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로 본 한 주]보니하니, 잠정중단

개그맨 출신 보조출연자의 성희롱, 폭행 논란
개그맨들의 개그 욕심에서 나온 개그 무리수라는 분석
엄숙주의로만 접근하면 아이들이 채널 외면, 딜레마

 

오후 6시면 기적소리 울리며 알람 역할을 해온 '6시 내 고향'이 KBS에 있듯 EBS에는 '보니하니'가 있었다. '6시 내 고향'이 어르신용이라면 '보니하니'는 어린이용, 특히 뽀로로를 뗀 아이들이 정규 교육 시스템에 들어가기 직전 입문하던 프로그램이었다.

요즘이야 연령고하를 막론하고 '펭수'가 대세라지만 EBS의 효자 프로그램은 2000년생 '모여라딩동댕'과 2003년생 '보니하니'였다. 번개맨과 번개걸, 당당맨 등 캐릭터들은 헐리우드의 슈퍼맨, 배트맨, 아쿠아맨보다 심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가까운 존재였다.

그런 효자가 별안간 애물단지가 됐다. 족보에서 지워지는 신세가 됐다. EBS가 '보니하니' 잠정 중단이라는 강수를 둔 것이다. 발단은 출연자들끼리의 폭행, 성희롱 논란이었다.

 

EBS는 최근 남성 출연자들의 폭행·성희롱 논란이 심화하자 해당 문제가 일어난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방송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연합뉴스 EBS는 최근 남성 출연자들의 폭행·성희롱 논란이 심화하자 해당 문제가 일어난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방송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12일 밝혔다. 연합뉴스

◆이것도 저것도 궁금하니, 보니하니

당사자는 하니 역할의 채연과 먹니 역할의 박동근, 당당맨 역할의 최영수였다. 우선 박동근이 채연에게 한 말이 유흥업소에서나 쓰는 거란 지적이 나왔다. '리스테린으로 소독한 X(여성 비하어)'이라는 말이었다.

이 문장은 중의적 의미가 있다. 언어유희 개그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거다. 하니의 본명은 채연이고, 채연이 자주 리스테린이라는 구강청결제를 사용한다는 데서 착안했을 거란 풀이다. '리스테린으로 소독한 연', '리스테린한 연', '독한 연'으로 연결하는 식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성인용 개그다. 심지어 성인들도 개그코드에 따라 불쾌해할 만한 개그다. 그런데 더 심각해진 대목은 '리스테린으로 소독했다'는 말이 화류계 용어라는 지적까지 붙은 것이다.

 

전문가가 나서서 용어를 정리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다. 성매매 남성을 집단 소환하는 마법의 기사라 비아냥대기 때문이다. 결국 익명성에 기댈 수밖에 없는 노릇인데 실제 익명으로 운영되고 있는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 관련 논쟁이 붙었다. 블라인드의 19+(19세 이상) 카테고리에는 성인영화 뺨치는 실전 경험담이 오가는데 이곳에서 '리스테린 소독'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이었다.

나름 화류계에 정통하다는 이들이 잇달아 등판해 구강청결제와 관련한 은어와 실제 사용 용례를 언급했다. 결론은 '그런 표현 처음 듣는다'는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단, 유튜브였다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여성을 비하하는 용어를 날 것 그대로 내보낸 건 문제라는 데 이견은 없었다.

최영수가 채연의 팔을 때리고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캡처 연결. 연합뉴스 최영수가 채연의 팔을 때리고 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동영상 캡처 연결. 연합뉴스

당당맨 최영수의 폭행 논란은 가격음이 현장감 있게 들린 점, 최영수의 표정이 심하게 일그러졌던 점에서 나온다. 때린 장면은 서장님 역할의 김주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소리가 제대로 전달됐다. '퍽'이 아니라 '짝'에 가깝다. 여성 폭력의 일상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 등의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보니하니를 오랜 기간 봐온 이들이라면 이런 교훈적, 엄숙주의적 지적에 반발할지 모른다. 당당맨이 하니에게 맞는 상황 설정이 적잖게 등장했었기 때문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런 논란이 EBS 시청자위원회에서도 지적됐다는 점이다. 지난해 2월 출연자들의 도를 넘는 언행이 문제시됐다는 것이다. 이상한 접미사를 쓴다든지, 존중의 언어를 써야 되는데 그렇지 않고 그냥 코미디프로그램에 나오는 어투를 쓴다든지 하는 부분이 좋은 영향보다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겠다는 지적이었다.

 

◆왜 개그맨들이 어린이 프로그램에 나오나

아이들의 반응은 빠르다. 다큐멘터리 일색이면 금세 채널을 돌린다. 그래서 재미와 지식 전달 두 가지를 적절히 섞기 마련이다. 개그맨들은 어린이 프로그램에서 완충제 역할을 한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은 아무래도 지겨워선 곤란하다. 개그맨들이 간택받는 이유다. 생방송에서는 즉흥적 대처도 중요하다. 개그맨 출신 박동근, 최영수가 보니하니 방영 초창기부터 함께 해올 수 있었던 이유로 꼽힌다.

박동근은 보니하니 안에서도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지만, 대표적으로 큰 입을 가져 뭐든 잘 먹는 '먹니'로 알려져 있었다. 보니하니에서 시선 처리가 불안했다는 게 믿을 수 없을 만큼 현재는 월등한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수민도 먹니와 당당맨의 도움으로 제자리를 잡아갔다.

이들뿐 아니라 보니하니에는 개그맨들이 대거 출연했다. 주로 김주철, 박지현 등 지금은 개그 프로그램이 사라진 MBC, SBS 출신들이다. EBS는 개그맨들을 출연진으로 자주 활용했다. 2016년 '갤럭시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우연인지 모르나 '삐뽀삐뽀! 우리 몸 X파일'을 진행했던 명승권 국립암센터 교수도 대학개그제에 출전한 이력이 있다.

지난 달 방영 4천 회를 기념해 한 자리에 모인 역대 보니하니. 출처=보니하니 인스타그램 지난 달 방영 4천 회를 기념해 한 자리에 모인 역대 보니하니. 출처=보니하니 인스타그램

안타깝게도 후폭풍이 너무 강하다. 박동근, 최영수가 10년 이상 해온 프로그램에서 하차하는 것은 물론 EBS가 4천 회를 넘긴 보니하니 프로그램 방영을 당분간 중지하겠다고 발표한 탓이다. 하니가 되기 위해 엄청난 경쟁률을 뚫었던 걸그룹 버스터즈의 멤버 채연은 안타깝게도 2차 피해까지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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