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덕현의 엔터인사이트] 돌아온 김태호 PD, 그가 펼쳐놓은 예능 신세계

‘놀면 뭐하니?’와 ‘같이 펀딩’, 김태호 PD의 새 예능 어땠나

김태호 PD MBC 제공 김태호 PD MBC 제공

김태호 PD가 돌아왔다. 그런데 그가 들고 돌아온 프로그램은 '무한도전'이 아니다. 대신 '놀면 뭐하니?'와 '같이 펀딩'이라는 프로그램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저녁에 나란히 포진한 김태호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 어떤 신세계를 들고 왔을까.

MBC 예능 '놀면 뭐하니?' MBC 예능 '놀면 뭐하니?'

 

◆'놀면 뭐하니?', 릴레이 카메라라는 낯선 확장의 세계

지난해 MBC '무한도전'의 시즌 종료를 알린 후 약 1년 반 정도가 지난 시점, 김태호 PD가 복귀 소식을 알린 건 지상파가 아니라 유튜브를 통해서였다. 유재석과 무언가를 공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먼저 전해졌고, 그것은 유튜브를 통한 이른바 '릴레이카메라'라는 것이 곧 밝혀졌다. 무작정 유재석에게 카메라를 건네고는 메모리가 다 할 때까지 채워서 돌려달라는 것이 김태호 PD의 주문이었다. 단 한 대의 카메라, 그것도 촬영팀이 전무한 상황 속에 유재석의 손에 들려진 카메라는 그래서 조세호에서부터 태항호, 딘딘, 유노윤호 등을 거쳐 다시 김태호 PD의 손으로 돌아왔다. '무한도전'을 대체하는 새로운 아이템에 대한 고민이 적지 않았을 터지만 김태호 PD는 블록버스터 예능이 아니라 오히려 미니멀한 예능을 시도했다. 계획대로 찍히는 것이 아니고 누구에게 갈 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릴레이카메라는 '의외성'의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그 한 대의 카메라가 끝이 아니었다. 유튜브 버전으로 실험한 릴레이 카메라는 '놀면 뭐하니?'라는 프로그램으로 토요일 편성을 받아 돌아왔고, 김태호 PD는 카메라 한 대를 더 줘 인물군들을 확장시켰다. 예상대로 예능에서 보지 못했던 인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동휘, 박정민, 박병은 같은 배우 라인이 '놀면 뭐하니?'에 얼굴을 내밀었다. 굉장한 웃음의 밀도가 만들어지는 건 아니었지만 뻔한 출연자들의 뻔한 웃음보다 낯선 출연자들의 낯선 모습들이 더 주목을 끌었다.

물론 네 대로 카메라가 늘면서 유재석이 조세호의 아파트에 그간 릴레이 카메라에 출연했던 인물들을 초대해 '동거동락'식의 다소 퇴행적인 방송을 찍기도 했지만, 김태호 PD는 굳건하게 본래 릴레이 카메라로 추구하려던 방향을 밀고 나갔다. 유재석에게 드럼을 배우게 시켜놓고 그가 친 단순한 비트를 유희열과 이적에게 건네 이른바 '릴레이 음악'을 시도하게 했다. '놀면 뭐하니?'라는 예능 신세계의 진면목이 슬쩍 얼굴을 내미는 순간이었다. 그건 바로 '확장'의 세계였다. 처음에는 소소하게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거대해지는 프로젝트이자 일종의 영상 실험이면서, 예능 신생아(?)들을 끄집어내기 위한 시도. 김태호 PD가 늘 꿈꿔왔던 예능이 예술적인 영역으로 넘어가는 기묘한 실험이 바로 '놀면 뭐하니?'였다.

 

MBC 새 예능프로그램 '같이펀딩' 제작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홍철, 김태호, 현정완, 유희열, 유준상. 연합뉴스 MBC 새 예능프로그램 '같이펀딩' 제작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노홍철, 김태호, 현정완, 유희열, 유준상. 연합뉴스

◆'같이 펀딩', 함께 만들어가는 익숙한 현실 바꾸기 프로젝트

토요일 '무한도전'이 방영되던 시간대에 포진한 '놀면 뭐하니?'의 세계가 다소 낯선 실험에 가깝다면, 일요일 주말예능 시간대에 편성된 '같이 펀딩'은 어딘지 익숙한 세계다. 과거 '무한도전'에서 가끔씩 시도되던 '시청자와 함께 하는' 아이템들이 좀 더 조직적이고 실질적으로 구성된 예능 프로그램이 바로 '같이 펀딩'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펀딩의 아이템은 유준상이 갖고 온 이른바 '태극기함' 프로젝트다. 국경일이면 당연하게 태극기를 게양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파트 한 동에 한두 집 국기를 게양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본 유준상이 그 태극기를 보관하고 또 꺼내 쓸 수 있는 국기함을 만들겠다고 나선 프로젝트. '같이'와 함께 '가치'의 의미도 담긴 제목처럼, 펀딩을 설득하기 위해서 유준상은 먼저 태극기의 의미를 먼저 찾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북한산 진관사를 찾아 설민석으로부터 태극기에 얽힌 역사적 이야기를 들었던 것. 그 날 이야기에서 특히 일제강점기 진관사에서 남몰래 독립운동을 해온 백초월 스님의 태극기에 얽힌 이야기는 유준상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지게 만들었다. 모진 고초를 겪으며 독립운동을 해왔지만 한국전쟁으로 사찰이 불타 사료들이 소실되면서 존재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던 초월 스님. 하지만 지난 2009년 진관사 칠성각 보수공사 도중 나온 보자기 하나가 초월 스님의 숨겨진 독립운동을 알렸던 것. 놀라운 건 그 보자기가 일장기 위에 덧대 태극 문양을 그려 넣어 만든 태극기였다는 사실이다.

'같이 펀딩'이 시도한 태극기함 프로젝트는 이러한 태극기의 의미를 되새긴 것으로 실제 펀딩에 있어서 단 10분 만에 목표를 달성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줬다. 추가수량을 포함한 1만 개의 태극기함 펀딩 역시 방송 마감 후 30분 만에 완료됐다. 최종 1차 펀딩 달성률은 무려 4110%에 달했다.

이처럼 '같이 펀딩'이 흥미로운 건 단순히 방송이 방송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실제 현실을 바꾸는 동력을 만든다는 사실이다. 프로그램의 취지에 공감하게 되면, 참여가 가능하고 그것이 우리가 현실에서 원했지만 혼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어떤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 '같이 펀딩'은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시절에도 종종 해왔던 '사회 가치'를 추구하던 아이템들을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체계화한 프로그램처럼 보인다.

 

◆아직은 낯선 시청률, 하지만 실험적 가치는 분명한

물론 '놀면 뭐하니?'나 '같이 펀딩'의 시청률은 아직 저조하다. '놀면 뭐하니?'는 4%대 시청률(닐슨 코리아)이고 '같이 펀딩'은 이보다 낮은 3%대 시청률이다. 하지만 이런 시청률은 어찌 보면 당연해 보인다. 즉 지상파의 과거 시청패턴에 맞춰진 시청률 추산이라 낯선 실험이나 시도가 시청자들에게 각인되고 익숙해지기까지는 그만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청률이 낮다고 해서 '놀면 뭐하니?'가 동시간대의 KBS '불후의 명곡'보다 가치가가 낮다 보기 어렵고, 마찬가지로 '같이 펀딩'이 동시간대의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보다 의미가 없다 말하긴 어렵다. 오히려 시청률이라면 KBS가 오래도록 해와 관성적인 시청층을 갖고 있는 '불후의 명곡'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높은 건 당연하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김태호 PD가 들고 온 다소 실험적인 예능 프로그램들은 그만한 의미가 있다 여겨진다. 언제까지 시청률에 맞춘 틀에 박힌 예능 프로그램들만 만들어낼 것인가. 지금의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들이 새로움은 없고 장수 예능 프로그램들만 가득하게 된 건 당장의 시청률에 갈급하다 트렌디한 시도나 실험을 하지 않게 되면서 생겨난 결과다.

'놀면 뭐하니?'는 1인 미디어 시대의 실험으로써 다양성을 축으로 삼으면서도 동시에 미디어와 미디어가 연결되면서 생기는 협업의 가능성 또한 열어 놓았다. '같이 펀딩' 역시 방송사와 제작진이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놓았다. 이처럼 김태호 PD는 지금의 콘텐츠가 어떤 방식으로든 '확장'할 수 있는 여지를 통해 흥미로워질 수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고 보인다.

당장의 시청률 수치적 성과는 금세 나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수치에 매몰된 프로그램은 더 이상 이 시대에 의미와 가치를 잃어간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적당히 낮은 수치가 프로그램이 잘 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수치보다 협업하고 참여하려는 이들이 늘어가는 것이 더 좋은 신호일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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