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자의 아이돌 탐구생활] '드럼좌' 현상이 증명한 아이돌 록밴드의 기획적 한계

"딱 팔리는 스티일만" 기획사가 걷어찬 다양성

'드럼좌' 빅터 한의 소개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드럼좌' 캡쳐 '드럼좌' 빅터 한의 소개 영상 중 한 장면. 유튜브 '드럼좌' 캡쳐

요즘 가장 핫한 유튜버 중에 '드럼좌'라는 유튜버가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드럼을 치는 걸로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사람이다. 본명은 빅터 한, 혹은 한희재. 브라질 뮤지컬 배우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원래는 '어바우츄(Aboutu)'라는 보이밴드의 드러머였다. 8년간의 연습생 생활을 거쳐 '내 사탕 누가 먹었어'라는 노래로 올해 초 데뷔했으나 (그의 표현 그대로 옮기자면)SBS 인기가요 무대에서 노래가 끝날 때 드럼스틱을 분지르는 바람에 데뷔 3주만에 밴드에서 목이 분질러졌다. 유튜브는 '밴드에서 쫓겨났으니 일단 뭐라도 하자'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다고 말한다.

연주에 관해서는 나도 문외한이라 잘 치는지 못 치는지 솔직히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퍼포먼스 하나는 여느 록밴드 드러머 저리가라 할 정도로 신난다. 아이즈원의 'Fiesta(피에스타)'부터 방탄소년단의 'ON(온)', 레드벨벳의 '사이코' 등을 드럼 연주로 커버하는데 해당 곡을 아예 록 음악으로 바꿔버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여튼, 보면 신난다.

나는 '드럼좌' 현상에서 우리나라 아이돌 음악의 풀이 넓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드럼좌가 인기를 끌고 있는 데에는 그의 이국적이며 반항아적인 외모가 신들린 듯한 그의 퍼포먼스와 결합된 시너지 효과가 컸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리고 그가 몸담았던 어바우츄의 '내 사탕 누가 먹었어'도 따지고 보면 말랑말랑하거나 얌전한 노래가 아니다. 스틱 부러뜨리는 퍼포먼스가 나올 개연성이 충분히 있는 노래였다. 제일 잘못한 것은 빅뱅의 지드래곤이 기타 부수는 퍼포먼스 하고도 방송 출연에 제재를 가하지 않았으면서 신인 밴드 드러머가 스틱 부러뜨렸다고 방송 출연 정지시키는 SBS지만, 이를 두고 소속 아티스트를 감싸주지는 못할 망정 차갑게 내쫓아버린 소속사도 잘 한 건 하나도 없다. 그럴거면 '내 사탕 누가 먹었어' 스타일의 노래로 데뷔시키지 말았어야지.

이는 아이돌 음악에서 록 음악을 다루는 게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아이돌 밴드'라고 하면 '마룬 파이브'와 같은 팝 밴드 느낌이거나 예전에 '트랙스' 등으로 정립된 일본 비주얼 락 스타일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문제는 록의 종류와 스타일은 바다와 같이 넓은데 아이돌 판에서는 '딱 팔리는 그 스타일'만 원하고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쓰면 어바우츄 측이나 어바우츄 팬들은 "우리는 아이돌을 지향하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소속사가 보여준 행동은 딱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사고쳤을 때 한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미 소속사는 드럼좌에 한 조치로 '아이돌 밴드'를 기획한 것이고 틈새시장을 노리다가 벽에 부딪혔음을 공언했다. 뭔가 새로운 길이 하나 막혀버린 것 같은 불안감이 드는 건 왜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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