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관우가 청두에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글 오류?

관우 관우 "제가 청두에 있었다고요?". 코에이 삼국지 11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중국 쓰촨성 청두에서의 8차 한중일 정상회의 1박2일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남긴 페이스북 글이 화제다.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제목의 글이다.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 관련 청와대 브리핑이나 언론 보도와 비교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느낀 소회를 좀 더 진솔하게 전하는 글로 읽혀서다.

그런데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 하나 있어 팩트 체크를 해봤다. 바로 이 문단이다.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청두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시성 두보의 발자취가 남아 있고, 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한 곳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한· 중· 일 3국의 인문 정신이 3국 협력을 넘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3국은 수천 년 이웃입니다. 우리는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협력 속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여기서 삼국지 관련 언급이 눈길을 끈다. '청두는~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한 곳…'이라는 부분이다.

청두는 대한민국 삼국지 독자들에게는 후한의 서쪽 익주의 중심 도시이자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인 '성도'(成都, 즉 청두의 한국식 발음이 성도이다)로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지금도 쓰촨성(四川省, 한국식 발음은 사천성)의 성도(중국 행정구역 단위인 성의 행정 중심지, 그러니까 중국 쓰촨성은 '성도가 성도다')이다. 아주 오래된 지역 중심지인 것.

문재인 대통령은 이곳에서 제갈공명(제갈량),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조운)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했다고 설명했다.

일단 군주였던 유비가 2번째로 언급되고, 제갈공명이 가장 먼저 언급된 점이 눈에 들어오긴 하는데, 물론 이는 어떻게 열거하더라도 자유이다.

그런데 해당 문장은 관우가 청두에 있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운. 코에이 삼국지 11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운. 코에이 삼국지 11

208년 적벽대전을 치른 후 형주를 요충지로 얻은 유비군은 서쪽 익주 공략에 돌입했다. 유비가 먼저 군대를 이끌고 익주로 갔고, 이후 장비·제갈량·조운이 뒤따랐다. 하지만 관우는 유비의 명령으로 계속 형주에 남아 북쪽의 조조군(위나라)과 동쪽의 손권군(오나라)을 견제하는 임무를 맡았다.

관우는 결국 손권군과 전투를 벌이다 형주의 작은 성 맥성에서 붙잡혀 아들 관평과 함께 죽임을 당했다. 219년의 일이다.

이 같은 역사 기록대로라면, 관우는 살아 생전 청두에 발을 디딘 적이 없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청두는 곧 촉나라 전체를 가리키는 표현이었을 수 있다. 수도는 종종 그 나라를 대표하는 명사로 쓰인다. 가령 외신에서 '대한민국 정부와 중국 정부 간 어떤 협상을 했다'는 표현을 '서울과 베이징 간 어떤 협상을 했다'고 표현하는 것처럼. 따라서 한 왕실 부흥이라는 대의명분을 위해 힘을 모은 청두=촉나라 대표 5인을 꼽으라면,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운이 분명 맞다.

아울러 삼국지 정사 등 기존 역사 기록에는 적혀있지 않더라도, 관우가 형주와 수도인 청두를 왕래했을 가능성, 그래서 언젠가 저 5인이 청두 모처에서 한자리에 모여 우정을 나눴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가 주요 요인들이 회의와 행사 등의 참석을 위해 수도에 모이는 것은 동서고금이 같다.

다만 원래 익주를 다스리던 유장이 항복해 유비가 청두에 입성한 것은 214년이고, 관우가 죽은 것은 219년이다. 그 사이 5년 동안 관우는 형주를 지키느라 눈 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때 관우가 큰형님 유비를 뵈러 여유롭게 청두를 다녀갔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유비가 219년 조조로부터 한중을 빼앗은 후 한중왕에 즉위했을 때에도 관우는 축하하러 오지 못했다. 참고로 유비의 한중왕 즉위 시기는 219년 여름, 관우의 사망 시기는 219년 겨울이다.

한편, 이번 한중일 정상회의에서는 3국 정상 모두가 삼국지를 한중일이라는 지금의 3국 관계에 빗대어 언급,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러면서 이번 정상회의 개최지가 유비가 세운 촉나라의 수도인 청두였다는 점도 관심을 모았다.

나관중이 쓴 삼국지연의는 한중일 모두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중국 고전문학이다. 삼국지는 분명 중국이 원류인 작품이지만, 한국과 일본에서도 저마다 다른 해석의 책을 비롯해 게임·영화·애니메이션 등으로 끊임없이 각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조선 중기부터 본격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조선 왕 선조도 좋아했다고 한다. 민간에 널리 퍼지면서 그만큼 많은 번역 및 필사가 이뤄졌는데, 이게 다채로운 각색으로 연결됐다. 이문열 삼국지, 황석영 삼국지, 고우영 삼국지(만화), 최훈의 삼국전투기(웹툰) 등도 그 연장선에 있었던 셈이다.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청두에서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했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도 하나의 각색으로 받아들이면 큰 무리는 없다.

다음은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글 전문.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24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24일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청두를 떠나며-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문재인 대통령 페이스북

<청두를 떠나며>
- 한중일 정상회의를 마치고

청두를 떠나며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한국인입니다. 한글을 쓰고 김치를 먹으며 자랐습니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리는 정체성과 고유한 문화를 지켰고, 경제적으로 당당한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오늘의 우리는 우리나라를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세계 G2 국가인 중국,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우리는 유럽, 북미와 함께 세계 3대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더 시야를 넓혀 보면, 우리는 아시아의 시대를 함께 여는 당당한 일원이 되고 있습니다.

한· 중· 일 3국은 불행한 과거 역사로 인해 때때로 불거지는 갈등 요소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오랜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다른 듯한 문화 속에서 서로 통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에게 도움을 주는 분업과 협업 체제 속에서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과거의 역사를 직시하면서도 미래 지향적인 협력을 계속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어느 나라든 홀로 잘 살 수 없습니다. 이웃 국가들과 어울려 같이 발전해 나가야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습니다.

오늘 3국은 끝까지 이견을 조정하여 '향후 10년 한중일 3국 협력 비전'을 채택했고 3국 협력을 획기적으로 도약시키기로 했습니다. 대기오염, 보건, 고령화같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구체적 협력에서부터 보호 무역주의, 4차 산업 혁명이라는 시대의 도전에도 함께 대응할 것입니다.

아베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도 매우 유익한 진전이었다고 믿습니다. 양국 국민들께 희망을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중·일 정상들이 북미 대화 재개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함께 노력해 주고 계신 것에 대해서도 감사드립니다.

청두는 유서 깊은 곳입니다. 시성 두보의 발자취가 남아 있고, 삼국지의 제갈공명, 유비, 관우, 장비, 조자룡이 우정을 나누며 대의명분을 실천한 곳입니다.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한· 중· 일 3국의 인문 정신이 3국 협력을 넘어 세계를 변화시키는 동력이 될 것입니다. 3국은 수천 년 이웃입니다. 우리는 더 긴밀히 협력해야 하고 협력 속에서 함께 잘 사는 것이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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