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드] ‘뭉쳐야 쏜다’…스포츠 중계의 빈자리 채우는 스포츠예능

스포테이너 전성시대, 예능으로 스포츠가 들어온 까닭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 포스터. jtbc 제공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 포스터. jtbc 제공

지금 우리에게 스포츠는 어떤 분야일까. 한때는 올림픽이나 축구, 야구 같은 이른바 '국민스포츠'의 시대가 있었지만, 지금은 보던 스포츠에서 각자 취향에 맞게 하는 스포츠의 시대로 들어섰다. 굵직한 스포츠 중계의 시대가 점차 지고 있는 그 자리, 예능이 들어서고 있다.

 

◆'뭉쳐야 찬다'에서 '뭉쳐야 쏜다'로, 그리고 다음은?

최근 방영되고 있는 JTBC '뭉쳐야 쏜다'는 그 전신이었던 '뭉쳐야 찬다'에서 비롯된 스포츠 예능 프로그램이다. 2019년 6월부터 약 1년 6개월 동안 방영된 '뭉쳐야 찬다'는 '스포츠 전설들의 조기축구'라는 콘셉트로 안정환, 이만기, 허재, 양준혁, 이봉주, 여홍철, 진종오, 김동현, 이형택, 모태범, 박태환, 김병현, 심권호 등등 한때 국민적인 스포츠 영웅이었던 인물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오 필승 코리아-"의 노랫소리가 지금도 들려오는 듯한 2002년 월드컵이나 "천하장사 만만세-"하면 떠오르던 민속씨름대회, "손은 거들 뿐"이라는 '슬램덩크'의 명대사를 떠오르게 했던 1980년대 농구대잔치, 올림픽, 프로야구 등등 국민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스포츠 이벤트들을 떠오르게 만든다.

그런데 이 레전드로 불리는 스포츠 스타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을 찬다'는 상황은 그 자체로 예능적인 웃음의 코드가 된다. 자신들의 종목에서 제 아무리 날고 기는 레전드들이라 해도, 은퇴 후 운동에서 멀어진 지 꽤 되는 데다 타종목인 축구에서는 공 쫓아다니기도 힘든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어서다. 이들이 보여주는 굴욕과 월드컵 스타인 안정환이 감독으로서 뒷골을 잡는 상황은 흥미로운 웃음을 만든다.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는 스포츠로 통한다고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레전드 스포츠 스타들은 갈수록 예능을 다큐로 만들어내는 진풍경을 선사한다. 그래서 '뭉쳐야 찬다'는 뒤로 갈수록 예능적인 포인트는 줄어들고 대신 진짜 축구대회를 방송으로 중계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남다른 승부욕과 체력 그리고 순발력, 적응력은 이들의 드라마틱한 성장을 그려내고 결국 전국대회에서 준우승으로 마무리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여줬다.

이들의 이야기는 이것이 끝이 아니라 시작에 불과했다. '뭉쳐야 찬다'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몸 때문에 늘상 벤치 신세를 면치 못했던 허재를 감독으로 세운 농구 프로젝트 '뭉쳐야 쏜다'가 새로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뭉쳐야 찬다'에서 안정환 감독에게 굴욕을 당했던(?) 허재는 이제 감독이 되어 상암불낙스라는 팀을 맡게 되고 안정환을 팀원으로 받는 역전된 상황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통쾌함도 잠시, 허재는 농구 룰조차 몰라 허둥대기 일쑤인 상암불낙스 팀원들 때문에 골치를 앓으며 '뭉쳐야 찬다' 시절 감독이던 안정환을 동병상련으로 공감하기 시작한다.

종목만 바꿨을 뿐이지만 이런 예능적 포인트들이 새롭게 만들어지고, 이들은 또한 조기축구 시절에 그랬던 것처럼 '농알못(농구를 알지 못하는)'에서 탈피해 점점 농구선수가 되어가는 성장드라마를 쓸 예정이다.

이러니 궁금해진다. '뭉쳐야 쏜다'가 끝나고 나면 다음에는 또 어떤 종목이 채택되어 누가 감독을 맡고 어떤 선수들이 진용을 꾸리며 그 뒤를 이을 것인지. 조기축구를 위해 레전드 스포츠 스타를 끌어모았던 그 섭외는 이제 '신의 한수'가 되어 무한한 스포츠 종목으로 확장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쏜다'의 한 장면. jtbc 방송 화면 캡처

◆스포츠 스타 출연 예능? 스포츠를 하는 예능!

최근 들어 이른바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활동이 많아지면서 이른바 '스포테이너'라는 말 자체가 무색해졌다. 가끔 등장하는 게 아니라 스포츠 스타들이라면 누구나 방송활동도 병행하는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스포츠 스타들의 방송활동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뉘었다.

스포츠 스타가 등장하긴 하지만 스포츠를 하기보다는 예능을 하는 프로그램들이 있는 반면, 아예 스포츠를 직접 하는 예능프로그램이 생긴 것이다. 전자의 예로는 안정환 같은, 이제 방송인이라 불러도 될 법한 스포츠 스타의 예능 도전기라 할 수 있는 MBC '안싸우면 다행이야'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 역시 스포츠 스타라기보다는 이제 방송인이 된 서장훈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들이 그렇고, 박세리를 앞세운 여성 스포츠 스타들의 예능 프로그램인 E채널 '노는 언니'도 그 부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작년 방영되어 큰 화제를 불러 일으켰던 KBS '씨름의 희열'이나 SBS '핸섬 타이거즈' 같은 예능 프로그램들은 온전히 씨름이나 농구 같은 스포츠 본연의 재미에 집중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씨름의 희열'의 경우 침체기를 맞이한 민속스포츠에 오디션 프로그램의 형식을 접목시킴으로써 출연 선수들의 매력을 한층 끌어올렸고, 씨름이라는 종목에 대한 대중적 관심까지 불러 일으켰다.

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KBS 제공 KBS 프로그램 '씨름의 희열'. KBS 제공

이제 스포츠를 직접 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은 예능적인 재미를 더하면서도 동시에 해당 스포츠의 매력을 균형있게 담아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KBS '축구 야구 말구'는 생활스포츠에 도전하는 박찬호와 이영표를 통해 이들의 캐릭터에서 나오는 예능적 재미와 더불어 배드민턴, 테니스, 탁구 등등 생활스포츠의 재미 또한 전해준다.

최근에 방영을 시작한 MBC '쓰리박' 같은 경우도 박찬호, 박세리, 박지성의 '세컨드 라이프' 도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일상의 관찰카메라가 주는 재미와 더불어 이들의 도전 종목인 골프, 사이클의 묘미를 담아낸다. '뭉쳐야 쏜다'도 바로 이 부류에 들어가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스포츠 레전드들의 농구 허당의 예능적 재미를 선사하면서 차츰 진짜 농구의 재미를 전해줄 것이니 말이다.

 

◆코로나 여파, 스포츠 중계 빈자리 채운 스포츠 예능

스포츠는 그 나라의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그 인기 종목을 바꿔왔다. 즉 개발도상국 시절 우리가 주목했던 스포츠는 축구와 올림픽이었다. 1983년 박종환 감독이 이끈 청소년대표팀이 멕시코에서 거둔 4강 신화에 국민들은 밤잠을 설쳤고, 1988년 서울올림픽은 그 성적이 마치 우리의 국력을 나타내는 것 같은 자긍심을 주기도 했다. 즉 스포츠는 국민들 모두가 주목하는 국가적 이벤트였고 따라서 스포츠 중계는 모두가 관심을 갖고 보는 방송의 꽃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프로스포츠로 이어진다. 프로야구가 출범하고, 농구대잔치가 열리고,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 이후 K리그에 열광하는 팬층이 형성된다. 국민스포츠에서 이제는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골라 열광하는 스포츠 종목의 시대로 넘어간 것. 이때도 역시 스포츠 중계는 본방송을 밀어낼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포스터. jtbc 제공 jtbc 프로그램 '뭉쳐야 찬다' 포스터. jtbc 제공

하지만 최근 들어 스포츠는 이제 보는 것을 넘어 직접 하는 '생활스포츠'의 영역으로까지 들어왔다. 조기축구회가 'FC' 같은 지칭을 팀 이름에 붙여 대항전을 하기 시작했고, 집 주변의 생활체육시설을 중심으로 하는 스포츠 동호회들이 생겨났다. 물론 여전히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국가적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스포츠가 존재하지만 과거만큼의 열광적인 분위기는 아니다. 작년에는 특히 코로나19로 인해 스포츠 중계 자체가 쓸쓸해진 경향까지 보였다.

그래서였을까. 조금씩 예능프로그램에서 스포츠 중계의 영역을 치고 들어오는 풍경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뭉쳐야 쏜다'는 스포츠 레전드들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과거 명경기의 향수를 끌어오면서, 그들이 새로 시작하는 스포츠 도전의 성장드라마와 예능적 요소들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여기에 김성주 같은 실제 스포츠 아나운서의 해설까지 곁들이니 실제 중계방송의 틀은 모두 갖춘 셈이다. 코로나 여파로 사라져버린 스포츠 중계의 빈자리, 그 허전함을 스포츠 예능이 채워주고 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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