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 속 숨은 이야기] ⑫부기우기 춤을 춰요

피에트 몬드리안 작,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피에트 몬드리안 작,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피에트 몬드리안,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캔버스에 유채, 127x127cm, 1943, 뉴욕현대미술관 소장

 

'부기우기 춤추며'(1980), 아마 중장년층은 'Boogie Woogie dancing shoes'를 번안한 이 유행가를 기억할 것이다. 원래 '부기우기'는 1920년대 캔사스 등 미국 남부에서 거주하던 흑인들이 대공황 시기 시카고에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흑인 피아니스트들 사이에서 경쾌한 비트의 블루스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부기우기가 사교춤으로 히트하게 된 건 1930년대 후반 스윙재즈가 유행할 때 백인밴드가 이 곡을 편곡해서 연주하면서부터이다.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네덜란드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생애 마지막 작품이다. 몬드리안은 나치 침략을 피해 런던으로 이주했다가 1940년 10월, 마침내 뉴욕에 도착한다. 작가에게 전운으로 뒤덮인 오래된 유럽에 비해 뉴욕은 그야말로 빛과 역동성, 에너지로 넘쳐나는 신세계였다. 교사이자 칼뱅주의 목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몬드리안은 평생 금욕적인 생활을 고수하며 독신으로 지냈지만, 흥미롭게도 찰스턴, 폭스트롯, 부기우기 같은 사교춤을 좋아했다. 또 그는 바흐와 재즈 음악에도 심취했는데, 절제되고 순수한 기하학적인 즐거움으로 충만하면서 하나의 모티브를 무궁무진하게 발전시키는 변주가 가능한 점이 그의 작품세계와 맥을 같이 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 러시아의 말레비치와 함께 '차가운 추상'으로도 불리는 '기하학 추상'을 개척한 몬드리안은 비록 우리 삶은 불균형해도 조형예술을 통해 균형을 보여줘야 한다는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몬드리안을 주축으로 창립된 '신조형주의' 운동은 불균형한 자연을 초월하여 보편적인 조화를 이루는 통일적 질서를 확립하고자 했다. 미적 교육을 통해 새로운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신조형주의의 세계관은 신지학(theosophy)으로부터 나왔다. 러시아인 H. 블라바츠키에 의해 1875년경부터 시작된 신지학은 현 세계의 종말이 가까워지고 새로운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20세기 초 유럽의 지식인들과 화가 칸딘스키와 몬드리안, 스크리아빈 같은 음악가들에게 파고들었다.

몬드리안의 화면을 특징짓는 수평과 수직의 선들은 신지학 이론에서 출발한다. 블라바츠키는 수평·수직 이원성을 남성과 여성, 안과 밖, 물질과 정신으로, 이 둘이 만나는 십자는 생명과 불멸에 대한 신비적인 개념으로 간주했다. 몬드리안의 친구인 네덜란드 신지학자이자 조형수학자인 M. 쉔마커스는 논문 '세계의 새로운 이미지'에서 "지구가 태양의 주변을 도는 경로인 수평선과, 태양 광원의 운동인 수직선, 수평과 수직이 만나는 십자는 모든 것 위에 군림하며 자연의 실체적 구조"라고 했다. 또한 신지학에서는 노랑은 빛의 운동으로, 파랑은 공간의 무한한 확장으로, 빨강은 파랑과 짝을 짓는 색으로 원색체계를 설명했고, 신조형주의자들은 이 삼원색만 사용한다.

뉴욕에 정착한 이후 몬드리안은 '뉴욕 시티', '뉴욕, 뉴욕' 등과 같이 뉴욕이란 도시 이름이 붙은 여러 작품을 제작한다. 현대적인 계획도시인 뉴욕만큼 한 눈으로 감식할 수 없는 대상들을 가두어 사각 프레임 안에 응집시키는 방법으로 추상에 도달한 몬드리안을 열광시킨 도시가 있을까? 지금까지 그의 화면을 분할하던 검은색 선이 사라지고 노랑, 파랑, 빨강 선들이 수평·수직으로 교차하면서 발랄한 템포를 보여준다. 이때부터 캔버스에 선을 긋는 대신 색 테이프를 사용해 화면구성 과정이 훨씬 더 자유롭고 쉬워진다.

'폭스트롯', '브로드웨이 부기우기', 그리고 1944년 몬드리안의 사망으로 미완으로 남은 '빅토리 부기우기'는 춤을 제목으로 한 작품들이다. 뉴욕에서 가장 번화한 타임스퀘어 남쪽으로 연결된 공연장과 오락장으로 북적이는 브로드웨이 거리의 형형색색 네온사인은 몬드리만의 그림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마치 재즈 음악 같이 '다다닥 다다닥' 엇박자 리듬감으로 화면은 생동하고 있다.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이념은 당대에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으로 발전한 '데슈틸'(De Stjil, 양식이란 뜻)을 통해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왔다. 그의 작품은 프랑스 누벨바그 감독 장-뤽 고다르의 영화 '미치광이 피에로'에서의 원색체계, 패션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의 몬드리안 원피스, 로레알 헤어제품 패키지 디자인 등에서처럼 지금까지도 끊임없이 사용되고 있다.

박소영 대표 박소영 대표

 

박소영(전시기획자, PK Art & Media 대표)

관련기사

AD

문화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

기획 & 시리즈 기사

[매일TV] 협찬해주신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