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펜트하우스2’와 ‘결혼작사 이혼작곡’, 막장을 보는 새로운 관점

자극적 소재보다 개연성 부족이 막장의 새로운 조건이 된 까닭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의 한 장면. SBS 화면 캡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의 한 장면. SBS 화면 캡처

막장드라마의 전성시대인가.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가 시즌2로 돌아와 시즌1의 화력을 이어가고 있고, 임성한 작가의 '결혼작사 이혼작곡'도 괜찮은 시청률로 순항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막장드라마들이 기본 이상의 성취를 가져가고 있는 이유는 뭘까.

 

◆'펜트하우스2'의 개연성 포기, 그래서 더 세진 화력

최고시청률 28.8%(닐슨 코리아). 최근 지상파 드라마 시청률로는 상상 이상의 기록을 남긴 채 시즌1을 마무리했던 김순옥 작가의 '펜트하우스'가 한 달여의 휴지기를 거친 후 시즌2로 돌아왔다. 시즌2 2회 만에 간단히 20% 시청률을 넘겨버린 '펜트하우스2'는 아마도 시즌1의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순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데 막장드라마라는 이야기가 시작 전부터 나왔고, 시즌1 방영 내내 완성도를 해치는 개연성 부족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지만 놀랍게도 지금은 '펜트하우스'의 이런 부족한 부분마저 시청자들이 즐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펜트하우스'에 무슨 개연성이나 완성도 같은 걸 기대하느냐는 얘기다. 그러니 시쳇말로 "그냥 즐기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

시즌2가 시작되자마자 시즌1에서 심수련(이지아)을 살해했다는 혐의로 도망자 신세가 됐던 오윤희(유진) 일병 구하기가 단 첫 회 만에 간단하게(?) 이뤄진 건 이런 특징을 잘 보여준다. 주단태(엄기준)의 집에서 일하는 양집사(김로사)가 천서진(김소연)을 스토킹하다 쫓겨나고 갑자기 사망하며 남겨놓은 유서에 담겨진 내용 때문에 오윤희는 누명을 벗게 된다. 유서 한 장 만으로 오윤희가 풀려나게 되는 허술한 전개는, 이 세계가 내적 개연성에 의해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작가가 의도하면 뭐든 벌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의 한 장면. SBS 화면 캡처 SBS 드라마 '펜트하우스 시즌2'의 한 장면. SBS 화면 캡처

이 정도면 '개연성 부족'이 아니라 '개연성 포기'에 가깝다. 그런데 그건 작가 만의 포기가 아니라 이를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포기이기도 하다. "뭘 심각하게 생각하냐"며 그냥 보라는 이야기가 나도는 건 바로 이런 시청자들의 '색다른 관전 포인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런데 일단 이렇게 포기하고 나면 김순옥 작가는 시청자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면서 그 욕망을 이끌어내고 무너뜨리고 또 실현시켜주는 과정을 반복하며 '카타르시스'를 제공한다. 개연성이 없는 세계이기 때문에 뭐든 가능한 작품은 더욱 강력한 화력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해진다.

하지만 그건 작품이 그럴 듯한 개연성을 통해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카타르시스가 아니고, 개연성 자체를 포기한 작가와 시청자가 모종의 '합의'를 통해 그려내는 작위적인 카타르시스다. 펜트하우스 사람들의 패악질로 분노를 이끌어내고 적당한 순간에 그들을 모욕주고 무너뜨리면서 만들어내는 사이다.

그래서 이 사이다는 당장의 시원함은 주지만 조금 지나고 나면 허탈함이 그 자리를 채운다. 그건 다름 아닌 감정의 정화로서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감정 놀음으로 억지로 짜낸 카타르시스라는 걸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TV조선 화면 캡처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TV조선 화면 캡처

◆'결혼작사 이혼작곡', 전통적인 불륜극에 선정적 관점을 더하니

절필 선언을 했던 임성한 작가는 'Phoebe'라는 필명으로 TV조선에서 '결혼작사 이혼작곡'이라는 드라마를 시작했다. 제목에 담겨 있는 것처럼 이 드라마는 결혼과 이혼의 변주, 정확히 말하면 결혼을 유지하려는 아내들과 이혼을 하려는 남편들의 갈등을 그린다. 그리고 이혼의 이유는 '불륜'이다.

변호사인 판사현(성훈)은 아나운서 출신 라디오 DJ인 아내 부혜령(이가령) 몰래 불륜을 통해 아이까지 갖게 되자 이혼을 요구하고, 연극영화과 교수인 박해륜(전노민) 역시 새로운 여자가 생기면서 자신을 위해 희생해온 라디오 작가 아내 이시은(전수경)에게 이혼을 요구한다.

겉보기에 잉꼬부부처럼 보이는 정신과의사 신유신(이태곤)도 라디오 PD인 아내 사피영(박주미) 몰래 바람을 피운다. 사피영은 아직 남편의 불륜 사실을 모르고 있지만, 결국 드러날 불륜의 파장이 그 누구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깊은 앙금을 갖고 있는데, 그건 아버지의 죽음이 어머니의 가혹한 처사 때문이라 생각한다. 외도를 저질러 자식들조차 못 보게 만들었다는 것.

결국 아버지가 자신을 만나러 오다 사고로 사망하게 된 것이 어머니 탓이라 여기는 사피영은 어머니에게 "불륜이 자식을 못 만나게 할 정도의 죄냐"는 독설을 퍼붓는다. 그 독설은 이제 자신도 겪게 될 남편의 불륜으로 고스란히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날아올 처지에 놓였다.

워낙 '펜트하우스'의 화력이 세서인지, 비슷한 시간대에 등장해 막장의 비교점이 된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상대적으로 소소한 느낌마저 줬다. 심지어 불륜극이라는 소재를 다소 틀에 박힌 방식으로 구성해낸 점은 '옛날 드라마' 같은 색깔을 만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다소 복고적이며(?) 익숙한 드라마의 색채는 TV조선이라는 플랫폼이 가진 시청층과는 잘 맞아 떨어졌다. 그래서 6%대에서 시작한 드라마는 9%대까지 치솟으며 TV조선 드라마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론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9회를 넘기면서부터 조금씩 선정성을 드러내고 있다. 즉 8회까지 아내들의 시선을 따라가며 남편들의 불륜이 얼마나 가정에 큰 상처를 안겨주는가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가던 드라마는 9회부터 시간을 다시 과거로 되돌려 남편들이 불륜에 빠지는 과정을 담아내고 있어서다.

남편들이 새로운 여자들에게 욕망을 느끼며 다가가는 그 과정들은 그들의 관점으로 그려지고 있어 일종의 금기된 욕망을 즐기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의 양상을 담아낸다. 마치 범죄자의 시선으로 범죄의 과정을 자세히 그려낼 때 갖게 되는 선정성이 이 바뀌어진 관점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TV조선 화면 캡처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의 한 장면. TV조선 화면 캡처

◆자극적 소재? 개연성 부족이 막장의 조건으로 서는 이유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작가는 극중 인물의 입을 빌려 최근 우리에게도 익숙하게 된 외국드라마들의 선정성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한 마디로 "외국드라마는 더 하다"는 것. 이 장면은 현재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플랫폼의 시대에 우리네 시청자들의 정서도 달라졌다는 걸 암시한다.

즉 그런 플랫폼에 올라오는 해외의 다양한 드라마들 중 상당 부분이 19금의 '선정성'과 '폭력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선정성을 가진 드라마들을 보다 가까이 접하게 된 우리네 시청자들에게 흔히 말하는 '막장드라마'의 선정성은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라는 뉘앙스가 거기에는 들어 있다.

이건 실제 사실이다. 명작이라 일컬어지는 해외의 드라마들 중 상당 부분이 19금으로 분류되고 드라마 시작과 함께 '선정성 높음'이라는 고지를 하고 있다. 노출 수위도 높은데다가 이야기 소재도 불륜을 넘은 패륜까지 다뤄지며, 범죄물의 경우에는 아예 범죄자의 시선을 따라가는 선정적인 방식도 등장한다.

이처럼 해외의 드라마들에 있어서 '선정성'의 부분은 관람등급으로 나눠질 뿐, 작품을 '막장'이다 아니다 말하는 기준이 되지는 않는다. 선정성 높음으로 표시된 '왕좌의 게임' 같은 명작을 막장이라 말하지 않듯이.

이렇게 된 건 수위는 높지만 동시에 완성도도 높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다. 그래서 이러한 외국드라마들을 일상적으로 접하게 된 우리에게도 이제 흔히 '막장드라마'라고 말하는 드라마의 조건은 달라질 필요가 생겼다. 단지 자극적인 소재나 설정이 등장한다고 해서 '막장'이라는 표현을 쓴다는 건 어딘지 차별적인 면이 생기기 때문이다.

대신 '개연성 부족' 같은 완성도의 문제는 '막장'을 지칭하게 되는 중요한 조건으로 설 수밖에 없다. 이제 우리도 해외의 드라마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선정성' 부분을 등급을 제대로 나누는 방식으로 수용하고, 대신 완성도에 대한 요구로서 막장을 비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달라진 관점으로 '펜트하우스'와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과연 막장일까 아닐까. 시청자 개개인이 판단할 문제지만, 선정성 부분을 차치하고라도 부족한 개연성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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