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섭의 NCND] ‘가짜사나이’ 논란, 진짜 문제는 이것이다

(자리에 앉으며 시작)

남영 : 갑자기 프로그램 이름이 '아니면 말고'에서 'NCND'로 바뀌었네요. 왜죠?

화섭 : 사실, 최근에 이 프로그램 이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의견이 들어왔었습니다. '너무 무책임한 이름 아니냐'라는 게 사실 주된 의견이었어요. 원래 '아니면 말고'라고 이름을 지었을 때는 '사실이 아니면 말고'가 아니에요. '동의 아니면 말고', '동의를 못 하겠으면 말고'의 의미로 '아니면 말고'라고 한 건데, 사람들이 전자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사실을 캐치하지 못한 거죠. 그래서 고민을 좀 하다가 어떤 귀인이 툭 내뱉고 간 이름을 '유레카'를 외치며 받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이 의미가 '긍정도 부정도 않다'라는 의미로 'NCND'로 바꾸기로 했어요. 앞으로 긍정적 시선과 부정적 시선 양극단에서 대중문화 해설의 중심을 잡는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남영 : 그런 사연이 있었네요. 그러면 이름을 바꾼 프로그램의 첫 주제가 뭔지 기대가 됩니다. 오늘 할 이야기는 뭔가요?

화섭 :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초개와 같이 사라져버린 콘텐츠죠. '가짜사나이'에 대한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남영 : 혹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가짜사나이'라는 콘텐츠가 어떤 건지 설명을 해 주시죠.

화섭 : 맨 처음에는 운동 전문 유튜버죠. '김계란' 씨라는 분이 게임 유튜버인 '공혁준' 씨의 다이어트 콘텐츠를 만들면서 태동한 콘텐츠입니다. 김계란이 공혁준의 생활패턴을 지적하는 거에요. 그러면서 "얘는 UDT 훈련으로 정신 개조를 해야 된다"라는 말을 밥 먹듯이 했었거든요. 이게 본인이 UDT 출신이에요.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게 점점 일이 커지기 시작한 겁니다. 결국 몇몇 유튜버와 인플루언서, 연예인이 참가해서 군 컨설팅 전문업체로 알고 있어요. '무사트'라고 하는 곳에서 준비한 해군 특수전전단, 그러니까 이게 UDT에요. UDT의 본이름인데 UDT 훈련과정을 체험하는 콘텐츠를 찍게 된 게 바로 '가짜사나이'입니다. 왜 '가짜사나이'라고 이름을 붙였냐 하면 MBC의 예전 예능 프로그램이죠. '진짜사나이'를 패러디한 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남영 :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이 기자님은 군대 다녀오셨죠?

화섭 : 네, 갔다 왔죠. 못 믿으실 거 같아서 제가 직접 병적 증명서를 뽑아 왔어요! 자, 보시면 공군 중위로 전역 소집 해제, 만기 전역 한 거로 나와 있습니다. 자, 이러면 증명이 되겠죠?

남영 : 그렇다면 '가짜사나이'를 재미있게 보셨을 것 같은데, 어땠나요?

화섭 :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군 체험 프로그램이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거 불편해합니다. 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지는 얼차려나 가학적이고 가혹한 행위들이 사실 용인되는 이유는 그곳이 군대라는 것 때문이거든요. 설령 그곳이 군대라 하더라도 최소한의 인권은 지켜져야 하는 게 현대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이죠. 그래서 저는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적용되는 가치들이 군을 넘어서 일반 사회에까지 적용되는 부분을 경계합니다. 사람들이 '가짜사나이'에 열광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해되는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그 재미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가 불편함을 느끼는 게 사실입니다.

남영 : 그 불편함의 원인을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까요?

화섭 : 결국 '내가 겪었던 부당함과 불합리함, 부조리를 너희들도 겪어야 한다'는 이상한 공정에 대한 가치가 전 좀 불편하다고 느껴지거든요. '군대를 갔다 와야 인간이 된다'라고 많이 말하잖아요. 그러면 군대를 갔다 와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혹은 2014년에 가혹행위로 죽은 윤 일병 사건의 가해자인 이 모 병장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가? 또 아닌 말로 중·고등학교에서 '수련회'라고 하면서 군대 훈련 비슷한 체험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비슷한 것을 해놓고도 누구 말마따나 인간이 갱생돼서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학교 폭력은 사라지지 않고 있죠. 한 마디로 '가짜사나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한국 사회가 누군가에게 부당함과 불합리함, 부조리를 가하는 데 대해 너무 둔감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공정이 사전적 의미의 '공정'이 아니라 '불합리에 대한 보상'으로 해석한다는 데에까지 생각이 미치니까 '가짜사나이'에 대한 열광이 불편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남영 : 그런데 사람들은 '가짜사나이'에 열광했단 말이죠. 왜 그랬을까요?

화섭 : '가공되지 않았다', '이건 진짜다' 하는 점이 가장 컸겠죠. MBC의 '진짜사나이'는 군대의 진짜 모습을 보여준다는 취지가 있긴 했어요. 근데 국방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거라는 불신을 결국 떨쳐버리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제대로 보여주려고 했고, 제가 듣기로는 실제 출연자들도 굉장히 힘든 훈련과정을 겪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군을 겪어본 사람들은 그 프로그램 속에서 허점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아, 저거는 설정을 했네'라는 게 눈에 보였다는 건데요, 그러면서 프로그램의 신뢰도가 훅 떨어지기 시작했고 결국 오래가지 못했죠. 그런데 '가짜사나이'는 민간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그런 외압이 들어올 여지가 전혀 없었고, 그렇다 보니 오히려 더 진짜 같은 모습을 구현할 수 있었던 거죠. 얼차려 수준부터 욕설을 포함한 가혹한 말들까지 사람들이 보면서 '아, 이건 진짜다'라고 감각적으로 느꼈던 거죠. 진짜를 보여줬으니 열광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고요.

남영 : 이 잘나가던 콘텐츠가 좌초된 건 출연자, 그러니까 교관들의 논란이 드러나면서부터잖아요?

화섭 : 맞아요. 가장 유명한 이근 대위부터 채무 문제, 성추행 문제 등이 불거졌죠. 그러면서 슬슬 인기에 금이 가기 시작해요. 결국, 카운터펀치를 맞은 건 로건 교관과 정은주 교관이 불법 퇴폐업소를 출입했다는 폭로가 나왔고 이를 폭로한 유튜버 '정 배우'가 로건 교관의 몸캠 피싱 사진이 공개하면서부터에요. 이게 민간인이었어도 논란이 충분히 될 만한 사건들인데, 사실 민간인이지만 '군인' 역할을 한 사람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런 사건에 휘말리면서 더더욱 신뢰에 금이 가는 겁니다. 결국, 해당 콘텐츠는 지금 유튜브에서 다 내려갔고 현재는 볼 수 없는 상태가 돼버렸죠.

남영 : 사실 저는 이 상황이 굉장히 안타까운데 이렇게 정리된 '가짜사나이'라는 콘텐츠가 남긴 건 뭘까요?

화섭 : 사람들이 열광한 부분을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어요. '진짜'라는 것이 결국 부조리와 불합리한 부분인 거잖아요. 그것이 최대로 용인되는 곳은 인간이 가장 비인간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 곳이라는 사실을 우리가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죠. 군대라는 곳이 사람들이 인간의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가장 비인간적으로 변하는 곳이에요. 결국 이곳의 가치를 다시 사회에서 재현한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가 너무 생각을 안 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고 전 봅니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한 신문에서 본 내용이었는데요. 초등학생들이 '가짜사나이'를 보고 자기보다 약한 아이나 어린아이에게 "너 인성 문제있어?" "○○는 개인주의야" 이게 되게 유행어잖아요. 이렇게 놀리고 '가짜사나이'에 나온 얼차려를 시킨다고 이야기가 나왔더라고요. 이게 뭘 뜻하냐면, 우리가 생각하는 비인간적인 가치가 사회에 대한 가치를 학습받는 어린이들에게까지 퍼져있다는 거죠. 진짜 우리가 후대들에게 사회에 대해 뭘 가르치고 있는 건지 어른들이 한 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봐요.

관련기사

AD

문화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