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 이야기] <23> 북한전문음식점 대동강식당

석인찬(오른쪽) 대표와 석정희 씨가 어머니가 물려준 북한전문음식점 대동강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석인찬(오른쪽) 대표와 석정희 씨가 어머니가 물려준 북한전문음식점 대동강식당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남북 화해 무드와 다양한 음식을 맛보려는 먹방 투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북한음식이 주목받고 있다. 대동강식당(대구시 남구 봉덕동)은 50여 년 전통의 북한음식전문점으로 실향민은 물론 어르신, 요즘에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 곳이다. 2대 사장 석인찬(59) 대표는 "반 세기가 흘렀지만 재료는 물론 만드는 방법도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냉면을 삶고 있는 석인찬 대표.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냉면을 삶고 있는 석인찬 대표.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창업주는 1·4후퇴 때 내려온 평양 출신

대동강식당은 1965년에 개업했다. 창업주 윤일순(1929년생·2012년 작고)은 평양이 고향으로1951년 1·4후퇴 때 월남했다. 대구에서 남편 석산실(1924년생2003년 작고)을 만나 결혼했다. 남편 석산실도 황해도 곡산 출신으로 월남해 가창에 있는 대한중석에서 근무했다. 북한에 있을 때 산림공무원이었던 석산실은 사업을 하고 싶어했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강원도에서 삼판(벌목) 일을 했다. 그러나 경험 부족으로 실패를 거듭했다. 살림살이가 어려워지자 윤일순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식당을 차려 평양 냉면을 비롯해 녹두전, 만두, 콩비지를 팔았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도와왔던 둘째 딸 정희(67) 씨는 "평양 출신인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좋아 장사는 그럭저럭 잘 됐다. 북한 음식을 제대로 한다는 소문이 나자 이곳이 실향민이 모이는 장소가 됐다"고 회고했다.

대동강식당 2층 한켠에는 아직도 창업주가 사용하던 제주도 현무암으로 만든 맷돌을 비롯해 나무 주걱, 저울, 분창(냉면 반죽을 내릴 때 사용하는 기구) 등이 전시돼 있다. 석인찬(59) 대표는 "모두 어머니가 직접 사용하던 것이어서 그대로 보관하고 있다"며 "우리말 중에 '분통이 터지다'는 '분창이 터지다'로 바로 잡아야 한다. 분통은 반죽을 담은 통이고 좁은 구멍이 여러 개 있는 분창이 위에서 미는 힘에 의해 가끔 터지는 경우가 있다. 결국 터지는 것을 분창"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대동강 식당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북한 평양을 방문했을 때 북한음식에 대한 관심과 함께 호황을 맞는다. 당시 손님도 부쩍 늘었다. 정희 씨는 어머니를 대신해 방송국에 출연해 평양냉면과 평양온반을 시연해 보이기도 했다. 석 대표는 "대동강식당 이름도 대동강 하류에서 태어난 어머니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겼다"고 말했다.

대동강식당 2층 한켠에는 창업주 윤일순(작고)이 사용했던 조리기구가 전시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대동강식당 2층 한켠에는 창업주 윤일순(작고)이 사용했던 조리기구가 전시돼 있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음식 만들어"

대동강식당의 대표음식은 평양냉면을 비롯해 만두국·만두전골, 평양온반, 어복쟁반, 녹두빈대떡, 초계탕, 순대 등 모두 북한음식이다. 정희 씨는 "모두 엄마가 하던대로 좋은 재료로 직접 만든다"고 했다.

평양냉면 맛은 간이 세지 않아 자극적인 않고 밍밍하다. 정희 씨는 "평양냉면은 처음 먹어보면 슴슴해 '무슨 맛이지?' 하지만 한두 번 먹다보면 '이게 평양냉면 맛이구나' 하며 강한 중독성이 느껴져 자주 찾게 된다"고 했다.

어복쟁반은 쟁반에 갖가지 고기편육과 채소류를 푸짐하게 담고 육수를 부어가며 먹는 추위를 이기게 하는 일종의 전골이자 온면으로 평안도 사람들의 기질이 잘 표현된 음식이다.

평양온반은 평양 지역의 전통 장국밥이다. 그릇에 밥을 푸고 뜨거운 고기 국물을 붓고 그 위에 고기와 버섯·야채와 달걀 지단을 고명으로 올리는데 고명중 하나로 녹두빈대떡 또한 같이 올려서 빨리 식지 않게끔하며 양념장과 함께 상에 낸다.

초계탕은 식초의 새콤한 맛과 겨자의 매콤한 맛이 어우러져 잃어버린 식욕을 되찾기에도 그만이다. 닭고기와 고명을 다 건져 먹은 다음 메밀국수를 말아 먹기도 한다. 정희 씨는 "초계탕은 조상의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찬 음식인 데도 차가운 성질의 돼지고기나 쇠고기를 사용하지 않고 열이 있는 닭고기를 이용해 음식 궁합을 맞췄다"며 "평소 닭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들도 초계탕의 시원하고 깔끔한 맛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정희씨는 이어 "요즘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이들도 많이 찾는다"고 강조했다.

두부와 숙주나물, 돼지고기, 김치 등을 넣고 만든 만두는 남한 만두에 비해 크다. 녹두빈대떡은 100% 녹두만 사용한다. 녹두향이 은은하게 나면서 담백하다. 정희 씨는 "모두 엄마가 사용했던 재료를 사용하고 방법도 그대로 한다. 수십년 전과 비교해도 그대로일 것"이라며 빙긋 웃었다.

정희 씨는 대동강식당을 효자식당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북한음식을 맛본 아들딸이 주말에 부모님을 모시고 오는가 하면 요즘에는 맛투어를 하는 젊은이들도 온다. 예전에 비해 줄었지만 실향민 2세도 부모님 입맛을 추억하기 위해 찾는다"면서 "이런 단골을 위해서라도 음식을 어머니가 하던 그대로 조리한다"고 했다.

 

창업주 윤일순이 사용했던 조리기구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창업주 윤일순이 사용했던 조리기구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나눔 실천하는 식당 될터"

대동강식당은 올 7월 백년가게에 선정됐다. 백년가게란 소상공인 성공모델 발굴 및 확산을 위해 지난해 6월부터 중기부가 시행해온 사업으로, 대동강식당은 북한식 냉면 전문점으로 선정됐다. 석 대표는 "백년가게 선정은 큰 무게로 다가와 부담스러우면서도 책임감을 느낀다. 하지만 전통과 맛을 잘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 씨는 대동강식당이 지역민의 도움으로 이만큼 성장한만큼 이제는 나눔을 실천하면서 그동안의 성원에 보답하고 싶다고 했다. "우리 가족이 힘들 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이제 받은 이상으로 사랑과 베풂을 실천할 것"이라며 "시류에 영합하지 않고 앞으로도 제대로 된 북한음식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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