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안 가득 솔향기…숲속의 보석" 송이버섯 채취 현장

십수 년간 송이를 채취해온 이용한 씨는 십수 년간 송이를 채취해온 이용한 씨는 "온 산을 오르내리면서 송이를 발견했을 때 희열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9월과 10월은 송이버섯의 계절이다. 송이는 연한 육질에 아삭아삭 씹히는 질감, 그리고 입안 가득 퍼지는 은은한 솔향이 압권이다. 송이버섯은 뿌리, 줄기, 잎의 구분이 없고 엽록소가 없어 광합성을 못한다. 따라서 다른 식물에 기대어 생존할 수밖에 없다. 송이가 의지해 사는 원생식물은 소나무다. 송이의 '송'자가 소나무 송(松)인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이맘때면 푹신하게 쌓인 솔가리 밑엔 머리 굵은 송이가 옹송그리고 있다. 이용한(51·경북 봉화읍) 씨가 송이 채취하는 현장에 동행 취재했다. 

◆ 진한 솔 향내 폴폴 나는 '송이'를 찾아서

장비는 단출했다. 나뭇가지를 꺾어 만든 막대기와 채취한 송이를 넣을 주머니가 전부였다. 얼마나 많이 가지고 다녔는지 막대기 손잡이는 반질반질했다. 막대기는 산을 오를 때는 지팡이로 쓰이고 가시덤불을 헤쳐갈 수 있는 길도 만들어 주기도 한다. 이용한 씨는 "송이 채취는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며 "오직 두 발로 소나무 숲속을 부지런히 오가며 두 손으로 따는 방법뿐"이라고 했다.

장비를 챙긴 이 씨는 자신만 아는 송이밭을 향해 산을 성큼성큼 오르기 시작했다. 길도 없는 산은 가팔랐다. 가시덤불과 벌레도 많았다. 그러나 발 밑의 감촉은 좋았다. 마사토 위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푹신푹신했다. 나뭇가지에 긁히고 찢기고 잡고 매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코로 송이 향을 감지하면서 눈으로 주위를 세밀히 살폈다. 이 씨는 "덤불과 비탈을 헤매면서 송이를 발견했을 때 희열은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것이 송이가 귀족 버섯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보통사람 눈에는 단순한 솔잎 더미로 보이지만 솔가리를 치우자 송이 머리가 땅을 비집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김영진 기자 보통사람 눈에는 단순한 솔잎 더미로 보이지만 솔가리를 치우자 송이 머리가 땅을 비집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김영진 기자

얼마나 올랐을까? 수십년 된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햇볕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그곳 은 바람도 살랑살랑 불어대는 골짜기 위였다. 솔잎과 함께 작은 바위도 여기저기 보였다. "소나무 숲에 골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주는 곳에 송이가 많이 납니다."

그러나 기자의 눈엔 송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있는지 짐작할 수도 없었다. 정신을 집중해 보니 어디선가 송이 특유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그때부터 막대기로 수풀을 헤쳐보는 등 이 씨의 움직임이 바빠졌다. 송이 채취만 10여 년간 해온 내공 때문일까. 기자의 눈에는 단순한 솔잎 더미로 보였던 곳에 다가간 그가 조심스레 낙엽들을 치우자 솔잎이 쌓인 토양층 아래 자두만한 크기의 송이 머리가 땅을 비집고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었다. 이 씨는 이처럼 송이를 찾아내는 일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라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눈앞이나 발 아래에 송이가 있어도 잘 찾지 못하고 심지어 밟고 지나가도 눈치를 못 챈다"고 했다. 이 씨는 "송이 채취는 한 10년쯤 하다 보면 이쯤에 있겠다 싶은 '촉'이 온다"며 빙그레 웃었다.

나뭇가지에 긁히고 찢기고 잡고 매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송이를 찾고 있는 이용한 씨. 김영진 기자 나뭇가지에 긁히고 찢기고 잡고 매달리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서 송이를 찾고 있는 이용한 씨. 김영진 기자

그곳은 이 씨만 아는 '줄송이밭'이었다. 지름이 1~3m가량 되는 타원형에 여러 개의 송이가 소복이 자리하고 있었다. "줄송이밭에선 많으면 한자리에서 1, 2kg을 딸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씨는 한 손으로 송이를 살며시 잡고 막대기를 송이의 대 바로 옆 부분에 꽂아 살짝 들어 올려 채취한 뒤 조심스레 흙을 털어낸 뒤 천으로 만든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는 송이를 채취한 곳을 부드러운 흙으로 덮어 주었다. "균사를 보호해야 내년에도 송이를 채취할 수 있다"고 했다.  

송이는 막대기를 송이의 대 바로 옆 부분에 꽂아 살짝 들어 올려 채취한다. 김영진 기자 송이는 막대기를 송이의 대 바로 옆 부분에 꽂아 살짝 들어 올려 채취한다. 김영진 기자

송이는 생장 조건이 까다롭다. 물과 공기, 토양, 기후 등 어느 하나 제대로 맞지 않으면 자라지 않는다. 송이는 7부 능선 소나무가 서식하는 산에서 주로 자란다. 그중에서도 송이가 가장 많이 나는 건 수십 년 된 소나무숲에서다. 소나무는 땅바닥 가깝게 그물 같은 실뿌리가 형성돼 있는데, 그 뿌리 마디를 따라가며 자연송이의 포자가 피어난다. 토양도 화강암이 풍화된 푸석푸석한 땅이 제격이다. 너무 건조해도, 늘 축축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일조량도 중요하다. 정글 같은 어두운 숲속이나 낙엽이나 솔잎이 너무 많이 덮여 있는 땅에서는 송이가 잘 나지 않는다. 이 씨는 "온도와 습도도 중요하다. 너무 습한 것도 너무 더운 것도 송이는 싫어한다"고 했다. 이 씨는 "송이가 대풍이 들기 위해선 8월 말에서 9월 초에 태풍이 한번 지나가야 한다"며 "강한 바람이 온 산의 소나무를 흔들어주고, 이 과정에서 소나무 뿌리에 기생하는 송이의 포자가 퍼져 나간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송이 채취도 때가 있다고 했다. "이른 새벽 해뜨기 전에 따야만 더 단단하며, 돋아난 뒤 5일이면 숙성해 제때 따주지 않으면 다음 마디에서 또 다른 포자가 피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송이를 채취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이용한 씨. 김영진 기자 송이를 채취한 뒤 기뻐하고 있는 이용한 씨. 김영진 기자

이 씨는 송이가 나는 9월 중순부터 채취가 끝나는 10월 중순까지 산 속에 임시로 만든 막사에서 생활한다고 했다. 애써 농사지은 금쪽 같은 송이를 지키기 위해서다. "이맘때면 송이 도둑이 많다. 이들은 송이를 채취하기 위해 송이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는다"며 "산속에서 혼자 생활하기가 힘들긴 하지만 송이를 지키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이 씨는 올해 송이 작황은 예년에 비해 늦고 수확량도 부진한 편이라고 했다. "태풍도 지나갔고 비도 잦아 습도는 괜찮은데 기온이 높아 생산량은 적은 편"이라며 "기온이 떨어지는 이번 주부터는 생산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1등품(왼쪽부터), 2등품, 3등품, 4등품(등외품). 1등품은 길이가 8㎝ 이상이고 갓이 펴지지 않고 곧고 길쭉한 형태이다. 김영진 기자 1등품(왼쪽부터), 2등품, 3등품, 4등품(등외품). 1등품은 길이가 8㎝ 이상이고 갓이 펴지지 않고 곧고 길쭉한 형태이다. 김영진 기자

◆ 송이 등급 분류는

송이는 아직 인공재배법이 개발되지 않았고 상온에서 장기간 보관하기도 어려워 값이 비싼 게 흠이다. 그해 생산량과 등급에 따라 값도 천차만별이다.

송이버섯은 4등급으로 나뉘는 게 일반적이다. 1등품은 길이가 8㎝ 이상이고 갓이 펴지지 않고 곧고 길쭉한 형태이다. 물론 가격도 가장 높다. 2등품은 6~8㎝ 길이에 갓이 3분의 1 이내로 펴진 것이다. 맛과 향에서는 1등품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길이가 6㎝ 미만이거나 갓이 3분의 1 이상 펴져 버린 것들은 3등품으로 구별된다. 이것은 '생장정지품' 혹은 '개산품'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 외 기형으로 자랐거나 파손된 송이, 벌레 먹은 것과 물에 젖은 송이는 등외품으로 분류된다.  

봉화읍에서 송이를 비롯해 각종 버섯을 판매하는 중부물산 설성욱 대표는 "갓이 두껍고 단단해야 향이 진하고 자루의 길이가 길며 밑부분이 굵을수록 좋은 송이"라고 했다. "요즘 중국산 송이도 기승을 부리고 있는데, 국내산은 갓과 자루에 흙이 묻어 있는 것이 많으며 조직을 갈라보면 뽀얀 유백색을 띠는 반면 중국산은 국내에 반입돼 판매까지 1주일 가량 걸리기 때문에 갓부분이 거무스름하게 변색되며 향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봉화 송이축제, 27일(금)부터 30일(월)까지

송이버섯이 본격 출하되는 이번 주부터 경북 곳곳에서 송이 축제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제23회 봉화 송이축제는 '송이 향에 반하고, 한약우 맛에 빠지다!'란 주제로 27일(금)부터 30일(월)까지 봉화읍 체육공원과 송이산 일원에서 열린다.

울진금강송 송이축제는 10월 3일(목)부터 6일(일)까지 울진엑스포공원 일원에서 펼쳐진다.

이에 앞서 영덕송이장터는 지난 21일부터 영덕군민운동장과 영덕영해휴게소에서 개막했다. 10월 15일(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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