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박동준을 키운 엄마 '김옥순'의 직업은?

대구여성가족재단 '대구 방문판매 여성’ 발간
보험·요구르트·화장품…구술로 애환 담아

공순규 공순규
석명분 석명분
박백합자 박백합자
김옥순 김옥순
강복순 강복순
대구여성생애구술사 '대구 방문판매 여성' 대구여성생애구술사 '대구 방문판매 여성'

대구여성가족재단은 대구 여성들의 삶을 기록한 책인 대구여성생애구술사 '대구 방문판매 여성'을 발간했다.

대구여성가족재단은 2014년부터 대구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 '대구여성생애구술사'를 매년 발간하고 있다. 2014년은 '섬유', 2015년 '시장', 2016년 '의료', 2017년 '예술', 2018년 '패션・미용', 2019년 '방문판매'의 키워드를 정해 특정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했던 여성들을 찾아 대구의 역사와 여성의 삶이 교차되는 부분을 담아냈다.

올해 발간한 대구여성생애구술사에는 '대구 방문판매 여성'을 주제로 6명의 여성들이 등장한다.

강복순(86·보험상품 판매), 공순규(85·양말, 의류, 건어물 방문판매), 김옥순(92·수입화장품, 수입옷감 방문판매), 박백합자(81·화장품 방문판매), 석명분(78·화장품 방문판매), 정태극(69·야쿠르트 방문판매) 씨가 주인공이다.

공순규 씨는 1979년 지인을 따라 장사의 길에 접어들었다. 당시 대구의 주요 산업이었던 양말 및 겨울 니트 의류가 주요 품목이었다. 여름에는 기차를 타고 부산, 마산, 충무 등지로 양말 공장이 없는 지역을 중심으로 다니며 양말을 판매했고 추석을 기점으로 겨울 니트 의류가 생산되지 않는 전라도 지역을 다니며 3개월가량 겨울 의류를 판매했다. 설을 쇠고 나면 건어물을 트럭에 싣고 안동, 영주, 풍기 태백 등지로 다니며 판매했다. 추석과 설을 기점으로 품목을 바꾸어가며 물류가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물건을 직접 들고 전국을 다니며 판매했다. 35년간 타지로 다니는 장사를 하다가 70세부터 80세까지 10년동안 대구 오일장을 중심으로 건어물을 판매했고 80세가 되던 해에 장사를 그만두었다.

김옥순 씨는 1928년 만주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살았지만 해방이 되면서 한국으로 들어왔다. 1962년 수입 화장품 판매를 시작했으며 1963년에는 수입 옷감으로 그 영역을 확장했다. 물건을 고르는 안목이 매우 뛰어났으며 화려한 외모와 언변,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신뢰 덕분에 승승장구했다. 부산, 서울, 대구를 오가며 옷감을 판매했다. 특히 외제 물품은 사치품이라고 해서 판매를 금지했고 단속이 심하던 시절이라 오히려 고급 수입 원단은 더욱 인기가 있었다. 옷감 방문 판매를 하다가 물건값을 대신해 양장점을 인수했으며 큰 딸인 박동준을 디자이너로 키우고 양장점을 운영했다.

일본에서 태어난 박백합자 씨는 1979년 처음 화장품 방문판매를 시작해 1992년 교통사고가 나서 그만둘 때까지 13년간 방문판매를 했다. 가방 가득 화장품을 들고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도둑 누명을 쓴 적도 있었고 물건값을 수금하는 것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 당시 화장품값을 치르지 않고 갑자기 이사를 해버린 고객을 온갖 방법으로 찾아내 '형사'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밖에도 금융이 발달하기 이전 매달 보험금을 받아 은행에 입금시켜야 했던 보험상품 방문판매를 했던 이야기(강복순), 화장품 방문 판매와 레코드 도매업을 했던 이야기(석명분), 야쿠르트를 판매하고 있는 이야기(정태극) 등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 취업이 어렵던 시절 방문판매 종사자의 대부분은 여성이었으며 특히 40, 50대 기혼 여성이었다는 점에서 방문판매 직업군은 한국 유통사뿐만 아니라 여성 직업의 역사에서 특이한 위상을 점한다"면서 "이번 방문판매 주제를 통해 1960년대부터 1980년대를 관통해 방문판매에 나섰던 여성 여섯 분의 육성이 담긴 생애사를 채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여성생애구술사 책 '대구 방문판매 여성'은 비매품으로, 책에 관한 문의는 전화(053-219-9976) 또는 이메일(bird@dwff.or.kr)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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