같다/ 신성하다/ 숨소리.'-신춘희 시조 '달걀'금방 낳은 달걀을 보고 생명의 신성함, 보호본능이 느껴지는 연약함, 우주의 숨소리까지 들릴 듯한 깨끗하고 다스한 생명의 근원에 대한 감정들을 세련되게 노래하고 있다.지은이 신춘희 시인은 매일신문 신춘문예(1980년 시조, 1982년 동시, 1983년 시 당선)로 등단해 1985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조 당선도 했다. 시집에는 '풀잎의 노래'(2006), '득음을 꿈꾸며'(2010), '중년의 물소리'(2012) 등이 있다.이 시조집에는 4부로 나눠 '알바트로스의 죽음' '달항아리' '물망초에게' '귀뚜라미' 등 우리 시대 삶의 고통과 수난을 환기시켜주는 자전적 시조 60여 편이 숨쉬고 있다.그의 시조는 기층민중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 빛보다 어움의 편에 더 애정을 갖고 있고, 리얼리스트로 보이지만 표현면에서 대단히 모던하다는 평가다. 99쪽 8천원.

2019-08-07 17:28:00

이경숙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어머니의 숟가락 /이경숙

우묵하게 패인 안쪽, 달덩이 하나 떴다오래전 나만의 식탁에서 유목의 초원까지숟가락 하나가 떠올렸던 무수한 달들을 헤아리며후후 숨결을 불어넣어주던 어머니 삶에서 살을 덜어내고 미음이 남아있다불룩하게 부푼 뒤쪽, 거꾸로 들어선 내가 있다최초의 숟가락을 물고따뜻한 모음을 받아 삼킨 입술이삶과 죽음의 경계라면턱받이를 한 어머니의 숟가락은 삽 스스로는 한 술 뜰 힘도 없는 어머니가 비스듬히 누워 있다무수히 들락거린 입속으로 마지막 미음이 들어가고손이 떨리고 숟가락이 떨어지고, 우묵한 안쪽, 그믐이다불룩한 뒤쪽, 상처투성이다 오늘은 엎어놓지 말라던 저 삽으로 무덤을 파고죽은 자의 밥상 위에 얹어놓았다 오래전 암사동 신석기 시대 주거지에서 흙숟가락이 나왔다멀리 몽골 초원 무덤에선 청동숟가락이 나왔다닦아도 닦아도 놋숟가락의 녹은 사라지지 않고오늘밤에도 저 달덩이는 얼룩덜룩 울고

2019-08-07 17:26:42

이영란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끝을 만진다/이영란

촉감은 모든 것들의끝을 만진다눈 부릅뜨고 끝을 수습하는 방식에는마지막 결기가 뭉쳐있다인식된 지문처럼 자유로운손 끝. 나뭇가지들의 관절은 셀 수 없지만그 섬세한 손끝으로흩어진 구름을 깁는 것을 본다이음새도 보이지 않는 구름의 휘장 사이로길게 수직으로 떨어지던 실의 줄기들을 본다방울을 튀기면 끝으로 만진다더듬고 구부리고 토닥거린다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기형의 손가락들이 많다는 뜻이다 꽃은 해묵은 등걸을 버리고새로 돋는 가지의 선단부에서 핀다활강하는 현을 운지법으로 바느질하는사람의 타오르는 손끝,열 개의 경혈이 문제를 읽고 해석한다.세상의 끝, 그 촉감들이내 손가락으로 들어온다그때마다 마감하는 날짜들을 센다세고 남은 날짜들은 곰곰이 녹여먹거나기침으로 흘려보낸다 나뭇가지들이 동그랗게 공 굴리는 열매들손끝에서 모아지는 소실점들의 끝을 만지면어긋난 약속이거나 놓친 순간들이 느껴진다어느 손끝을 만지는 느낌이 든다끝이어서 따갑고 시리지만따끔, 그 끝에서 꽃 핀다

2019-08-07 17:26:22

박은순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비의 집/ 박은순

폭우가 쏟아지는 저녁신창행 전철을 기다리고 서 있다갑자기 불어난 빗물이 내게로 몰려온다도망치듯 전동차에 타고 문이 닫힌다나를 놓친 그 빗물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겠지젖은 바짓단을 접어 올리다가구두 속을 흥건히 채운 빗물을 본다생이 아프고 축축하다고 쏟아낸 사람들의 눈물이 저렇게 돌아오고 있을까비는 점점 더 세게 내린다내가 미처 닦아주지 못한 너의 눈물과네가 닦아주지 못한 내 눈물이젖은 몸을 섞고 있다몰래 울어도 이렇게 줄줄이 들키고 마는 것오늘 밤내 몸 가장 낮은 곳에 와 있는 너를 위해나는 비의 집이 되었다

2019-08-07 17:26:11

한해윤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스쿠터가 돌아오는 저녁 / 한해윤

전동스쿠터와 물아일체가 된 저 노인온몸을 맡겼으므로 추동推動의 힘을 주는스쿠터는 그에게 신흥종교다오늘도 이사 오기 전 50년을 살았던 동네로헬멧을 쓰고 신나게 달린다오종종 햇살이 비켜서고 쌀쌀한 바람도 갈라서면부웅붕, 소리가 말줄임표를 남기고이쪽의 고요와 저쪽의 생기에흔한 말다툼도 다정해진다일체 변명이 없는 낡은 바퀴는생존도 놀이도 아닌 사소한 일상을 지탱하는노인의 비장한 신앙이다들키지 않으려는 마지막 날숨처럼 의지할 건스스로의 체온뿐이라며 등받이에 기댄의존명사 같은 노인,아들 때문에 담보 잡힌 소문들이1.5평 월세방까지 이주해 왔지만믿음이란 자잘한 균열까지도의심하지 않아야 한다며 아무런 세상에라도속하고 싶어 주문을 왼다앞에서 보면 시시한 주름살이자만뒷면에 숨겨진 일몰의 스크래치들이현란한 색채로 매듭짓는 저녁맨홀 뚜껑과 보도블록 틈 사이로 여러 번 접힌민들레가 땅 속 한기를 밀어 올린다자신도 모르는 사이 교주가 되어버린 낡은 스쿠터,브레이크등을 따라 산란散亂되는누추의 바람을 가르며 돌아오고 있다

2019-08-07 17:25:59

류인목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그네 /류인목

놀이터가 왁자하다 평평한 일상이 흔들리는 순간 '와'하는 소리와 함께 꿈의 조각들이 터져 나온다수평은 지루하다 높고 낮고 둥글고 흔들림이 있는 세상 하늘로 하늘로 몸을 밀어 올릴 수 있는 곳 그네는 높이 더 높이 꿈을 나른다 하늘이 점점 가까워진다 생동하는 꿈 이마를 스치는 바람도 싱그럽다땅이 출렁이고 하늘이 어지러이 돈다 아스라한 하늘, 하늘을 향해 날던 꿈의 조각들이 땅에 내리자마자 흩어진다 모두 떠난 놀이터 그네는 공허하다허공이 집인 그네 바람이 사방을 헤집고 다니는 집은 편히 쉴 곳이 없다 가까이 있는 땅은 내려설 수 없는 하늘만큼 먼 곳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삶이다볕이 고운 한낮, 낡은 그네는 땅에 내려앉은 제 그림자를 우두커니 바라본다

2019-08-07 17:25:50

노기정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사과와 벌레의 함수관계/노기정

꼼지락거리는 저, 물컹한 것 속에는대체 어떤 집요함이 있어출구가 없는 여기까지 온 걸까 벌레가 사과 한 알을 먹어 치우기 위해선치열하게 세상을 녹일 기세로 덤벼야 한다뭉텅한 입은 심장을 겨냥하고느려터진 발은 시간을 정조준 해야 한다조용히, 고양이 발자국보다 더숨죽이며 조금씩 오랫동안 전진해야 한다 식탁위에서 사과는 속수무책 쪼그라들어이리저리 구르며 애물단지가 된다이번 생은 벌레를 안고 늙어가는 것도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지 과도를 들이대다가 문득, 가슴 저린다내 속에서 스멀대는 것들한때 목숨처럼 나를 파먹던 기억이헐렁해진 힘줄을 팽팽하게 당긴다

2019-08-07 17:25:39

김효정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골목의 생존 방식/ 김효정

산기슭의 완만한 경사면을 따라촘촘한 구멍들이 층층이 계단을 오르는 마을*멀리서 보면, 작은 구멍들이 어떻게 통하는지골목은 어디로 흐르는지 알 수 없지만가까이 끌어당겨 보면, 골목은 구멍들을 이어주는 숨길이고구멍은 숨을 저장하는 숨통이다숨길을 터가는 골목의 물밑 작업은 그래서, 치밀하다한 골목이 다 자라면 계단을 만들고또 한 골목이 가득 채워지면 또다시 계단을 오르는계단은 골목으로 이어지고 구멍으로 연결되어실핏줄처럼 퍼진 골목들이 막힘없이 흐른다 앞집은 뒷집을 가리지 않아 그늘이 자라지 않고뒷집은 앞집으로 내려오지 않아 노을도 공평하다낮에는 햇볕 버무려 구멍마다 발라놓고밤이면 별빛 달빛이 내려와 빈 마당에 수를 놓다졸린 눈꺼풀 끔벅이며 집으로 돌아가면소리들로 붐비던 담벼락도 그제야 잠이 든다지쳐 잠든 새벽을 다독이던 솔솔바람은동우네 강아지 낳은 이야기 구멍마다 흘리면서늦잠 자는 아침을 깨우고, 빠끔한 얼굴로 구멍을빠져나온 아이들이 책가방을 메고, 단숨에그 많은 골목을 날아서 학교에 갈 것만 같다 서로 같으면서도 다른 표정들이 한 호흡으로 모여어깨를 맞대고 이마를 맞대고 생각을 맞댄 골목들이것은 오늘이 어제를 위해 숨길을 트는 방식이다*감천문화마을 : 부산광역시 사하구 감내2로 203번지 일대

2019-08-07 17:25:29

김진수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범종/김진수

저보다 더 큰 입이 어디에 있으랴! 하늘로 향하면 욕심이 커질까 당초문 치맛단 아래 없는 듯 숨기고 세계를 품는다.저물녘, 새벽에 풀어 놓았던 것을 불러드려 다시 품는다. 밤새 품은 세계가 소리가 되는한밤중, 귀 기울이면 생황, 수공후* 소리 들리는 듯 들리지 않아 요사채 문고리는 몇 번이고 달그락거렸다. 새벽녘, 밤새 품어 숙성시킨 세계를 풀어 놓는다. 퍼져나가 하늘이 하늘 되고,바람이 바람 되고,새가 새 되어 날갯짓하는하루. 귓전에 맴도는 소리 한 움큼 잡아 맛을 본다.밤새 문밖이 자그락거리더니 저 종도 나와 같이 잠을 설쳤는지 덜 익어 떫다. 새벽을 밟아 달마산** 넘어가야 하는 걸음은 헉헉거리고큰 입 아래 묻혀있는작은 항아리 속에는 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만 그득하다. * 범종 몸체에 새겨진 비천상이 연주하는 악기** 전남 해남군에 있는 산. 미황사가 있음

2019-08-07 17:25:16

권수인 씨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북항/ 권수인

북적거리던 북항이 고요하다벽에 걸린 마지막 달력처럼, 간간이 파도 울음 사이로 꼬리만 남은 겨울이 서표처럼 꽂힌다열리고 닫히는 수많은 페이지모래밭에 찍힌 활자를 물결이 지우고그 틈으로 소리만 드나든다 바다는 겨울의 마지막 장을 남겨두고차마 넘길 수 없다는 듯다 읽지 못한 파도의 호흡을 다시 덮는다 동안거에 들 수 없는 파도는차가운 바람에 머리를 식히며끊임없이 모래밭에 밑줄을 긋는다끝장까지 정독을 하고 나면 또 한해가 바뀔까 저 깊은 수심을 건너수평선을 넘어간 나의 꿈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물수제비를 날린다서너 번 물꽃이 핀다 물살에 떠밀려 마침표로 서 있는저 폐선은 바다의 아픈 손가락이다 갈매기 한 마리 출항을 알리던 낡은 깃대에 앉아먼 하늘을 바라본다북항의 하루가 저물고 있다

2019-08-07 17:25:04

구녹원 씨(본명 구애영)

[2019 매일시니어문학상] 시-베들레햄별꽃/ 구녹원

별을 바라보면 종소리가 쩡하고 울린다별이 부딪히는 소리, 귀를 기울이면 꽃 속에선 별이 움직이고 나는 매일 금요일 밤이 된다 천만년이 흐른 별의 기억, 고개를 들면 목젖이 환하게 아파온다 온몸이 당신의 주기를 흉내 내고 있었던 걸까 당신은 흠뻑 스며있다 오래전에 메시지가 차단된 듯 괘도를 버리고 이끼풀과 함께 지구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깊게 젖은 땅이 누구의 의지인 것을 알기에 정착을 탓하지 않는다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동안 베들레햄별꽃이 핀 것은빛의 안쪽이 궁금했기 때문물음표의 세계에선 신화가 꿈틀거린다별이 집을 지었다는 이야기를 당신에게서 처음 듣는다새벽이면 무릎을 꿇고 하늘을 바라보는 것은개밥바라기별이 슬밋, 은빛 생으로 흩어지기 때문맹골수도 노을 너머로 별의 문장이 된 아이들 얼굴에도1분에 400번의 날개 짓을 하는 퍼핀 에게도 별이 머물고 있다안개가 지운 풍경이 다시 안개를 낳듯이그 집은 무럭무럭 자라나어른보다 먼저 아이들 얼굴에 별꽃을 피운다 내 안에 또 하나의 별꽃으로 살고 있는 당신을 바라본다가벼워진다이번엔 당신 안에 살고 있는 나를 볼 차례다

2019-08-07 17:24:52

애플이 새롭게 디자인한 TV 앱 '애플 TV 플러스'가 전 세계 100여개 나라에서 출시됐다고 CNN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3월 25일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소재 스티브 잡스 극장의 애플 신제품 발표 행사장에서 이 회사 피터 스턴 부사장이 설명에 나선 모습. 연합뉴스

잡스가 자녀들에게 아이패드를 못 쓰게 한 이유

몇 년 전 애플리케이션 개발자 케빈 홀시는 가족한테 너무 소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등 첨단 기기 탓이었다.그는 휴대전화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앱을 개발했다. 앱 사용자 수천 명은 하루에 휴대전화를 평균 3시간 가까이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깨어 있는 시간 4분의 1을 휴대전화와 함께하는 셈이다. 한 달로 따지면 거의 100시간, 평생으로 치면 11년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그 어떤 일상 행위보다 길다.지나친 스마트폰 사용 등을 의식해 스스로 앱을 내려받은 이들이 이 정도니, 사용 시간에 관심 없는 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쓸 가능성이 크다.2000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는 평균적인 인간이 집중력을 지속하는 시간이 12초라는 보고서를 냈다. 이 수치는 2013년 8초로 줄었다.마이크로소프트에 따르면 금붕어가 집중력을 지속하는 시간은 9초로, 금붕어보다 사람의 집중력이 떨어지는 셈이다.마이크로소프트는 청년 2천명에게 컴퓨터 화면의 숫자와 문자에 주의를 집중하게 했더니, 소셜미디어에 시간을 덜 소비하는 청년들이 훨씬 우수한 성과를 보였다고 밝혔다.애덤 알터 뉴욕대 교수는 신간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에서 기술 발달에 따른 새로운 중독의 시대가 시작됐으며, 이로 인해 위기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고 경고한다.그는 담배나 약물, 알코올 중독과 같은 '물질 중독'과 달리 스마트폰, 소셜미디어, 이메일, 비디오게임, 온라인쇼핑 등 최근 기술 발달과 함께 급속도로 확산하는 중독 현상을 '행위 중독'이라고 부른다.2000년대 이전에는 거의 볼 수 없던, 첨단 기기 발달로 인한 중독이다.물질 중독과 행위 중독은 대상만 다를 뿐 작동 방식이나 원리는 같다. 뇌에서 도파민을 분비해 강렬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단기적으로는 심리적 위안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해롭다. 해로운 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절실하게 원한다.그러나 비싸고 구하기 어려운 마약 등과 달리 행위 중독 대상은 도처에 널려 있다. 우리의 일과 일상생활, 인간관계와 정신건강을 위협하고 있지만, 얼마나 큰 위력을 지녔는지는 제대로 파악되지도 않았다.테크놀로지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판매하는 거부할 수 없도록 고안한 도구가 사용자들을 무차별적으로 빠져들게 할 것을 잘 알고 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대표적인 사례로 그는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사례를 꼽는다. 누구나 아이패드를 하나씩 가져야 한다면서도 잡스는 자기 자녀들이 절대로 아이패드를 쓰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잡스뿐만 아니라 다른 첨단 기술 업계 거물들도 자녀에게 비슷한 제약을 가했다.저자는 테크놀로지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은 '자신이 공급하는 중독 물질에 절대 취하지 마라'는 마약상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원칙을 따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저자는 "기술이 본질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이 대중의 대량 소비를 유도하려고 그것을 마구 휘둘러 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말했다.책에서 그는 중독 행위가 어디서 비롯되는지, 누가 그것을 조장하는지 들여다본다.그는 행위 중독을 낳는 요인으로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 상태, 강한 인간관계 여섯 가지 요소를 꼽았다.마케팅과 심리학 분야 전문가인 저자는 행위 중독의 뿌리와 위험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면서 현실적인 대안까지 모색한다.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이나 이메일 등을 사용하지 않고 살기란 어렵다. 생활 일부로 자리 잡은 만큼 중독성 강한 체험들과의 공존이 필요하다.알터 교수는 행위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을 터득하고 그것을 유익한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그는 "일상생활에서 아주 일부에만 중독성 있는 체험을 허용하고 건전한 행위를 유발하는 좋은 습관을 기르는 것"이 대안이라며 다양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부키. 홍지수 옮김. 420쪽. 2만2천원.

2019-08-07 11:39:13

우리음악집단소옥 창단공연.

국악연주단체 소옥 '한여름 오두막에서' 창단공연

대구에서 활동하는 젊은 국악인들로 구성된 우리음악집단소옥(이하 소옥)이 창단공연 '첫 번째 우리집: 한여름 오두막에서'를 12일(월) 오후 8시 대명공연거리에 위치한 꿈꾸는씨어터에 무대를 올린다.이번 무대는 소옥이 꿈꾸는씨어터가 주최하는 상설국악공연 '2019 풍류열전'의 77번째 마당에 직접 기획한 창작작품을 처음 선보인다. 소옥이 결성된 후 1년 만에 창작국악 연주단체로서 음악적 스타일을 공식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소옥(小屋)은 조그마한 집이라는 한자어이다. 첫 번째 집으로 선정한 오두막은 한적한 시골에서 과일을 먹으며 뜨거운 햇볕을 피했던 시원한 장소를 말한다.소옥은 2018년 창단해 한국 전통악기 연주자 4명과 클래식 작곡가 1명 등 총 5명으로 구성된 창작국악 연주단체이다. 소옥은 '음악을 흘려 사람을 본다' 라는 좌우명 아래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현대를 도모하는 '본질을 잃지 않은 대중적인 음악'을 지향하고 있다. 대금은 김윤우, 가야금은 전예원, 생황/피리는 정연준, 아쟁은 김소연, 작곡은 강한뫼이 맡고 있다. 전석 1만원. 사전 예매 10일(토)까지. 문의 010-4926-5153.

2019-08-07 11:15:12

영남풍물패연구소 공연 모습. 영남풍물연구소 제공

영남풍물연구소 20주년 기념 '산 좋고 물 좋고' 공연

영남풍물연구소(대표 한규복)는 20주년 기념공연으로 '산 좋고 물 좋고 얼씨구 좋다'를 17일(토) 오후 7시 봉산문화회관 가온홀에서 개최한다.영남풍물연구소는 1999년 창립된 이래 영남지역의 전통풍물, 사물놀이 등을 계승해 창작하는 전통예술 전문 단체이다. 현재 영남풍물연구소에는 풍물예술단, 청소년 연합풍물패 '청풍', 청소년 연희단 '고리패', 전문타악연희단 '비상' 등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이번 공연에는 한국종합예술대, 중앙대, 영남대, 목원대 등에서 전통 연희를 전공하는 제자들, 국악고에 다니는 제자들과 영남풍물연구소의 어르신 풍물예술단 바우덕이, 마루 팀, 청소년 연희단 '고리패'가 함께 무대를 꾸미고, 대구 무태농악전승보존회도 동참한다.먼저 서울에서 활동하는 제자들이 연희 '판&쇼(show)를 펼쳐보인다. 문굿, 길놀이, 축원굿, 판굿 등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통적인 형식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관객들과 호흡하며 신명을 이끌어내고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이어 사물놀이 형태의 신 영남가락이 흥을 돋운다. 경상도 농악의 가락들을 모아 재구성하였으며,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4호 청도차산 농악에서 사용되는 가락들을 중점으로 재창작화 했다.또 영남풍물연구소의 청소년들이 황해도 지방에서 내려져오는 탈춤인 강령탈춤도 선보인다. 8과장으로 구성된 강령탈춤에서 1과장인 '사자춤'을 선보인다. 사자춤은 원숭이와 2마리 사자 그리고 그 옆을 지키는 마부가 등장하여 타령, 자진굿거리에 맞춰 추는 춤이다.마지막 무대로 영남의 대표적 풍물인 경상북고 무형문화재 4호 청도차산농악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12가락 36마치로 구성된 청도차산농악은 쇠의 장단에 따라 연차적으로 여러 진법으로 전개되고 율동적인 굿거리 장단에 맞추어 추는 덥배기 가락의 춤과 민요가 삽입되어 연기되는 것이 특징이다.이날 축하공연으로 대구 경기민요의 명인 이은자 선생과 수하생들이 함께 출연해 경기민요의 노랫가락과 창부탕려, 술타령 등을 선사한다.

2019-08-07 11:13:38

해설이 있는 오페라바캉스가 13일 안동에서 펼쳐진다. 안동시 제공

무더운 여름 날려 줄 '오페라 바캉스'

무더운 여름을 날려 줄 '해설 있는 오페라 바캉스 공연'이 13일 오후 7시 30분 안동문화예술의전당 백조홀에서 열린다.이번 공연은 재미있는 오페라 아리아와 패기 넘치는 차세대 연주자들의 공연을 청소년과 어린이들까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콘서트가이더(해설사)가 설명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특히 모짜르트, 로시니, 베르디, 비제, 푸치니 등 아름다운 아리아와 가야금 연주가 함께하는 오페라와 국악이 합쳐진 신명나는 공연도 펼쳐진다.공연은 해설 손정훈, 소프라노 정승연, 테너 이상규, 바리톤 오유석, 베이스 김대엽, 피아노 전정희가 참여했다. 연주는 지역의 클래식 단체인 아토앙상블과 안동가야금연주단이 맡았다.관람 연령은 5세 이상 전석 5천 원이며 현장예매 혹은 인터넷 예매사이트 티켓링크로 사전예매할 수 있다.기타 공연에 대한 자세한 문의는 안동문화예술의전당(054-840-3600)으로 하면 된다.

2019-08-07 11:08:39

지은이 지정화씨.

다시, 내가 되다/ 지정화 지음/자유문고 펴냄

세 아이의 엄마이자 영어교육 전문가인 지은이가 경험과 공부를 통해 체득한 것을 엮은 책으로 이 땅의 엄마들에게 선물하는 공감과 힐링 스토리이자 엄마 계발 에세이다.평범한 엄마로 생활하던 지은이가 '미친 듯 몰두하는 삶'을 선택해서 스스로의 삶을 변화시키고, '다시 내가 된' 내용을 담고 있다. ◇ 엄마가 되는 순간, 얻고 잃는 것들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 사회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여전히 자신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엄마'가 되는 순간, 그녀에게 요구되는 삶은 그 이전과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흔하다.'엄마'의 역할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면서 주체적 존재로서 '나'는 설자리가 대단히 좁아지거나 사라지게 된다. 누구 엄마, 누구의 부인, 누구의 며느리…… 점점 외부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존재의미가 부여된다.누구의 무엇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는 누구이고, 나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나의 존재감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이 책은 세 아이를 키우는 지은이가 엄마로서 경험과 20여 년 동안 비전교육과 영어교육을 통해 얻은 노하우를 정리한 것으로, 어떻게 자신의 삶을 바꾸고, 주체적 존재가 되고 행복한 삶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보여준다. ◇ 자식이 받아온 상장이 엄마의 훈장? 오늘도 많은 엄마들은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자식들을 보살피느라 바쁘다. 먹이고 입히고, 학교와 학원에 태워 나르고, 아이에게 필요한 교육정보를 수집하고, 전문가와 상담하고, 그렇게 애써 취득한 내용을 자식에게 접목시키려 노력한다.많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명문대학에 보내고, 좋은 직장에 취직 시키는 것으로 자신이 빛나는 성취를 이룩했다고 생각한다. 자식의 성취가 곧 자신의 성취라고 믿기에 엄마들은 자식 교육을 위해 불철주야 뛰어다닌다.불철주야 뛰어다닌다고 해서 모든 엄마들이 '빛나는 자식'이라는 훈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일부만이 '훈장'을 받을 뿐이다. 어쨌거나 아이를 빛나게 키우는 데 성공한 엄마들은 자신의 인생도 빛난다고 생각한다.정말 그럴까?남편들은 자식을 빛나게 키운 아내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지만 그런 아내를 자랑스러워하지는 않는다. 성취를 이룩한 자식이 자랑스러울 뿐, 아내가 자랑스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남편들과 사회는 자식을 잘 키워낸 아내나 여성이 아니라, 스스로 빛나는 여성을 더 높이 평가한다. 철든 남자들은 '사랑스러운 여성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여성을 사랑한다.' 자식이 학교에서 받아온 상장보다 아내가 세상으로부터 받아온 훈장을 더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 아이만 쳐다보는 엄마와 죄책감 엄마지은이가 교육현장에서 만난 엄마들은 크게 두 부류였다.첫째는 전업맘으로 답답하리만치 아이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엄마들이다.둘째는 워킹맘으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지만 자식들을 잘 보살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엄마들이다.지은이는 이런 엄마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엄마들의 생각과 엄마들의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나간다. 즉 엄마에게는 엄마만의 자기계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책 1장에는 엄마가 된 그녀들과 울고 웃으며 공감하고, 육아와 관련된 에피소드를 나누며 힐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2장에서는 얼떨결에 학원장이 된 평범한 엄마가 점차 사업가로 자리를 잡아 가면서 독서를 통해 성장한 과정을 소개한다.3장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아직도 눈앞의 결과에 집착하는 모습에 대해 교육전문가의 시각으로 해결책을 모색한다. 4장에서는 부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를 소개하고, 가정에서 필요한 엄마의 경영 리더십을 소개한다. 5장에서는 엄마들이 다시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내면을 돌아볼 수 있는 사람으로 거듭날 것을 주문한다. ◇ 엄마 역할 못지않게 스스로에게 집중을책은 '엄마 역할도 중요하지만 내 자신의 삶도 중요하다'고 느끼는 엄마들에게 자극제이자 든든한 응원군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엄마들에게 전하는 '엄마 성장 가이드 북'이라고 할 수 있겠다.책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엄마들에게 '말하는 대로, 생각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믿음과 방법을 제시하며 맺는다.240쪽, 1만4천800원

2019-08-06 17:14:12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광장] 연경동 화암(畵巖)

고문헌에 전해오는 대구를 대표하는 두 개의 바위 중, 삿갓바위로 불렸던 입암(笠巖)이 사라졌다는 얘기는 지난번 글에서 다루었다. 이번에는 사라질 뻔했던 대구의 대표 바위 연경동 화암(畵巖·그림바위)에 관해 얘기하고자 한다.매암 이숙량은 1567년에 작성한 연경서원 '기'(記)에서 화암과 연경서원 일대의 조화로운 풍광을 시각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다."(전략) 연경서원 북쪽은 성도산(成道山)이다. 산봉우리가 나지막하고 골짜기가 고요하다. 서쪽으로 흰 돌과 푸른 솔이 언뜻 언뜻 이어지다 천 길이나 깎아지른 듯 큰 바위에 이르니 이것이 화암이다. 우뚝 솟은 붉고 푸른 절벽의 기이함이 그림과도 같아 화암이라는 지명이 생겨난 것이다. 화암 아래 깊고 맑은 푸른 물에는 수많은 물고기가 노닐고 있어 연경서원에서 내려다 볼 수 있다."한편 '대구읍지' '제영'(題詠) 편에 소개된 퇴계 이황의 한시인 '연경화암'(硏經畵巖)에서도 화암과 연경서원이 소개되고 있다.畵巖形勝畵難成(화암형승화난성) 화암의 좋은 경치 그리기도 어렵네立院相招誦六經(입원상초송육경) 서원을 세우고 서로 모여 육경을 배우리라從此聞佇明道術(종차문저명도술) 이제 도술을 밝혀가며 듣게 될 테니可無呼寐得群醒(가무호매득군성) 능히 몽매한 자 깨우치지 못하겠는가시에서도 언급했듯이 퇴계 이황은 '화암의 멋진 경치를 그리기조차도 어렵다'고 하였다.연경서원 근처에 있다고 고문헌에 기록되어 있는 화암은 동화천변에 위치하는 강가 바위 절벽인 하식애(河蝕崖)다. 바위 하부는 약간 붉은 빛을 띠는 사암층과 세일층으로 되어 있고, 상부는 역암층으로 되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약 1억여 년 전 호수에서 형성된 퇴적암이다. 화암을 이루어 놓은 퇴적암은 대구 분지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중생대 백악기 퇴적암과 같은 종류다.화강암으로 이루어진 팔공산이 흰 빛깔의 밝고 수려한 외양을 보이는 것과는 달리 화암은 다소 짙은 빛깔을 나타낸다. 이처럼 짙은 빛깔의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화암은 암석의 구조적 특성과 기묘한 외양으로 인하여 신비감을 더해 준다. 풍화작용으로 역암층에 박혀 있던 둥근 돌이 빠져나간 자리의 모습이 벌집을 닮았다 하여 벌집바위로 불리는 타포니(tafoni)와 상부의 돌출 부위로 인한 기묘한 형상이 화암을 예로부터 특이하고도 신비롭게 인식하게 하는 원인으로 판단된다.화암은 그 앞을 흐르는 동화천과 더불어 수려한 경관을 연출하고 있어 마치 한 폭의 동양화를 펼쳐 놓은 듯하다. 한때는 산악인들의 암벽 훈련 등반지로 이용됐을 뿐만 아니라 왕복 2차로 도로에 접해 있어 차량에서 배출되는 매연으로 많이 변색되었다. 더군다나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곳곳에 사람의 이름이 페인트나 조각 도구로 새겨져 있어 안타깝다. 화암 옆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연경서원은 대구지역에서는 최초로 설립된 서원으로 의미가 크다.현재도 연경동 일대에서 진행 중인 대구 4차 순환도로 공사와 대규모 아파트 공사는 화암과 일대 동화천 풍광의 근본마저 위태롭게 하고 있어 심히 우려된다. 고문헌에 기록되어 전해오는 대구에 마지막 남은 바위 화암과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동화천에 대한 보존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겠다. 아울러 연경서원 터에 대한 정밀 조사와 발굴 및 복원이 이루어져 교육도시로서의 대구 자존심과 품격을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2019-08-06 11:28:13

아이스발레 '잠자는숲속의공주'. 예술기획성우 제공

아이스발레단 내한공연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상트페테르부르크 국립 아이스발레단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가 8월 15일(목), 16일(금) 이틀간 계명아트센터에서 대구 팬들을 만난다.아이스발레단의 '잠자는 숲 속의 공주'는 프랑스 동화작가 샤를르 페로의 동화를 원작으로 하며, 대구 공연은 2007년, 2008년, 2014년, 2017년에 이어 이번이 5번째이다.아이스발레단은 1998년 8월 1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초연한 후 22년간 총 14번 내한하여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등 국내 유수의 극장에서 공연하면서 여름방학 가족공연의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아이스발레는 포인트 슈즈가 아닌 피겨 스케이트 슈즈를 신은 무용수들이 무대 위 아이스링크를 시원하게 가로지르며 선보이는 유려한 스케이팅, 멋진 회전과 도약 등이 백미다. 또 새하얀 은반 위에 펼쳐진 동화 속 세계를 보는 듯한 웅장하고 화려한 무대 세트와 차이코프스키의 아름다운 음악선율, 친근하고 환상적인 동화 이야기가 관객을 매혹시킬 예정이다.공주의 생일에 초대받지 못한 마녀 카라보스, 그의 저주를 받아 100년 동안 잠든 오로라 공주, 사랑의 입맞춤으로 공주의 잠을 깨운 데지레 왕자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특히 3막 오로라 공주와 데지레 왕자의 결혼식 축하연에서 '파랑새 2인무', '늑대와 소녀', '흰 고양이와 장화 신은 고양이', '라일락 요정의 춤' 등 온갖 동화 속 캐릭터들이 나와 볼거리를 제공한다. 특히 오로라 공주의 독무인 '장미 아다지오'는 전설적인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을 비롯한 여러 발레리나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각광받게 하기도 하였다.이번 아이스발레단 단장이자 총감독인 미하일 카미노프는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으로 1967년 아이스발레단이 창설되던 해 창단 멤버로 입단하여 수석 발레리노로 활약했으며 1994년부터 단장에 취임하여 아이스발레단을 이끌고 있다.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콘스탄틴 라사딘은 고전 발레 동작의 어법과 피겨 스케이팅의 기술을 과감하게 결합시켜 아이스발레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냈다.공연 15일(목) 오후 3시, 7시/ 16일(금) 오후 7시 30분. VIP석 88,000원 / ICE석(OP석) 77,000원 / R석 66,000원 / S석 44,000원. 예매 인터파그. 문의 1599-1980(예술기획성우).

2019-08-06 11:11:43

[반갑다 새책]욕심휴지통/원상연 동시집/학이사 펴냄'살구나무 편의점/김영란 김지원 신복순 우남희 김위향 이정인 동시집/학이사 펴냄

대구의 중견 출판사 학이사가 여름방학을 맞아 두 권의 동시집을 펴냈다.'욕심휴지통'은 특수학교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과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바탕에 깔려 있는 원상연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동시집에는 사랑, 희생, 배려, 용기, 자신감 등 다양한 모습이 담겨 있으며 시 한 편 한 편이 대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포함하고 있다.표제작 '욕심휴지통'은 컴퓨터 바탕화면에 있는 아이콘 중 하나인 휴지통에 우리가 사는 모습을 비유했다. 요즘은 형제자매가 하나둘인 경우가 많아 나누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그 모습을 보고 나누기보다 채울 줄 만 아는 마음을 표현했다.지은이는 성주에서 태어나 현재 대구동호초등학교 교장으로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120쪽, 1만원'살구나무 편의점'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6명의 동시인이 공동으로 낸 동시집이다. 24시간 개방된 살구나무 편의점은 아무 때고 들어가 맛을 보고 꼭꼭 씹어 먹다보면 각기 다르면서도 동심이라는 고리로 연결되어 있기에 독자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다.살구가 품종에 따라서 다양한 맛을 내듯 이 동시마을 살구나무 편의점에서 차린 동시의 맛도 여섯 시인의 다양성만큼이나 맛도 모양도 색깔도 다르다.퐁당!/물 위에/돌멩이 하나 던졌을 뿐인데/하늘이/저리 쉽게/흔들릴 줄이야/(우남희 '저럴수가')시인의 눈은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아무렇게나 물 위로 던진 돌멩이가 얼마나 많은 지 모른다. 그러나 그 물이 흔들리는 것은 많은 사람이 관찰 했지만, 하늘까지 흔들리는 걸 본다는 것은 시인의 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80쪽, 1만원

2019-08-06 10:24:26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를 둘러싼 교단 재판국의 재심 결정 회의가 열리고 있다. 명성교회는 2015년 김삼환 목사 정년퇴임 후 세간의 세습 의혹을 부인하며 담임목사를 새로 찾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연합뉴스

교단 재판국 "명성교회 부자세습 인정안돼"

명성교회 담임목사직 세습이 교단 헙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는 교단 재판국의 판결이 내려졌다.명성교회가 속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총회 재판국은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명성교회 설립자 김삼환 목사의 아들 김하나 위임목사 청빙 결의 무효소송 재심 재판에서 청빙 결의는 위법하다고 판결했다.재판국원 15명 가운데 14명이 판결에 참여했으며 표결 결과는 공개하지 않았다.이날 오후 5시 40분부터 심리를 시작해 당초 오후 7시께 재판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심리가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면서 자정께 판결이 나왔다.김하나 목사는 2015년 12월 정년퇴임한 명성교회 김삼환 원로목사의 아들로, 2017년 3월 명성교회에서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하면서 교회 부자세습 논란에 휩싸였다.명성교회가 소속된 서울동남노회에서 2017년 10월 김하나 목사 청빙을 승인하자, '서울동남노회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청빙 결의가 교단 헙법상 세습금지 조항을 위반해 무효라며 소송을 제기했다.이에 교단 재판국은 지난해 8월 김하나 목사의 청빙이 적법하다며 명성교회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국원 15명 가운데 8명이 청빙이 유효하다고 판단했다.그러나 같은 해 9월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에서는 재판국이 판결 근거로 삼은 교단 헌법 해석에 문제가 있다며 판결을 취소하고, 판결에 참여한 재판국원 15명 전원을 교체했다.예장 통합교단 헌법에는 '은퇴하는 담임목사의 배우자 및 직계비속과 그 직계비속의 배우자는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는데, 해석상 논란이 된 부분은 '은퇴하는'이라는 문구다.명성교회 측은 김삼환 목사가 은퇴하고 2년이 지난 후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교계 시민단체 등에선 이에 반발해 왔다.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있는 명성교회는 1980년 김삼환 목사가 세운 교회로 등록 교인이 10만 명에 달한다.

2019-08-06 00:16:53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명성교회 부자 세습 문제를 둘러싼 교단 재판국의 재심 결정 회의가 열리고 있다. 명성교회는 2015년 김삼환 목사 정년퇴임 후 세간의 세습 의혹을 부인하며 담임목사를 새로 찾겠다고 밝혔으나 이후 아들인 김하나 목사를 위임목사로 청빙하기로 결의했다. 연합뉴스

[속보][속보]교단 재판국 "명성교회 부자세습 무효"

[1보] 교단 재판국 "명성교회 부자세습 무효"

2019-08-06 00:05:12

2019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본선이 열린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진으로 선발된 김세연 등 수상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 이다현·이혜주·신윤아, 진 김세연, 선 우희준·이하늬, 미 신혜지. 연합뉴스

2019 미스코리아 전원, 일본 주최 국제미인대회 불참

한일 갈등이 절정에 달하면서 올해 미스코리아들도 일본 기업이 주최하는 2019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미스코리아 운영본부는 5일 "매년 일본기업의 주최로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스 인터내셔널 대회에 미스코리아 당선자 중 한 명이 출전해 왔으나, 오는 10월 열리는 대회에는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미스코리아 당선자가 개인 사정으로 국제대회에 불참한 적은 있지만 당선자 전원이 국제미인대회를 단체로 보이콧 하기는 1957년 미스코리아 대회 개최 이후 처음이다.미스코리아 운영본부는 "일본의 경제 보복에 대해 전 국민이 불매운동 등으로 하나 되는 시기에 일본 주최 국제대회 참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대신 SNS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한국여성의 재능과 미를 세계에 알리겠다"라고 설명했다.일본이 주최하는 미스 인터내셔널대회는 미스유니버스, 미스월드, 미스어스와 더불어 세계 4대 국제미인대회로 꼽힌다. 국내에선 미스코리아 '선'(善) 혹은 '미'(美)가 매년 한국 대표로 참가했다.그러나 미스 인터내셔널은 국제대회임에도, 세계 각국 출전자들이 합숙 기간 관광지 투어와 문화 체험 등 일본 문화 콘텐츠와 일본 브랜드 홍보 일정을 의무적으로 소화해야 한다.올해 미스 인터내셔널대회는 일본 도쿄의 도쿄돔 호텔에서 오는 10월 25일부터 약 3주간 합숙한 뒤 11월 12일 본선을 치른다. 미스코리아들이 출전할 또 다른 세계 대회인 미스 어스는 10월 26일 필리핀에서 열리며 정상적으로 참가한다.

2019-08-05 19:27:17

고모령 가요제 시상식

2019 고모령 가요제 폐막, 대상 야부제니린 씨

대구 수성구청과 수성문화원(원장 윤종현)이 공동 주최·주관한 2019 고모령가요제가 2일 오후 7시 30분 대구스타디움 서편 광장에서 시민 3천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지난 6월 10일부터 7월 3일까지 약 한 달간 신청 접수한 결과 대구는 물론 전국에서 아마추어 가수 673명이 신청, 고모령 가요제에 출전했다. 지난달 수성아트피아에서 1차·2차 예심을 거쳐 본심 무대에는 12명이 출전했다.대상은 야부제니린(경남), 최우수상은 이세벽(대구), 우수상은 박시현(대구), 장려상은 홍성백(충남), 덤벼라세상아(서울), 인기상은 윤동진(부산), 김민서(충북) 씨가 각각 수상했다. 대상 야부제니린 씨는 트로피와 함께 상금 500만원을 받았다.고모령 가요제는 가수 현인의 '비내리는 고모령'을 모티브로 대구시 수성구에 위치한 고모령을 전국에 알리고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기 위해 개최하고 있는 전국 규모의 가요제이다.

2019-08-05 19:25:38

매미야 뉴스, "지역 경찰관 음주운전, 어이상실할 정도"

유튜브| https://youtu.be/4HgVHBIOgBo이번주 TV매일신문 매미야(매일신문 미녀&야수) 뉴스는 음주운전 단속 주체인 지역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실태를 고발한다.첫번째 뉴스는 최근 지역 경찰관들의 음주운전 적발건수는 3건에 대한 따끔한 지적. #1. 대구 중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비틀비틀 운전'(차선을 이탈하는 등 차가 비틀거리는 것을 본 한 행인의 신고로 적발) #2. 경북 문경에서 한 경장이 만취상태에서 술 취한 동료 2명 태우고 음주사고(혈중 알코올농도 0.164%, 면허취소 수치의 2배 이상) #3. 동부 동부경찰서 소속 경찰관 '음주단속 현장 피해, 3km 도주 후 적발'(혈중 알코올농도 0.048).야수는 "기가 차는 일"이라며 "음주운전 예방과 단속에 앞장서야 할 경찰이 오히려 윤창호법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혀를 찼다.두번째 뉴스는 대프리카 지위 넘보는 '포프리카' 이야기. 올 여름 포항이 대구보다 더 무더워 날씨가 많아, '포프리카'(포항 아프리카)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뿐 아니라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 '포라카이'(필리핀 휴양지 보라카이를 본 딴 이름)까지 생겨났다. 실제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낮 최고 및 최저기온을 비교해봤더니, 포항이 대구에 낮 최고기온은 11승1패, 최저기온은 12승 전승을 기록했다.한편 야수(권성훈 앵커)는 TV매일신문 유튜브 구독자수 3만명 돌파 공약으로 약속한 수염깎기 공약을 이행하기도 했다. 수염깎는 이벤트는 6일(화) 오후 유튜브 특별영상을 통해 대공개.

2019-08-05 19: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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