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文, N번방 대응에 남녀갈등 우려" 논란

텔레그램 성착취물 대화방 사건 놓고 '정치권 성범죄 인식 수준 이하' 지적
누리꾼 "남녀 모두 공분하는 '범죄', 남녀갈등 왜 끌어들이나" 비판도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텔레그램 등 디지털상에서의 성범죄(n번방 사태)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노웅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 25일 오전 국회에서 텔레그램 등 디지털상에서의 성범죄(n번방 사태) 관련 긴급 현안보고를 위해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텔레그램 성착취물 동영상 사태를 대하는 정치권 일부 인사들의 인식이 '수준 이하'라는 지적이 높다. 성 착취물과 상업적 포르노를 구별하지 못한 채 동일시하는가 하면, 여성 주도로 제기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가 남녀차별만 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25일 국회에서는 여야가 앞다퉈 이른바 'N번방 사건' 재발 방지를 목표로 후속 입법에 나서고 있다. N번방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도 사이버 성범죄 심각성이 국회에 제기됐으나 20대 국회는 이에 신경쓰지 않았다는 '뒷북 입법' 지적도 높다.

이날 오전 여야는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n번방' 사건 관련 정부 대응이 뒤늦었다고 주장하는 등 사건 책임을 정부에게 떠넘기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최연혜 미래통합당 비례대표 의원은 "이 문제는 그간 국회 과방위에서 매년 국정감사는 물론 회의가 열릴 때마다 위험성에 대해 줄기차게 경고됐던 문제"라며 정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아 문제가 커졌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대학생들이 (N번방에) 잠입 르포해 사건이 만천하에 알려졌다. 지난해 초부터 공론화한 문제임에도 국가는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해 국민 분노가 있다"고 부연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여야에 신속한 입법을 직접 요청했다.

이런 모습은 국회의원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스스로 활용하지 못한 사실을 까맣게 잊은 태도라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5일 국회는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이 주목받던 당시 미약한 수준의 성폭력처벌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데 그쳐 '졸속 입법' 비판을 받았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N번방 사건 핵심인 '미성년자 성착취' 등 디지털 성범죄의 양형기준 상향 ▷디지털성범죄 전담부서 신설 ▷수사기관의 2차 가해방지 등은 쏙 빼놓은 채, 기존 발의 법안 중 '딥페이크' 포르노에 대한 처벌 강화 법안만 처리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정점식(경남 통영고성) 미래통합당 의원은 '딥페이크(특정인 신체 등을 합성한 편집물) 포르노' 소유를 범죄로 볼 것인지를 두고 "자기만족을 위해 이런 영상을 갖고 나 혼자 즐긴다, 이것까지 (처벌로) 갈 거냐"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국민을 법으로 보호해야 할 법사위 국회의원이 이른바 '야동'(야한 동영상)으로 대변되는 상업 포르노와, 불법 촬영·제작 동영상 간의 차이조차 모른다는 지적이다.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정점식 의원이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안에 대한 이해도가 낮거나, 정치권 내 연루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대응에 몸을 사리는 모습도 비쳤다.

통합당 정원석 선거대책위원회 상근대변인은 "자칫 정치권에서 연루자가 확인된다면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더 이상 논평을 준비하지 않고 있다. 당 여성중앙위원장인 송희경 의원을 중심으로 N번방 사건에 대응하는 입법 등 당 차원의 정책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도 "정부·여당의 실점 요인에도 불구하고 매우 민감한 이슈다. 김인겸 법원행정처 차장이 사안을 잘 모른다고 말하는 등 대응이 쉽지 않다"며 "법사위를 비롯한 특정 상임위나 특정 정당의 입장으로 무언가를 내놓기가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이준석 최고위원이 2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문제를 범죄 해결 관점이 아니라 '남녀갈등 불씨'로 내다보는 발언도 나왔다.

이준석 통합당 최고위원은 "(N번방 관련) 국민청원 규모가 수백만명에 이르렀다지만 여성 중심의 청원일 것"이라며 "만일 온라인 상에서 남성 전체를 비하하는 방향성으로 유도가 된다면 자칫 지역갈등보다 더 망국적이라 할 수 있는 남녀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최고위원은 N번방 운영자와 가담자를 포토라인에 세우고 엄벌해 달라는 청원 내용들과 관련 "그간 피의사실 공표 금지 등 조국 전 장관을 중심으로 정부·여당이 세워온 인권수사의 기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큰 틀에서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면서 이처럼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 같은 발언에 "수준 이하", "오히려 성별 갈등을 유도하는 태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성 중심 커뮤니티인 인스티즈의 관련 게시물에서 한 누리꾼은 이 최고위원 발언을 두고 "여기서 여자남자가 왜 나와요. 아침부터 짜증나게 하네... 똑똑하신 분이 이런 큰 사건으로 성별갈등 유도하지 마세요"라고 댓글을 남겼다.

남성 중심 커뮤니티 MLB파크 게시물에서도 "준석이는 눈치도 없구나", "얘는 총선 포기한 듯", "이걸 그렇게 해석하다니. 딸아이 키우는 입장에서 N번방 같은 놈들은 사형을 시켜도 모자랄 것 같은데" 등 부정적 반응이 쏟아졌다.

국회의원들이 유독 성범죄 관련 이슈에 소극적이거나 이해도가 낮은 것은 대다수가 중년 남성인 국회 조직구성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들이 여성 문제와 성인지 감수성에 무지하다 한들 정치적 위기까지 겪진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윤김지영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20대 국회 여성 의원이 17%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모두 다 남성 국회의원이다. 법사위처럼 중요한 결정을 하는 요직에는 당내 영향력 있는 국회의원이 차지하며 대부분 남성 중년인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남성 중년 입장에선 성적 기본권 침해 문제에서 자신이 피해의 대상이 될 것이라 생각지 못하는 남성 중심적 고정관념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윤김 교수는 또 이런 한계를 넘어설 방안으로 "여성 정치인들 입법 주체로서 여성 정치인들이 더 많이 등장할 뿐만 아니라 법사위와 같이 중요한 결정 하는 곳에 반드시 여성 의원들이 많이 분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역시도 성인지 감수성 교육이 필요하며, 국회 차원에서 의무화하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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