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책]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김지수 지음/ 어떤 책/ 2018)

사람이라는 행성을 탐구하다

안개를 뚫고 가는 소년 안개를 뚫고 가는 소년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것은 청춘에게도, 중년에게도, 노년에게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수시로 다가오는 물음이다. 답을 찾느라 사람들은 자신을 밀어내며 낯선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 자기 속으로 침잠하여 타인에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한다. 때로는 여행이나 책에 몰두하며 힌트를 구하지만, 상황에 따라 매번 변할 뿐 정답은 어디에도 없다. 다만 그렇게 뒤척이는 사이 제 안에서 고개 드는 대답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스스로의 질문과 대답으로 자기 삶을 단단하게 지켜온, 이 시대 어른 16인을 담은 책이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이다. 저자는 '자아의 달인'을 찾아 인터뷰한 글들을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라는 타이틀로 '조선 비즈'에 연재했는데, 그 중 SNS에서 반응이 뜨거웠던 편들을 묶었다. 저자가 자기감정의 거장들을 만나며 본인 발밑도 단단해졌다고 밝혔거니와, 그들의 말은 문득문득 누군가의 삶에 참고서로 작용할 것이다.

저자 김지수는 패션지 '마리끌레르', '보그' 에디터를 거쳐 조선일보 디지털 편집국에서 문화 전문 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도시의 사생활' 등 다수의 책을 짓기도 했다. '거대한 자가自家 에너지로 반짝이는, 사람이라는 행성을 깊이 탐구해 보고자' 인터뷰를 시작한 저자는 최선을 다해 정중하게 들었고, 서사의 무게가 독자들의 삶과 시간을 압도하지 않도록 싱싱한 수다의 리듬을 살려 기록했다 한다.

배우 윤여정, 일본인 변호사 니시나카 쓰토무, 디자이너 노라노, 동물행동학자 최재천, 요리 블로거 정성기, 배우 이순재, 재일 정치학자 강상중,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일본인 디자이너 하라 켄야, 재독 화가 노은님, 기업가이자 목회자 하형록, 미술사학자 유홍준, 시인 이성복, 평창 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 송승환, 철학자 김형석, 노인의학자 마크E. 윌리엄스. 이들이 평균 나이 72세인 이 책의 주인공이다.

90세 현역 디자이너 노라노는 '직업은 소중하되 사람을 구속하니, 스스로 인간으로 살기를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당부를 했고, 최재천은 '자세를 낮추고 지루함을 견뎌야 비로소 보인다'라며, 글을 쓸 때도 사랑을 할 때도, 아이를 키우거나 사업을 시작할 때도 가만히 오래 지켜보라고 했다. '진실할 수 없어도 진실해지려는 노력,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노력, 그게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의 다가 아닐까요?', 이는 이성복의 말이다.

'뛰어난 것은 반드시 발견된다(하라 켄야)', '본 만큼 겪은 만큼 느낀 만큼 나와요(노은님)'…. 이처럼, 다 열거할 수 없는 각 행성들의 빛과 무늬가 책 속에서 함께 반짝인다. 펼쳐 읽는 동안 이들의 공통점을 발견하며, 누구라도 각자 인생의 철학자로 조금 환해질 것이다. 큰 활자와 컬러면과 사진을 삽입한다거나, 책장마다 해당 인물의 이름을 적어 두는 배려로 독자의 독서욕을 자극하는 책이기도 하다.

김남이 학이사 독서아카데미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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